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70년, 피란수도 부산] ㉚ 피란민 애환 서린 40계단

차근호 2023. 10.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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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 계단 층층대에 앉아 우는 나그네, 울지 말고 속 시원히 말 좀 하세요. 피난살이 처량스레 동정하는 판잣집 경상도 아가씨가 애처로워 묻는구나."

부산 중구 관계자는 "전쟁의 참혹함으로 힘들었던 피란민이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제2의 고향 부산에서 빠듯한 생계를 유지하던 곳이 지금의 40계단 일대"라면서 "처절한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곳을 둘러보며 피란민들의 이야기를 떠올려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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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병산 피란촌과 1부두 잇는 통로, 구호 물품 사고팔던 장도 열려
40계단 문화관광 테마거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사십 계단 층층대에 앉아 우는 나그네, 울지 말고 속 시원히 말 좀 하세요. 피난살이 처량스레 동정하는 판잣집 경상도 아가씨가 애처로워 묻는구나."

6·25전쟁이 한창인 1951년에 히트한 가수 박재홍의 노래 '경상도 아가씨' 가사다.

'울고 넘는 박달재' '물방아' 등 노래로 잘 알려진 원로가수 박재홍이 부른 이 노래에는 피란민의 애환이 담긴 공간인 '40계단'이 등장한다.

21일 부산시에 따르면 40계단은 6·25전쟁이 시작되자 부산으로 몰려든 사람들이 형성한 피란촌인 복병산 마을과 항구 저지대를 잇는 통로였다.

복병산은 임시정부 청사와 경무대, 미 대사관 등이 몰려있던 '대청로'와 가깝고 상대적으로 안전했기에 피란민이 선호하는 곳이었다.

복병산 피란촌에서 40계단을 따라 조금만 걸어 내려오면, 피란민의 주된 일터였던 부산항 1부두 해안가 매립지가 바로 연결됐다.

피란민은 매일 일터에 나가고 식수를 기르기 위해 40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늘 사람이 많다 보니 40계단은 '국제시장'이 성장하기 전 구호 물품을 사고파는 장이 열리는 공간이기도 했다.

현재 부산 중구 동광동 '40계단 문화관광 테마 거리'에 있는 40계단은 1953년 원래의 계단에서 남쪽으로 약 25m 떨어진 곳에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다.

1953년 11월 부산역 일대에서 3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할 정도의 '대화재'가 발생했는데 그때 계단이 소실되자 지금 장소로 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40계단이 일반인에게 유명해진 것은 1999년에 개봉한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배경이 되면서다.

영화에서 킬러 역할을 맡은 배우 안성기 씨가 바바리코트를 입고 나와 '할리데이'(Holiday) 음악을 배경으로 액션을 선보인 장소가 바로 40계단이다.

중구는 현재 40계단 인근에 '40계단 기념관'을 운영하며 당시 피란민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사진과 각종 사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40계단 주변에는 피란민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각종 조형물도 설치돼 있다.

물동이를 지고 나르는 어린아이를 표현한 조형물과 뻥튀기 아저씨 조형물, 아코디언을 켜는 악사의 모습 등이 만들어져 있다.

40계단과 그 주변은 2006년도 건설교통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부산 중구 관계자는 "전쟁의 참혹함으로 힘들었던 피란민이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제2의 고향 부산에서 빠듯한 생계를 유지하던 곳이 지금의 40계단 일대"라면서 "처절한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곳을 둘러보며 피란민들의 이야기를 떠올려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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