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루게릭병` 한방치료 대가… "증상완화 느낄 터닝포인트 찾아주고 싶어"

김세희 2023. 10. 2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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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메카신' 첫 한방치료제로 인정… 퇴행성질환 치료 상당한 시간소요
암센터처럼 컨트롤타워 필요… 용인에 전문병원 첫 삽, 익산에도 건립 추진
김성철 원광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원광대 대외협력팀 제공>
김성철 원광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원광대 대외협력팀 제공>

김성철 원광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앓았던 병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루게릭병'. 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파괴되는 치명적인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초기 팔다리에서 시작해 발병한 후 2~5년이 지나면 운동신경과 근육이 말라 호흡조차 어려워 자칫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아직 완전히 정복되지 않은 질환이다. 그야말로 인간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이 분야의 대가가 있다. 김성철(57·사진) 원광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다. 김 교수는 루게릭병에 쓰이는 한방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이 연구에 메카신(Mecasin)이라는 물질을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메카신은 강황, 원지, 천마, 당삼 등 한약재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든 천연 의약품이다.

김 교수는 지난 21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뇌와 척수에는 신경생리 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가 있다. 이 물질이 고농도로 축적되면 신경을 손상시키고 뇌세포를 죽인다. 루게릭병 환자들의 손상된 운동 신경을 보니 클루타메이트가 침착이 돼 있었고 신경을 사멸시키고 있었다"며 "그래서 글루타메이트의 축적을 막고 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치료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루게릭병의 유일한 세계 표준치료제인 리루졸이 있다. 다만 2~3년 정도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만 공인됐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루게릭 등 퇴행성 뇌질환은 하나의 원인에 의해 발생하지 않는다"며 "천연 추출물을 통해 뇌와 신경 등 수천 수만가지 타깃에 적용할 수 있는 '멀티 타깃용' 치료제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활용한 메카신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첫 루게릭병 한방 치료제로 인정받았다. 관련 임상시험도 2a상에 성공하고 2b상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SCI급 국제학술지, 보완·대체의학 분야 전문지인 'Journal of Ethnopharmacology'의 온라인판에도 게재됐다.

최근 경남 산청한방약초축제위원회에서 선정하는 제19회 동의보감상도 수상했다. 독창적인 오공(독성을 제거한 왕지네) 약침을 개발해 5편의 특허를 등록하고, 난치성 근골격질환과 낭종 등 한의임상에서 널리 활용되도록 한 공로를 높게 평가받았다.

루게릭병 등 난치성 질환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만큼 그를 찾아오는 환자가 많다. 김 교수는 "루게릭병 위주로 환자를 보고 있는 데 1000명 정도 찾아온다"며 "이들 중 외국인들도 있다"고 했다. 실제 그를 찾아오는 환자가 많아 인터뷰를 두 번에 나눠서 했다.

김 교수가 이토록 루게릭병 치료 연구에 몰두하는 이유는 환자들을 진료해 온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거동이라도 할 수 있는 말기암 환자들은 일말의 희망을 갖는 데 비해, 루게릭병 환자들은 발병 이후 계속 좌절감에 빠져든다"고 했다. 이어 "몸 전체적으로 근육이 마비될 수록 '삶의 질'이라는 게 없어진다"며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병"이라고 규정했다.

그 만큼 김 교수가 루게릭병 등 퇴행성 질환에 대한 연구 지향점은 분명하다. 루게릭병 환자들에게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찾아준다는 것이다. 그는 "증상을 완화하면서 체력을 증진시키고, 마음까지 편해지도록 돌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증상이 회복되는 것을 느껴야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루게릭이 심해지면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 등 다른 합병증도 찾아온다"며 "이렇다보니 퇴행성 뇌질환자가 점점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기준으로 알츠하이머가 100만명, 그 앞 단계인 경도 인지장애는 600만~700만, 파킨슨병은 30만 등으로 1000만 가까이 된다"며 "스마트한 대한민국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라며 관련 질환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다소 안타까운 소식도 전했다. 완치단계까지 이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전망이다. 김 교수는 "메디컬 뉴스를 통해 비만주사 한 방으로 살이 10%정도 빠진다는 뉴스를 접했다. 또 10년 안에는 면역 항체나 치료제가 개발되면 암도 정복된다고 한다"며 "다만 루게릭병 등 퇴행성 뇌질환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환자들을 대상으로 증상을 완화시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치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최근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김 교수는 "승일희망재단의 루게릭요양센터 건립 기금 조성을 위한 캠페인 덕분에 14년 만에 1호 전문 요양 병원이 용인에서 첫 삽을 뜬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승일희망재단은 1998년까지 연세대, 기아자동차 농구단에서 활동했고 2002년 역대 최연소 프로농구 코치로 선임된 박승일 공동대표의 이름을 따서 만든 재단이다. 공동대표로 박 대표와 가수 션이 활동하고 있다. 그는 "나중에 병원에서 필요하면 언제든지 도우러 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런 영향으로 김 교수는 자신이 근무하는 지역인 전북 익산에도 루게릭요양 전문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컨트롤타워'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루게릭병 등 퇴행성 뇌질환을 통제, 관리할 수 있는 '희귀질환 전문센터'다.

김 교수는 "국립암센터처럼 희귀질환을 전문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센터가 만들어져서 체계적으로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의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민간 차원에서도 암 전문 요양병원이나 재활 병원이 만들어지면서 환자들이 부담없이 치료를 받고 있다"며 "반면 루게릭병 환자 가족들은 시설 부족으로 인한 상급병실 사용, 개인 간병인 고용 등으로 엄청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희귀질환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돌볼 수 있고, 가족들의 치료비 부담도 덜 수 있는 전문 요양병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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