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박정희 추도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손잡은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신과 위업 새겨야"
해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제44주기 추도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났습니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만남은 2022년 5월 10일 윤 대통령 취임식 이후 약 1년 반 만입니다.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박정희 대통령께서는 하면 된다는 기치로 우리 국민을 하나로 모아 이 나라의 산업화를 강력히 추진하셨다"면서 "박정희 대통령께서 이루어 내신 바로 이 산업화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튼튼한 기반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취임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92개국 국가의 정상을 만나 경제협력을 논의했는데, 박정희 대통령께서 이루어 내신 압축성장을 모두 부러워하고, 위대한 지도자의 결단에 경의를 표했다"면서 "저는 이분들에게 '박정희 대통령을 공부하라, 그러면 귀국의 압축성장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늘 강조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박정희 대통령의 '하면 된다'는 정신은 우리 국민에게 자신감과 조국에 대한 자부심을 불어넣어 주셨다"면서 "세계적인 복합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박 대통령의 정신과 위업을 다시 새기고, 이를 발판으로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에게 사의"
박 전 대통령은 추도식 유족 대표 인사에서 "아버지의 추도식이 열리는 매년 이맘때쯤엔 날씨가 많이 쌀쌀해진다"면서 "하지만 저는 아버지를 잊지 않고 이렇게 찾아주시는 여러분들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말했습니다.
"아버지께서 떠나신 지 44년이 지났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저는 아직도 아버지께서 곁에 계신 것만 같다. 아버지께서 일생을 바쳐 이루고자 하셨던 잘사는 나라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위기가 아니었던 때가 없다"며 "전쟁을 겪었고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가난했고, 먹고사는 일이 너무나도 간절한 그런 시절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위대한 국민은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냈고, 호국영령들의 보살핌으로 오늘의 번영을 누리고 있다"며 "아버지의 꿈이자, 저의 꿈이었고, 그리고 오늘 이곳을 찾아주신 여러분들의 꿈은 모두 같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으로 힘을 모아 우리와 우리의 미래세대가 번영과 행복을 누리는 그것"이라며 "아버지도 우리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켜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바쁘신 와중에도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아버지 추도식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특히 오늘 해외 순방에서 돌아오시자마자, 곧바로 추도식에 참석해 주신 윤석열 대통령님께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악연'에서 '보수 대통합'의 상징으로?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인연은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을 맡았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박 전 대통령의 승리를 위해 국정원 등이 조직적으로 댓글을 조작했는지 수사했던 사건입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수사외압 등을 폭로하고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긴 뒤 '좌천성 인사'를 당했습니다.
2016년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발생해 윤 대통령은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발탁됐습니다.
박 전 대통령을 향한 수사를 진행해 탄핵소추의 근거를 확보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보수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자가 된 뒤 박 전 대통령과 화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선 후보 시절 박 전 대통령 사면 소식이 전해지자 "조금 더 일찍 나왔어야 하지 않냐는 생각"이라고 안타까워하기도 했습니다.
당선인 시절인 2022년 4월 12일에는 대구 달성군 사저를 방문해 박 전 대통령과 만났고, 취임식에서 만나기도 했습니다.
이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았을 때도 '한번 모시고 싶다'는 윤 대통령의 뜻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예우하는 이유로는 대구·경북의 민심을 고려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특히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진영의 통합을 위해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이 만남을 계속 가진다는 해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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