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팀 향한 조바심 접고 ‘개인적 성장’ 필요한 때 [ESC]

한겨레 2023. 10. 2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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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하루운동]오늘하루운동 풋살
팀워크로 부족함 채우려 했지만
피치 위 ‘이기적 플레이’도 필요
나에게 더 집중하며 균형 잡기
풋살팀 알레그리아에프에스(fs) 팀원 12명이 지난 12일 훈련을 위해 서울 아차산 배수지체육공원에 모인 모습. 장은선 제공

“다른 사람 너무 신경 쓰지 마!”

감독님이 던진 한마디에 나는 우리 팀 주장 은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훈련이 끝난 후 라커룸에 모여 팀원들의 낮은 출석률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새 팀원들과 어떻게 하면 친해질 수 있을지 고민된다고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말라니?

게다가 그게 주장한테 유효한 말인가? 평소 같았으면 무슨 말을 그리 섭섭하게 하느냐며 옆에서 쏘아붙였을 나지만 그 순간만큼은 나도 당황했다. 우린 한팀인데 어떻게 신경을 안 쓰지? 서로 신경 안 쓰고 훈련 나와서 각자 레슨받듯 하고 갈 거면 ‘이게 팀이야?!’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각자의 속도·방식 인정해야

팀원이 늘면서 확실히 훈련 방식이 다양해지고 강도도 더 세졌다. 그 덕에 팀 훈련은 훨씬 재밌어졌지만, 확실히 모두 하나 되어 뭉치기는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주장인 은비의 어깨에는 모두를 아울러야 한다는 부담감이 늘어난 듯 보였다. 조바심이 느껴지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왕 높은 목표(언젠가 열릴 리그 출전)를 설정했다면 다 같이 힘껏 달려나가고 싶다. 그런데 내 몸 상태(고질적인 무릎 통증)를 보아하니 몇살까지 혼신을 다해 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더더욱 시간이 얼마 없는 것 같다. ‘원팀’이 되지 않고서는 함께 목표를 이루기란 요원하게 느껴진다. 이처럼 초조한 마음에 ‘다른 사람 신경 쓰지 말라’는 훅 들어온 한마디의 파장은 꽤 오래갔다.

나는 꽤 독립적인 성격인 동시에 타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일할 때도 마찬가지다. 특히 팀으로 일할 때면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신뢰를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신뢰를 보여주고, 서로 지지하고 북돋워 주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그렇게 쌓인 믿음과 용기가 내게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고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물론 타인을 신경 쓰느라 내 리듬을 잃는 것이 스트레스일 때도 있었다. 어쩌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을 나서서 챙기느라 내 잇속을 챙기지 못하는 건 아닌지. 개인의 뾰족한 성과가 좋은 평가를 받을 때 내가 팀을 위해 한 일들은 둥글고 작은 것들로 여겨지는 건 아닌지. 이렇게 초조함이 이어지다 몇해 전 번아웃이 와서 상담을 받았다. 심리상담 선생님 앞에서 일과 관련해 내가 자주 꺼내던 말은 이런 거였다. “왜 다른 팀원들은 회의에서 의견을 안 낼까요? 왜 먼저 나서서 한다고 안 할까요?” 그땐 내 마음속 한편에 억울함이 있었다. 팀에 생긴 구멍을 나서서 메우고, 필요할 때 먼저 다가가 손을 더하는 마음이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생각. 상담실에서 비슷한 질문을 몇번은 더 반복하고 나서야 각자의 속도와 방식이 있다는 걸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 신경 쓰지 말라’는 감독님의 말은 일종의 버튼이었다. 그 버튼은 처음에는 섭섭한 마음을 작동시키더니, 이윽고 ‘그래, 각자의 속도와 방식이 있겠지’하고 상황을 받아들이게 해주었다.(여전히 주장에게 유효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지난 한달간 팀 훈련 출석률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적게는 8명, 많게는 10명이 참석해 팀 내 5 대 5 경기도 전보다 자주 할 수 있게 되었다. 조바심냈던 것과 달리 함께 발을 맞추는 시간이 쌓이니 팀 분위기도 점점 올라오고 있다. 주장 은비도 마음을 놓은 눈치다. 몇달간 ‘팀이 된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개개인의 부족함을 팀워크로 채울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더욱 단결하길 바랐다. 결국 이 바람에도 균형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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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 갈랐던 ‘이기적 한방’

필자가 팀 훈련 쉬는 시간에 혼자 공을 몰며 연습하고 있다. 장은선 제공

축구 중계를 보다 보면 ‘이타적인 플레이’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골문 앞에서 더 나은 위치에 있는 팀원에게 패스해서 골을 만드는 경우나 우리 팀 동료의 빈자리를 열심히 채워주며 활동하는 선수들에게 흔히 붙이는 표현이다. 손흥민 선수의 플레이에도 자주 붙는 수식어다. 이타적인 플레이는 팀원 간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있을 때 가능하다. 그 반대도 성립된다. 이타적인 플레이가 쌓일수록 팀원들 간의 신뢰도 쌓인다.

애석하게도 한골로 승부를 내는 축구의 세계는 ‘이타적인 플레이’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그 반대말을 붙이기엔 어색하지만 ‘이기적인 플레이’가 만드는 환희의 순간도 축구의 일부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을 떠올려 본다. 대한민국이 결승에서 맞붙은 상대는 일본. 양팀은 전후반 치열하게 치고받았지만 승부는 나지 않았고,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그리고 연장 전반 3분, 손흥민이 일본 골대 쪽으로 드리블하고 있을 때 슛을 쏘기에 좋은 자리를 잡고 있던 이승우가 손흥민에게 비키라는 의미로 “나와 나와”라고 외치며 강한 슈팅을 때려 골을 만들어냈다. 좀처럼 뚫리지 않던 골문을 열어젖힌 이승우의 선제골로 결국 한국은 2 대 1로 승리했다. 그때 이승우가 드리블하던 손흥민을 그대로 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시안게임 2연패가 달려있는 중요한 경기에서 경기 흐름을 바꾼 이 한방이 없었다면, 경기는 예측불허의 상황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피치 위에서는 분명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 피치 밖에서 소리치는 감독님의 코칭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밀어붙일 때라거나, 딱 봐도 선수 출신인 상대편 기세에 눌려 할 수 있는 것도 못 하고 지느니 까짓거 붙어보잔 마음을 가질 때 등이 그렇다. 아무리 풋살이 팀 스포츠라지만 결국엔 매 순간 자기 자신을 믿고 집중해야 더 나은 플레이를 해낼 수 있을 테니까.

여전히 잘 안되는 것투성이인 구력 3년(그중 휴식기 1년)의 풋살러인 나에게는 ‘이타적인 플레이’라고 생각했던 원팀을 향한 조바심보다 어쩌면 이기적인(자기중심적인) 성장의 단계가 필요한 때인지도 모르겠다.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부족을 팀에 기대 채워보려 했는데, 개인의 성장을 꾀하기엔 말랑한 자세였나 보다.이제 조금 더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훈련을 해보려 한다.

글·사진 장은선 다큐멘터리 감독

온라인 매체 ‘닷페이스’에서 사회적 이슈를 담은 숏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현재는 영상 제작사 ‘두마땐필름’을 운영한다. 3년 전 풋살을 시작한 뒤로 인스타그램 @futsallog에 풋살 성장기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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