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 “부동산 통계 조작은 국기 문란…3기 신도시, SH공사에 기회 달라”

백윤미 조선비즈 기자 2023. 10. 2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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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본부장,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 본부장 사진 박상훈 조선일보 기자

“과연 지금 시점에 아파트를 공급해달라고 하는 시민이 있을까. 이번 부동산 공급 대책은 건설업자들을 위한 정책이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 사장은 9월 26일 인터뷰에서 같은 날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공급 대책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사태가 제대로 수습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불안한 시민이 공공 주택을 어떻게 믿고 분양받을 수 있겠냐는 이유에서다. 이어 그는 “SH공사에 3기 신도시 물량을 맡긴다면, 분양가 반값에 품질도 월등한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정부는 3기 신도시 3만 가구를 포함해 총 5만5000가구 수준의 주택 공급 물량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건설 업계의 자금 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보증 규모를 10조원 더 늘리고, 정책·민간 금융기관의 금융 공급도 확대하기로 했다.

김 사장은 1997년부터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활동을 시작해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20여 년간 주택 가격 안정화를 위해 목소리를 냈다. 2021년 11월 SH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김 사장을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SH공사 본사 사장실에서 만나 이번 부동산 공급 대책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부가 발표한 주택 공급 대책에는 3기 신도시 공급 일정을 앞당기고, 물량도 일부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 어떻게 평가하나.
“이미 늦어졌는데 뭘 더 앞당기느냐. 앞서 진행했던 사전 청약은 있어선 안 될 정책이다. 택지도 확보 안 됐는데 아파트를 분양한 것처럼 사람을 현혹시키는 정책이다. 이걸 늘리겠다 당기겠다 하는 게 공급 대책이라고 할 수 있나. 그리고 부실 공사를 해 온 LH 같은 공기업이 짓는 아파트의 청약 물량을 늘리면 국민이 좋아하겠나. 오히려 불안하다. 당첨돼도 고민스러울 거다. LH의 ‘사과 쇼’ 이후에 공급 대책을 발표한다고 해서 부실한 아파트를 공급해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겠나. 이건 건설업자를 위한 대책이다.

SH공사 분양은 사전 청약이라는 제도가 없다. 90%가 후분양이다. 2년 동안 9000가구를 공급할까 말까다. 경기도에 3기 신도시 지을 거면 LH보다 20년 앞서 후분양과 분양 원가 공개, 직접 시공제, 설계 도면 공개, 자산 공개, 사업 결과 공개 등을 실시한 우량 공기업에 3기 신도시 맡겨달라. SH공사가 분양가를 기존의 반값에 공급하면서 월등한 아파트를 짓겠다.”

현재 주택 공급이 위축된 것은 사실 아닌가.
“그건 도대체 누가 예상하는 거냐. 오세훈 서울시장이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과 모아타운 등으로 지난 1~2년 사이에 엄청나게 허가를 해 줬다. 여의도나 강남 등 아주 위치 좋은 곳에 초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도 해 줬다. 공급량이 앞으로 홍수가 날지도 모를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텐데 경기도 변두리에 공급을 앞당기고 늘릴 이유가 있나. 지난 30년 동안 LH와 국토교통부는 서울 집값을 잡으려면 경기도에 신도시를 지어서 아파트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30년간 집값이 안정됐나. 아니지 않느냐. 그건 이미 실패한 정책이다. 2기 신도시 건설 때부터 교통지옥을 만들어놨다. 3기 신도시 역시 교통 대책이 하나도 없다. 그것부터 마련해야 한다. 그걸 SH공사가 해주겠다는 거다. 교통망에도 참여하고 명품 아파트도 공급하겠다는 거다. 서울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하겠다.”

