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행동 '3단계 안전망' 곳곳에 구멍…"사각지대 메워야" [정서행동 위기 5편]

서진석 기자 2023. 10. 2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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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자신의 아이가 '왕의 DNA'를 가졌다는 편지를 교사에게 보내 논란이 됐던 교육부 사무관의 사연, 기억하실 겁니다. 


최근 교권 침해 사안 가운데 상당수가 이 같은 정서 행동 위기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데요. 


교사들을 보호할 대책과 함께, 위기 학생들을 조기에 찾아내 치료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도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정서행동 연속보도. 


먼저, 영상부터 보고 오겠습니다. 


[VCR]


매년 급증하는 

정서·행동 위기 학생


선별부터 치료연계까지

1·2·3단계 안전망…곳곳에 '빈틈'


교육부 '교육청 평가'에도 속수무책

정서·행동 안전망 촘촘히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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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정서행동 문제에 대응하는 안전망은 어떻게 보완돼야 할지, 취재기자와 자세히 짚어봅니다. 


서진석 기자,  최근 학교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갈등의 현장에서, 정서행동 위기 문제가 발견되고 있는데요.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겁니까.


서진석 기자

지난 6월 양천구 소재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학생에게 교사가 폭행을 당해 전치 3주의 피해를 입은 사건이 있었는데요.


저희 취재진이 입수한 사안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학생은 정서·행동장애가 있는 학생이었습니다. 


사건 전부터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연계 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교권 침해로 휴직을 한, 또 다른 교사를 만났는데요.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이 교사는 올해 초 교실에서 문제행동을 해 오던 학생을 지도하던 과정에서, 도리어 성추행을 당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진단받았습니다. 


가해학생은 초등학생 때부터 ADHD 증상이 있었지만 치료를 거부해 왔다고 하는데요. 


문제 징후를 감지하고도 방치해 왔던 탓에,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더 심각한 비행을 저지르게 된 겁니다.


최근, 이른바 '왕의 DNA'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샀는데요.


학교 안에서 일하는 교권 침해, 혹은 학교폭력 사안 가운데 상당수가 정서행동 문제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실제, 한 교원단체가 전국 유·초·중 교사 6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현재 수업 교실에 정서·행동 위기 학생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가 무려 87.1%에 달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예전에는 이런 학생들을 단순히 문제아라고 치부하는 일이 많았지만, 위기 학생으로 보고 근본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실태조사가 1차 안전망이라고 볼 수 있는데, 허점이 많다고요.


서진석 기자

네, 교육부는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 중학교와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서행동 특성검사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우울, 불안, 주의력 결핍 등, 학생의 정서나 행동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집단과 관심군을 조기에 찾아내 도움을 주기 위해 운영하는 검사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해마다 ADHD나 정신과 진료를 받는 학생이 매년 10%, 많게는 30% 가까이 급증했는데요. 


정서행동 검사로 발견된 위험군 학생은 코로나 전후로 매년 약 3.4%로 사실상 차이가 없습니다. 


선별검사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는 건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데, 이 검사는 2018년 이후 5년 이상 개선된 적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중고등학생용 검사에서 자살 위기군을 선별하는 문항은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등 3문항에 불과하고, 초등학생용 검사에선 이마저도 없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E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검사 도구를 개편할 시기"라며 "문항이나 신뢰도, 타당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는 오는 12월까지 진행할 예정이지만, 새로운 검사가 언제 도입될지는 아직까지 결정된 게 없는 상황입니다.


서현아 앵커

선별검사에서 찾아낸 관심군 학생을 돌보는 게 2차 안전망일텐데, 여기도 빈틈이 많다고요?


서진석 기자 

정서나 행동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한 안전망은 크게는 3가지입니다.


말씀해 주신 특성검사와 학교의 상담실, 위(Wee)클래스가 1단계 안전망이고요.


2단계는 교육청의 위(Wee)센터나 지역 지자체 정신건강복지센터, 그리고 지역 병의원이 있습니다.


1단계로는 관리가 어려운 관심군으로 판정났지만, 2단계 기관으로 연계되지 않은 학생들은 최근 5년 평균 30%, 4만 3천 명에 이릅니다. 


