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독립운동가 묘 파헤쳤나…수유 묘역 '멧돼지 비상'

유영규 기자 2023. 10. 26.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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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서울 강북구 북한산국립공원.

김창숙 선생의 묘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있는 또 다른 독립운동가 단주(旦洲) 유림(1898∼1961년) 선생 묘 앞에도 같은 문구가 적힌 안내판이 놓여 있었습니다.

국가보훈부는 지난 13일 김창숙 선생과 유림 선생의 묘역이 멧돼지에 의해 망가진 것을 확인한 뒤 복구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수유 묘역을 관리하는 서울북부보훈지청은 최근 김창숙 선생 묘 인근에 그물망을 설치했지만 이마저도 멧돼지에 의해 찢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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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산 김창숙 선생 묘 봉분이 멧돼지에 의해 훼손된 모습

"멧돼지에 의해 봉분이 훼손돼 복구 중에 있습니다."

지난 23일 서울 강북구 북한산국립공원.

심산(心山) 김창숙(1879∼1962년) 선생의 묘 앞에 놓인 노란색 안내판에 이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유림단(儒林團) 진정서를 파리 만국평화회의에 보낸 독립운동가이자 성균관대 창립자인 김창숙 선생의 산소는 옆에 놓인 비석 없이는 묘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잔뜩 파헤쳐진 상태였습니다.

이곳을 매일 같이 산책한다는 강북구 주민 윤 모(68) 씨는 "지난주만 하더라도 묘 아랫부분만 살짝 파인 정도였는데 이번 주 들어 더 심해졌다. 멧돼지들이 그사이 또 왔다 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창숙 선생의 묘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있는 또 다른 독립운동가 단주(旦洲) 유림(1898∼1961년) 선생 묘 앞에도 같은 문구가 적힌 안내판이 놓여 있었습니다.

▲ 단주 유림 선생 묘 앞에 멧돼지에 의한 봉분 훼손을 알리는 안내판이 꽂혀 있다.

강북구 수유동 북한산국립공원 내 수유 국가관리묘역이 멧돼지의 습격을 받고 있습니다.

국가보훈부는 지난 13일 김창숙 선생과 유림 선생의 묘역이 멧돼지에 의해 망가진 것을 확인한 뒤 복구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유림 선생 묘역은 열흘 만인 23일, 김창숙 선생 묘역은 24일 모두 복구됐습니다.

수유 묘역을 자주 찾는다는 한 주민은 "멧돼지 때문에 독립유공자 묘가 훼손된 것을 올해만 수도 없이 많이 봤다"며 "동물과 공존하면서 이런 불상사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멧돼지가 묘소 주변 나무나 둘레석 밑을 파는 경우는 간혹 있었지만 이렇게 봉분이 크게 훼손된 것은 드물다"며 "수유 묘역 내 독립유공자 15분 묘소 모두 순차적으로 멧돼지 퇴치제를 살포하고 태양광 경광봉과 울타리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멧돼지의 독립유공자 묘지 습격 가능성은 여전한 상태입니다.

수유 묘역을 관리하는 서울북부보훈지청은 최근 김창숙 선생 묘 인근에 그물망을 설치했지만 이마저도 멧돼지에 의해 찢겼습니다.

연성찬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멧돼지는 후각이 발달해 성묘할 때 뿌린 술 냄새 등을 맡고 묘지 주변에 오는 경우가 많다"며 "10월은 번식기가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고 날이 추워지면서 먹이가 많이 부족해져 멧돼지들이 거칠어지는 탓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야생멧돼지 주의문

최근 들어 멧돼지가 도심에 출몰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멧돼지 출몰로 인한 안전 출동 건수는 49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37건)보다 배 이상 늘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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