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체험 알바 모집" 그 문자의 실체…일하고 수천만원 뜯겼다

이병권 기자, 최지은 기자 2023. 10. 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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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종철

특정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에서 물건을 대신 구매해주면 원금과 수익금까지 보장해준다고 속여 거액을 가로채는 일명 '구매대행 사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피해 금액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달한다.

25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피해자들은 대부분 문자메시지 광고를 통해 구매대행 사기에 노출됐다. 본업을 가진 이들이 소소한 부업 거리를 찾으려다 사기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업체들은 다른 사람 대신 물건을 구매해주면 1건마다 원금과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준다고 피해자들을 속였다.

소액으로 구매대행을 할 때는 제때 원금과 포인트를 환급해주면서 신뢰를 형성한 후 금액이 커지면 여러 이유를 대며 돌려주지 않다가 잠적하는 것이 공통된 수법이다.

일반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는 회사원 A씨(34)는 지난달 19일 "쇼핑몰 체험단 알바(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는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구매대행 아르바이트에 뛰어들었다. 구매대행을 할 때마다 원금과 수익금이 포인트로 환급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업체가 알려준 홈페이지에 가입한 뒤 홈페이지 하단에 나온 계좌로 5만원을 입금하자 A씨 명의로 5만 포인트가 쌓였다. 담당자가 시키는 대로 4차례 구매대행 업무를 수행하자 원금에 10~15% 수익금이 더해진 포인트가 환급됐다. 담당자로부터 출금 절차를 안내받은 A씨는 포인트를 돈으로 변환해 자신의 계좌에 입금할 수 있게 됐다.

이어 담당자는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A씨를 '팀 미션'으로 끌어들였다. 텔레그램에 개설된 방에는 매니저를 포함해 총 5명이 참여하고 있었다. 이들 모두 구매대행 팀원이라는 소개를 받았다.

A씨가 처음 업무에 참여할 당시 5만원대 정도의 물건을 구매대행했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금액이 커졌다. 4번째 거래에는 약4000만원을 입금했다. A씨는 고객센터로 연락해 출금을 신청했으나 고객센터 측은 "출금하려면 소득세를 내야 한다"며 "출금 요청 금액의 50%를 선납하면 출금액과 소득세까지 모두 돌려주겠다"고 답했다.

이후 A씨가 소득세 명목의 돈까지 입금하니 고객센터 측은 "갑자기 많은 돈이 들어와 은행 모니터링에 걸렸다"며 "다른 통장으로 3800만원을 추가로 넣으라"고 말했다.

사기라는 걸 눈치챈 A씨가 신고하겠다고 하자 고객센터는 "저녁 6시까지 3800만원을 입금하지 않으면 포인트가 소멸된다"고 답했다. 오후 6시가 되자 포인트는 모두 사라졌다. A씨가 입금했던 계좌의 계좌주와 번호도 바뀐 상태였다.

A씨가 구매대행 사기를 당한 'ㄷ'쇼핑몰은 홈페이지 접속 시 중국어로 '해당 사이트를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B씨가 피해를 입은 'ㅇ'쇼핑몰 역시 접속할 수 없는 도매인 주소다.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홈페이지들만 30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사진=ㅇ쇼핑몰 사이트 갈무리


온라인 플랫폼 개인사업자로 일하고 있는 B씨(44)도 같은 수법으로 사기를 당했다. 사이트명과 주소는 달랐지만 문자메시지로 접근해 일정 시간이 지난 후 텔레그램 단체방으로 초대됐다.

A씨와 B씨에 따르면 텔레그램 방에 있던 이들은 업체와 한패였다. 이들이 구매대행을 그만두려고 할 때마다 대출을 권유하며 피해자들이 계속 돈을 쓰도록 유도했다. "탈퇴하면 모두가 페널티를 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B씨가 속한 텔레그램 방의 팀원들은 "수익이 보장되는데 왜 그만두냐" "대출해서라도 입금하라"는 식으로 말했다. B씨는 대화방을 나오면서 업체로부터 420만원의 피해액도 돌려받지 못했다.

현재 A씨가 구매대행 사기를 당한 'ㄷ'쇼핑몰은 홈페이지 접속 시 중국어로 '해당 사이트를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B씨가 피해를 입은 'ㅇ'쇼핑몰 역시 접속할 수 없는 도매인 주소다.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홈페이지들만 30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서울 송파경찰서에, B씨는 인천 서부경찰서에 각각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구매대행을 사칭한 사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문자메시지 등을 받았을 때 사기 피해일 수 있음을 염두에 두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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