최근 LH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중간 평가를 한다면.
“100점 만점에 10점이다. 이제껏 한 게 없고 앞으로도 할 것 같지가 않다. 전 직원이 머리를 맞대서 대안을 만들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행태를 보면 하던 대로 땜질식 처방만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저격수로 유명했는데, 윤석열 정부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공기업 사장 되고 나서 최초로 평가하는 거다. 익숙지 않지만, 평가한다면 (100점 만점에) 60점이다. 대한민국에서 서울이 전체 부동산값의 60%를 차지한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SH공사가 추진하는 변화와 혁신이 윤석열 정부에서 정책화되면서 서울 집값을 안정화했다. 문 대통령이 (고향인) 양산으로 내려간 직후부터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해 1년 6개월간 매우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실련 시절부터 ‘투명 경영’을 이야기해 왔다. 현재 SH공사에서 실현하는 과정에서 느낀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있다면.
“SH공사는 20년 전부터 아파트를 직접 지어 공급해 자체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다. 올해 4월에 LH 인천 검단 철근 누락 사건이 터졌다. 당시 내부에도 이런 문제가 있는지 점검해 보라고 했는데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에 현장에 나가서 검증하더니 ‘아무 문제 없다’고 하더라. 그런데 시스템상 문제가 없을 수밖에 없다. 자신 있게 아무 이상 없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국토부가 전수조사를 해보라니까 철근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검사를 해 봤더니 정말로 아무 문제가 없었다. 사실 그 전부터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최근 문재인 정부 부동산 통계 조작 사건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당시 경실련이 문 대통령 취임 후 아파트값이 52% 올랐다며 비판하니,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토부에 ‘경실련 본부장이 날뛸 때 강하게 반박하라’고 했다고 한다.
“이들이 집값을 잡을 생각이 없었구나, 더 끌어올리거나 지탱하려고 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랬을까. 경제정책이 없는 대통령은 국민을 부동산 투기에 끌어들여 도시 개발, 분양 사업을 해 내수 경기를 일으킨다. 경제성장률 3%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모든 국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당시 집값 안 올랐다는 조작된 통계를 사용하는 걸 검증할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나는 경실련에서 인턴, 자원봉사 학생 20~30여 명을 투입해 서울 약 8만 가구의 아파트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놨다. 이걸 다시 2019년부터 작동시키기 시작한 거다.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토론을 제안해 왔지만, 공개로 전환하자고 하니 성사가 안 됐다. 토론하고 싶은 마음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계급장 떼고 문 정권 당시 장관이나 청와대 실장들 누구하고도 좋다. 공개된 장소에서 얼마든지 토론하자. 숨지 마라. 내가 근거를 많이 가지고 있으니 수사기관이 와서 나를 조사해달라. 언제든 협조할 수 있다. 집값이나 부동산 통계 조작은 국기 문란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기본을 흔들고 젊은이들까지 ‘영끌(영혼까지 끌어다 투자)’해 부동산 투기하게 만든 것 아니냐. 이에 더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조작된 가짜 통계를 주고는 세계적으로 한국의 부동산과 주택 가격 동향을 조작한 거다. 이건 심각한 문제다.”

SH공사가 짓는 아파트를 계속 ‘명품 아파트’라고 하는데, 솔직히 공공 주택이 래미안이나 아크로 같은 아파트는 아니지 않나.
“지난해 8월 오세훈 서울시장과 싱가포르에 갔다. 50층 아파트 꼭대기에 올라가 ‘우리도 싱가포르 못지않은 주택을 짓자’고 다짐했다. 그 아파트도 10층짜리 공공 아파트를 재건축한 거였다. SH공사가 보유한 30년 넘은 아파트가 4만 가구다. 우리가 가진 땅에 타워팰리스급 아파트를 짓겠다는 거다.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대표적으로 옛 성동구치소 부지가 될 거다. 시장 권한으로 가능한 건 용적률 400~500%까지지만, 부분적으로 법 개정을 하면 그 이상도 가능할 것이다. 대통령과 국토부 장관은 경기도에 30년 전 지은 노후 계획도시를 재정비하는 특별법을 만들면서 용적률을 잔뜩 높여주겠다 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서울 시내, 그것도 공기업이 가진 토지의 용적률을 높여줘야 하지 않겠나. 서울 한복판에 있는 걸 신경 안 쓰면 서울은 어떻게 되겠나. 그 밖에 하계 5단지 재건축, 면목행정타운, 고덕강일 3단지, 마곡 등도 지금까지 지은 아파트와는 상당히 차별화된 것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렇게 서울에 명품 건축물이 들어서려면 중앙정부의 협조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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