지역마다 의료기관에 연계되는 비율의 차이가 큰데요.


충남교육청은 최근 5년 평균 99.3%의 관심군 학생을 2차 기관에 연계해 연계율 1위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5년 연속 전국 꼴찌를 기록한 경기도교육청은 50%도 못 미치는 2차 기관 연계율을 허위 보고로 부풀리려다 번복한 사례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충남의 경우 해마다 정신과 전문의가 없는 위센터나 지역 상담센터에 연계한 비율이 50%가 넘고, 병원에 연계된 학생의 비율은 2%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이렇게 되면 2차 기관에 연계했다 하더라도 전문적 치료에는 불리하겠죠. 


서울과 경기에선 그래도 20% 정도의 관심군 학생이 정신과 의사가 있는 병원이나 의원,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계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현아 앵커

정서행동 위기 학생을 위한 안전망은 크게 3단계로 구분된다고 하는데, 마지막 3차 안전망은 어떻습니까.


서진석 기자

교육당국이 운영하는 3차 안전망은 위(Wee)스쿨, 병원형 위(Wee)센터, 가정형(Wee)센터 등 대부분 기숙형으로 상담과 치료를 제공하는 시설입니다.


위스쿨와 병원형 위센터는 지난해 기준 전국에 각각 16개, 13개밖에 없어서 광역지자체당 1개도 안 되는 수준이고요. 


3차 시설을 보내려고 해도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 경기 등 대다수 지역에서 현재까진 중고등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초등학생 같은 경우엔 입소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가 이야기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김영신 전문상담교사 / 경기 용인홍천고등학교

"이 아이들을 잘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위탁 교육 시스템에서, 소수의 아이들 대상으로 이 아이에게 맞춤형 치료를 좀 받게 하고 그것이 좀 해결됐을 때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면 이런 문제가 해소될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인프라 자체가 부족하고, 지역별로 격차가 큰 상황인데요. 


중앙정부 차원의 대응은 어떻습니까?


서진석 기자 

교육부는 매년 교육청이 정서행동 위기 학생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평가하고 있는데요.


평가 지표는 "학생 자살을 예방을 위한 노력" 하나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P/F 방식이라 변별력이 크지 않습니다.


특히, 약 5년 전부터 시도교육청 평가에서 인센티브나 행재정적 제재를 주는 방식도 사라져, 교육부의 평가를 사실상 교육청에 강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표의 실효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해당 지표를 교육감도 알다 보니 담당과에서 부담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제재 효과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올해 정서행동 위기 학생 관련 교육청 평가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진행될 예정이라, 2차 기관 연계율이나 3차 안전망 확충 등 위기 학생을 위한 인프라 확충의 동력은 크지 않을 전망입니다.


서현아 앵커

학생들뿐만 아니라 당국의 부족한 지원으로 현장에선 어려움이 클 거 같은데요. 


현장에선 어떤 요구가 나옵니까?


서진석 기자

크게 학교 현장에 대한 지원과 학교 밖 지원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특수학교에서 주로 사용하는 '긍정적 행동지원' 프로그램을 학교 현장으로 확대해달란 요구인데요.


학생이 문제행동을 하는 선행사건에 대한 분석부터, 각종 전문적인 심리검사, 목표행동 설정과 중재 등 다양한 과정이 담겨있습니다. 


특수교육 대상까진 아니지만 이에 준하는 정서행동 위기 학생에게, 맞춤형 행동 중재를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단 이야깁니다. 


학교 밖 지원으로는 학교 위기관리위원회와 교육지원청 위센터의 역할과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인데요. 


학부모 동의가 없으면 치료를 연계할 수 없는 현행 구조상, 외부 전문가와 지원청 전무가 등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조언이 학부모들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이 밖에도, 정서행동 특성검사 결과를 현행 구조대로 곧바로 폐기할 게 아니라, 샘플링이라도 해서 보다 구체적인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생활지도에 관한 연구가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정서와 행동 통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적이고 촘촘한 지원이 이어질 수 있을지, 계속해서 취재해 주시길 바랍니다. 


서진석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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