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은 노동자 사망에도 변하지 않은 쿠팡의 언론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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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준이 때랑 똑같다. 쿠팡은 '우리랑 상관 없다'고 선을 긋지 않나.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면서 문제 제기를 계속 차단해 버리니, 이렇게 간다면 내년엔 사람이 얼마나 더 죽어나갈까. 이건 정말 모르는 일이다."
지난 2020년 쿠팡 대구물류센터에서 심야노동을 하다 숨진 27세(당시 나이) 고 장덕준씨 어머니 박미숙씨가 최근 '쿠팡 뉴스룸'의 입장을 보고서 한 말이다.
쿠팡은 산재를 인정 받은 물류센터 노동자 장씨에 대해서도 유사한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법무법인 두율)는 "쿠팡에서 노동자 사망 소식이 끊이지 않지만 유족들이 사망 원인을 밝히겠다고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장덕준씨 사례처럼 실제 싸움에 나선다고 해도, 사망 2년여 뒤에야 손해배상 소송을 시작하는 등 그 과정은 지난하다"며 "쿠팡은 이런 점을 악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로사 인정 사건에서도 회사 책임을 부인하는 한편 대언론 작업에 나서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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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쿠팡노동자 사망, 뉴스룸 통해 "허위" 주장
3년 전 '52시간 준수쿠팡 근로자 아냐' 반복
장덕준씨 손배 법정서도 "과도한 다이어트"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덕준이 때랑 똑같다. 쿠팡은 '우리랑 상관 없다'고 선을 긋지 않나.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면서 문제 제기를 계속 차단해 버리니, 이렇게 간다면 내년엔 사람이 얼마나 더 죽어나갈까. 이건 정말 모르는 일이다.”
지난 2020년 쿠팡 대구물류센터에서 심야노동을 하다 숨진 27세(당시 나이) 고 장덕준씨 어머니 박미숙씨가 최근 '쿠팡 뉴스룸'의 입장을 보고서 한 말이다.
열흘 새 쿠팡 '퀵플렉스' 택배노동자가 잇달아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쿠팡의 언론 대응이 또다시 비판에 휩싸이고 있다. 고인의 근무 시간, 사망 원인 등을 놓고 사실관계를 부인하는 데다 과거 산재 사망 사건에서 이미 반박이 이뤄진 주장을 반복하면서다. 쿠팡의 사업전략을 비판적으로 다룬 언론사에 대한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쿠팡의 퀵플렉스 택배기사 박아무개씨가 경기 군포에서 새벽배송을 하던 중 숨을 거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그의 사인이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비대'라는 소견을 냈고, 중대재해와 직업환경의학 전문가들은 과로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로부터 일주일 만인 20일엔 김포에서 또다른 퀵플렉스 기사가 뇌출혈로 숨졌다.
특수고용노동자인 퀵플렉스 기사는 당일 배송인 '로켓배송'을 포함해 쿠팡의 택배 물량의 대부분을 소화하고 있다. 전국택배노동조합에 따르면 전국에 1만 명 정도인 이들은 쿠팡 배송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와 위탁 계약한 배송업체 소속 '개인사업자'로 일하고 있다.
쿠팡은 과로사 가능성에 대한 제기에 적극 공세를 펼치고 있다. 쿠팡은 자사 '뉴스룸' 홈페이지를 통해 “택배노조는 마치 당사 소속 배송기사가 과로사한 것처럼 허위주장한다”며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일방 주장”이자 “정치적 주장”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쿠팡이 고 장씨와 박씨 등 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해 밝히는 입장에는 공통점이 있다. △고인의 노동 시간이 주 52시간을 넘지 않았으며 △고인은 쿠팡의 근로자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야간노동 가산하면 산재기준 충족인데
CLS는 13일 “업무위수탁계약을 맺은 A물산에 따르면 고인은 주 평균 55시간을 일했다”고 발표했다가 “52시간을 근무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CLS 발표에 따르면 박씨는 산재 인정 기준을 넘는 시간을 일했다. 고용노동부 장관 고시에 따르면 고인이 일한 22~06시 사이 야간근무는 실 근무시간의 30%를 가산해야 한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그 속한 야간조는 통상 밤 9시부터 7시까지 10시간, 주 6일 일했다. CLS 주장에 따라도 그의 근무시간은 52시간의 1.3배인 67.6시간이다.
쿠팡은 산재를 인정 받은 물류센터 노동자 장씨에 대해서도 유사한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3년 전 사망 당시부터 최근 장씨 가족들이 쿠팡풀필먼트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변론에서도 장씨의 노동시간이 주 평균 44~45시간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씨 어머니 박미숙씨는 이에 대해 쿠팡이 주요 사업전략인 야간노동에 대한 규제 위반을 부인하는 셈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야간 노동이 발암물질에 해당하고 위험하다는 점이 입증됐는데도 쿠팡은 야간노동을 가산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계속 기준을 뛰어넘어 사람을 갈아넣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박씨가 “쿠팡 근로자가 아닌 A물산 소속 개인사업자”라는 주장도 고수하고 있다. 쿠팡이 3년 전 뉴스룸을 통해 장씨에 대해 '상시직(3·9·12개월 계약직 포함)이 아닌 일용직'이라고 주장했던 것과 겹친다.
퀵플렉서 택배기사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 산재를 인정하고 노조법상 노동자로 보는 관행은 오래됐다. 최근엔 새벽배송을 택배기사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한 판례도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컬리의 배송자회사 '컬리 넥스트마일'과 위탁계약을 맺은 기사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택배노조는 박씨 역시 CLS의 노동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매일노동뉴스와 경향신문, 한겨레 등이 이 같은 사실을 지적했다.

