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트볼 맛집' 이케아? 대세는 '플랜트볼'…왜 한국서 불티나게 팔리나 [New & Good]

이소라 2023. 10. 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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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이케아 컨트리푸드 매니저 인터뷰
플랜트볼, '채식 국가' 인도 다음으로 잘 팔려
건강관리 관심 늘고 가격도 저렴해 수요 증가
이케아 레스토랑에서 판매 중인 플랜트볼 메뉴. 외형도 맛도 미트볼과 비슷하지만 식물성 재료로 만든 제품이다. 광명=윤서영 인턴기자
스웨덴 미트볼은 칼 12세 국왕이 18세기 초 터키에서 들여온 것입니다.
2018년 스웨덴 정부 트위터(지금의 X)

2018년 난데없이 스웨덴 정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 공식 계정에 올라온 글이 누리꾼의 이목을 끌었다. 미트볼의 기원이 스웨덴이라는 잘못된 상식이 퍼지자 사실을 바로잡는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스웨덴 기업 이케아에서 판매하는 미트볼이 전 세계에서 매년 10억 개 이상 팔리며 스웨덴의 상징인 것처럼 소비되자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미트볼 맛집'으로 유명한 이케아코리아가 이번엔 '플랜트볼'로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겉모습도, 맛도 미트볼을 꼭 닮은 플랜트볼은 사실 식물성 재료로 만든 냉동제품이다.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소비 트렌드가 정착하면서 플랜트볼이 미트볼을 대체할 효자상품으로 떠오른 것이다. 23일 경기 광명시 이케아에서 만난 김혜란 컨트리푸드 매니저는 "전 세계에서도 특히 한국 소비자들이 플랜트볼을 좋아한다"며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 레스토랑 관련 메뉴 수를 늘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완두콩 단백질로 만든 플랜트볼, 미트볼 대안으로

김혜란 이케아 컨트리푸드 매니저가 23일 경기 광명시에 위치한 이케아에서 본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광명=윤서영 인턴기자

2021년 한국 소비자들을 처음 만난 플랜트볼은 노란 완두콩에서 추출한 단백질과 귀리, 감자, 양파, 사과 등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 제품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이 미트볼과 비교해 96%나 줄었다. 그럼에도 식감은 미트볼과 비슷해 환경을 생각하며 육류 소비를 줄이고 싶지만 고기 맛은 즐기고 싶은 고기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다는 설명이다.

한국은 이케아가 진출한 전 세계 50여 개 나라 중에서도 인도 다음으로 플랜트볼이 잘 팔리는 시장이다. 인도가 세계 최대의 채식주의 국가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에서 올린 매출은 상당하다는 뜻이다. 2022년 9월~2023년 8월 플랜트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이케아코리아 레스토랑에서는 '플랜트볼 김치볶음밥' 등과 함께 '플랜트 숯불갈비', '플랜트 크림 파스타' 등 식물성 재료로 만든 메뉴를 확대 중이다. 이케아코리아는 2025년까지 이케아 레스토랑의 메인 메뉴 중 절반을 식물성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올해 플랜트볼의 인기로 이를 조기 달성했다.


비건 아니어도 찾는 플랜트볼, 인기 이유는

이케아 레스토랑에서 판매 중인 식물성 재료 메뉴들. 광명=윤서영 인턴기자

플랜트볼을 사는 고객은 채식주의자나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김 매니저는 고기를 즐기는 가족 단위 고객도 건강과 맛 때문에 플랜트볼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건강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매니저는 "식물성 재료에 대한 거부감도 많이 낮아졌다"며 "특히 레스토랑에서 김치볶음밥처럼 익숙한 음식과 즐길 경험을 제공했더니 부담 없이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저렴한 가격도 한몫했다. 매장 내 스웨덴 푸드 마켓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플랜트볼 한 봉지(500g) 값을 1,000원 내려 6,900원에 팔고 있다.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는 '플랜트볼 김치볶음밥'(4,800원)과 으깬 감자를 곁들인 '플랜트볼 8알'(4,900원) 메뉴는 5,000원이 채 안 된다. 히트 상품인 '미트볼 8알'(6,900원)과 비교해도 2,000원가량 싸다.

김 매니저는 "식물성 먹거리는 특히 가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기가 들어간 보통 상품과 달리 식물성 제품은 구매 장벽을 낮추는 데 값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케아코리아는 레스토랑 신메뉴를 만들 때도 먼저 가격을 정한 뒤 이에 맞춰 메뉴와 재료를 고민한다. 그렇다고 싸기만 해서는 안 된다. 김 매니저는 "고객은 무조건 싸다고 사지 않고 항상 질을 따진다"며 "특히 식물성 메뉴는 식감이 고기와 비슷한지 고기같이 오래 씹을 수 있는지를 고려해 여러 시제품을 만들고 고객을 상대로 테스트도 한다"고 말했다.


쇼룸보다 30분 일찍 레스토랑 문 열어…"고객 배 채우고 쇼핑하도록"

2014년 12월 경기 광명에 문을 연 이케아 매장. 이케아코리아 제공

가구와 소품 등을 판매하는 이케아코리아가 먹거리에 힘을 주는 이유는 음식이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모객 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케아 창립자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는 "배고픈 상태에서는 물건을 살 수 없다"며 고객의 배를 먼저 채워 쇼핑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케아를 가구 매장이 아닌, 쇼룸도 보고 식사도 즐기는 나들이 장소로 만든다는 계산이다.

고객의 배를 채우기 위해 이케아코리아는 평소 쇼핑 매장보다 30분 일찍 레스토랑 문을 연다. 조식 메뉴도 마련해 주거 단지가 많은 기흥점, 고양점 등은 평일 오전 오픈과 동시에 눈 깜짝할 사이에 레스토랑에 고객이 들어찬다. 광명점은 주말에만 1만5,000~2만 명이 오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식사까지 마친 뒤 떠난다고 한다.

김 매니저는 어린이를 위한 레스토랑 메뉴도 개발할 예정이다. 그는 "어린이가 먹을 수 있는 키즈 메뉴를 식물성으로 선보이려고 한다"며 "또 다른 스테디셀러인 핫도그를 식물성 제품으로 만들거나 플랜트 라구 소스를 곁들인 플랜트볼 등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광명=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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