[도청도설] 끓는 물 속 개구리

박태우 기자 2023. 10. 2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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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가 내놓은 보고서의 반향이 작지 않았다.

지방 경제 붕괴 상황을 수치로 보여준 보고서 제목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산업 역동성 비교와 시사점'.

최근 5년간 지방대 의학 계열 졸업자 중 43.1%가 수도권에 취업했다.

또 최근 5년간 11개 지방 소재 법학전문대학원 신입생의 81.2%가 수도권 대학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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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가 내놓은 보고서의 반향이 작지 않았다. 지방 경제 붕괴 상황을 수치로 보여준 보고서 제목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산업 역동성 비교와 시사점’. 비수도권은 글로벌 금융 위기에 직격탄을 맞았다. 위기 전 비수도권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9%였다. 이후에는 1.9%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5.4%에서 3.4%로 감소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는 0.5% 포인트에서 1.5% 포인트로 3배로 뛰었다.


활동기업 대비 신생기업 비중인 ‘신생률’도 2021년 수도권 15.0%, 비수도권 13.9%다. 또 신생기업 중 3년간 매출액이 연평균 20% 이상 늘어나는 ‘가젤기업’ 수는 수도권에서 2011년 1586개, 2021년 1986개로 10년간 400개 늘어났다. 반면 비수도권은 1178개에서 1051개로 127개 줄었다. 창업 구성면에서도 수도권은 고부가 업종, 비수도권은 저부가 업종 비중이 높았다. 정보통신, 금융보험, 전문과학기술 등 고부가 서비스업 비중은 2020년 기준으로 수도권 8.0%, 비수도권 3.8%다. 사람과 돈이 몰리는 업종이 비수도권에서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이란 의미다.

수도권의 ‘지방 침공’도 심해진다. 지역 사회 유지의 근간이 되는 법조 의료 등 분야에서 더 노골적이다.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의대 정시모집 합격생은 5144명. 수도권 고교 출신 비율은 57.5%에 달한다. 이들 중 많은 수가 수도권으로 돌아간다는 것도 통계로 입증됐다. 최근 5년간 지방대 의학 계열 졸업자 중 43.1%가 수도권에 취업했다. 또 최근 5년간 11개 지방 소재 법학전문대학원 신입생의 81.2%가 수도권 대학 출신이다.

지방이 붕괴되면 대한민국은 무너진다. 윤석열 정부 처방은 ‘부산권 발전론’. 부산을 중심으로 경남과 울산을 키워 대구·경북권, 호남권 등을 동반 발전시키는 전략이다. 부울경은 수도권에 맞설 최소한의 경제 규모를 갖췄다. 정부 전략은 필연이다. 2030엑스포 부산 유치, 가덕신공항 건설,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 동시 추진은 우연이 아니다. 이 와중에 한 공기업 경영진의 “부산 촌”이라는 궤변은 한심하다.

‘냄비 속 개구리’는 서서히 따뜻해지는 온도에 위험을 느끼지 못하고 죽는다고 한다. 수도권의 몸집은 지방을 자양분 삼아 커질 대로 커졌다. 물이 펄펄 끓는데도 죽는 줄 모르는 개구리가 된 것일 수도 있다. 지방이 살아나지 않으면 냄비가 엎어질지도 모른다. 골든 타임이 아직 남았기를 바란다.

박태우 서울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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