쿠팡이 박씨 사망에 대해 잘못된 사실관계를 들며 산재 가능성을 부인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은 뉴스룸을 통해 “심장 비대로 인한 사망이라는 국과수의 1차 부검 소견과 이에 따른 경찰의 내사 종결 예정이라는 보도에도 불구하고 택배노조는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마저 쿠팡에 대한 악의적 비난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사 종결'은 타살이 아니라는 의미에 그치는 데다, '심비대'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판례가 존재한다.
쿠팡(CLS)은 지난 20~24일 이와 같은 재반박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쿠팡은 입장 문의에 “택배노조는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허위사실 유포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CLS는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주장하는 택배노조에 향후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뉴스룸 입장을 반복해 전했다.

한겨레에 언중위 제소
“갑작스런 내용증명, 언론사 압박 수단”
쿠팡에 비판적 보도를 한 언론사를 상대로 한 언론중재위 제소도 이어지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한겨레 기사 3건에 대해 언론중재위 제소에 나섰다. 지난 18일 조정 결과 2건은 조정이 결렬됐고 1건은 직권조정에 따르기로 했다. 한겨레는 데스크 칼럼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앞서 쿠팡은 한겨레와 일요신문, 프레시안 등 물류센터 집단감염과 산업재해 사망 등 쿠팡 노동실태를 보도해온 언론에 잇달아 언론중재위 제소 또는 거액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나선 바 있다.

한겨레는 3건의 기사에서 △쿠팡이 입점 업체에 벌이는 '납품가 인하' 요구 △쿠팡이 일반 택배회사와 달리 배송물품에 무게 제한을 두지 않는 제도 △배송마감 압박으로 인한 장시간 위험 노동 실태를 다뤘다. 모두 쿠팡 측 반론을 포함했다.
이완 한겨레 산업팀장은 쿠팡의 제소가 언론사에 대한 압박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정량 비교하기 어렵지만 다른 기업은 법적 조처에 들어가기 전에 반론 게재를 요청하거나 더 자세할 설명, 항의를 하는 등 언론사와 대화를 거친다. 그러나 쿠팡은 보도 뒤 갑자기 회사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대화보다 먼저 법적 대응하겠다는 입장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 팀장은 “언론사에 대해 압박을 가하기 위한 수단으로 언론중재위를 통해 손해배상까지 요구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쿠팡의 변하지 않는 대응,
'야간위험노동' 전략 유지 선언
쿠팡은 법정에서도 산업재해에 대한 회사 책임을 부인하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매일노동뉴스에 따르면 쿠팡은 야간 물류센터 노동을 하다 숨진 장씨를 두고 산재 손배 소송 변론에서 '과도한 체중감량 탓'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됐다.
[ 관련 기사 : [단독] 산재 인정된 20대 노동자 과로사 “과도한 다이어트” 때문이라는 쿠팡 / 매일노동뉴스 ]
박미숙씨는 “덕준이가 일하는 1년 4개월 동안, 일을 시작해 사망하기까지 볼살이 빠지다 못해 근육이 녹아내리다시피 했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틈만 나면 먹도록 하고, 근육이 빠지니 고기나 회처럼 단백질 위주로 계속 해줬다. 덕준이가 일 때문에 식사시간을 놓치니 사탕과 소금, 포도당을 항상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그걸 안 먹으면 못 버티니까. 쿠팡은 갖고 '다이어트'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족과 언론에 대한 대응은 쿠팡이 지금과 같은 사업방식을 이어가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법무법인 두율)는 “쿠팡에서 노동자 사망 소식이 끊이지 않지만 유족들이 사망 원인을 밝히겠다고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장덕준씨 사례처럼 실제 싸움에 나선다고 해도, 사망 2년여 뒤에야 손해배상 소송을 시작하는 등 그 과정은 지난하다”며 “쿠팡은 이런 점을 악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로사 인정 사건에서도 회사 책임을 부인하는 한편 대언론 작업에 나서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씨는 “덕준이 이후로 사망사고들이 많이 났는데, 그 때 쿠팡은 심지어 뉴스룸에 '코로나 시기 쿠팡 때문에 (택배기사가) 극복했다, 살아남았다'고 모집 광고하기도 했다”고 했다. “쿠팡이 배송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취한 로켓배송, 새벽배송을 강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람을 갈아내는 위험한 노동을 유지할 수밖에 없으니 다른 것으로 이 상황을 덮으려는 것이다. 제발 사실 왜곡하기를 멈춰주길 바란다. 어떻게든 야간노동 규제가 이뤄지고, 쿠팡이 책임을 져야 죽음이 멈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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