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노골적으로 더 선동적으로 북한의 '옛말 할아버지'

문정실 작가 2023. 10. 21.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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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국제사회의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데요 북한에선 최근 어린이 프로그램에서도 적잖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어떤 프로그램들인지 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함께하실 두 분입니다. 어서 오세요.

◀ 차미연 앵커 ▶

북한에 계실 때 나민희 씨는 TV에서 어떤 프로그램 즐겨보셨어요?

◀ 나민희 ▶

북한에서 보면 아동 방송 시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애들이 밖에서 놀다가도 아동 영화한다 누가 소리 치면 다 없어져요. 그래서 집에 들어가서 아동 영화를 보고 다시 나와서 놀고 그랬었는데 소년장수라든가 영리한 너구리 다람이와 고슴도치..

◀ 나민희 ▶

토끼와 승냥이라는 만화 영화도 있었는데 승냥이가 토끼 형제를 자꾸 호시탐탐 잡아먹으려고 하니까 토끼 형제가 마음을 합쳐서 승냥이를 때려부시는 약간 그런 내용이거든요. 이런 만화 영화도 매우 좋아했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나민희 씨가 말씀하신 프로그램 중에 요즘도 북한 TV에서 종종 방영되는 것들이 있는데요. 최근 새 에피소드를 제작해서 방송하는 아동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할아버지~"

◀ 차미연 앵커 ▶

보시는 것은 옛날 할아버지라는 북한의 아동 프로그램입니다. 할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지난 10일 방송에서는 산불이 나자 숲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아동단원들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창도의 온 몸에서는 살이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창도는 밤나무 밑에 쓰러졌습니다."

◀ 김필국 앵커 ▶

9월에 방송된 누가 도적인가라는 에피소드입니다. 미국인이 북한 아동을 도적으로 몰아간 이야기를 하면서 진짜 도적은 미국이라고 강조합니다.

"오늘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미국놈은 두발달린 승냥이라는 걸 똑똑히 알게됐습니다."

"미제 승냥이 놈들은 이 땅에서 한 놈도 남지 않게 모조리 불태워 버려야 합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은 우리처럼 프로그램 홈페이지도 없고 특별한 소개도 없긴 하지만 그냥 봐도 기획 의도가 엿보입니다.

◀ 전영선 ▶

청소년 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북한의 세대 교육으로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예전 같았으면 아동교육에서는 상대적으로 정치적 내용을 조금 덜 했었는데 지금은 차세대 교육 청년 교양부터 시작해가지고 사상교육이 굉장히 중요하게 부각이 되고 있기 때문에 저런 계급 교양은 아주 어린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통해서 전달함으로써 개급 교양에 대한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있다고 할 수가 있을 것 같고요.정치적 내용을 조금 더 많이 비중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아까 내용 보니까 동심을 오히려 해치는 거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도 좀 들거든요. 어렸을 때 즐겨보셨을 것 같은데 그때는 느낌이 어떠셨는지 그리고 부모님들은 뭐라고 하셨는지 좀 궁금합니다.

◀ 나민희 ▶

할아버지가 나와서 애들이 알기 쉽게 조금 천천히 얘기하고 애들 용으로 얘기를 하다 보니까 인기는 꽤 있는 프로그램이었어요. 그런데 애들은 이제 보면서 되게 집중해서 보고 물어보잖아요. 어른들한테 이게 정말 맞냐 그러면

"할아버지 이제 말한 이야기가 정말 사실입니까?"

"왜, 믿어지지 않나요?그때 신문에도 크게 났댔습니다"

◀ 나민희 ▶

어른으로서는 그게 맞다 안 맞다를 얘기를 할 수가 없는 거예요. TV에서 나오는 내용은 다 맞는 내용이기 때문에 당연히 무조건 맞다 이렇게 얘기를 해주고 이런 그 TV의 내용에 맞게 이렇게 또 어른들이 설명을 해줄 수밖에 없는 거죠.

◀ 전영선 ▶

처음 나왔을 때 굉장히 할아버지 복장을 하고 나왔지만 나이가 30대였었거든요.

◀ 차미연 앵커 ▶

우리로 치면 김수미씨 같은 그런

◀ 전영선 ▶

굉장히 젊은 나이였고 저 프로그램 포맷을 보면 이렇게 퀴즈해서 또 맞추기도 하면 선물도 주고 또 옛날 얘기를 구수하게 구현을 잘했기 때문에 굉장히 인기 있었던 할아버지였었는데 나중에 와서 보니까 그렇게 젊은 친구였었나라고 속았다고 얘기하시는 분이 꽤 많으십니다.

◀ 차미연 앵커 ▶

저 옛말 할아버지는 우리의 시선으로 볼 때는 좀 대놓고 선전선동을 하는 그런 느낌이 좀 들긴 하거든요. 그동안 방송된 것들 그 편들을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지난해 김정일 생일인 2월 16일에 방송된 에피소드입니다. 옛말 할아버지가 옥황상제로 변해서 하늘이 김정일을 2월 16일에 내렸다면서 광명성절의 유래를 마치 전설처럼 소개합니다.

"2월 16일은 월요일인 즉 이미 백두산의 대장수님이 내리신 날인 4월 15일도 월요일이였고..."

"2월 16일로 하랍신다"

◀ 차미연 앵커 ▶

지난 8월에 방송된 패전 장군의 말로 편은 2017년에 제작된 것을 재방송한 건데요. 목이 잘린 미군을 그린 아이들을 옛말 할아버지가 칭찬합니다.

"노래를 불러도 미제 승냥이를 때려 부수는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려도 이런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 김필국 앵커 ▶

올해 들어서는 옛말 할아버지가 7차례 방송됐더라고요. 새롭게 제작된 건 3편 나머지는 재방송이었는데요. 방송 횟수는 줄었지만 내용적으로는 선전 선동이 더 강화된 것 같습니다.

◀ 전영선 ▶

아무래도 최근에 북한의 이런 동향이라든가 이런 것을 보면 사상교양에 대한 굉장히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고요. 반동사상 문화 배경법부터 시작해서 청년교양 보장법이라든가 병역문화보호법 등에서 외부 문화에 대한 적개심을 많이 높여야 되기 때문에 횟수 자체는 좀 줄었고 옛날 것을 방영하더라도 최근 내용은 굉장히 강도가 세어졌고요. 또 하나는 2022년을 기점으로 해서 김정은에 대한 수령이라고 하는 호칭이 붙기 시작을 했고 그렇게 되면 수령 교양에 대한 교양 사업이 굉장히 강화되었었고 아주 자연스럽게 어린이들에게 이야기로 전달될 수 있는 효과들이 크기 때문에 최근에 변화된 내용까지 추가된 내용으로 정치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저 내용을 보면 대략 우상화 그리고 반미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소품도 준비하는데 이런 연출은 어떻게 보시나요?

◀ 나민희 ▶

저는 진짜 저 할아버지가 한 몇 백 년 사신 분인 줄 알았어요. 그리고 아까처럼 저런 옥황상제라든가 이런 분장을 하고 나오면 진짜 무슨 동화 속에 나오는 전설 같은 인물이다. 이렇게 보여지는데 그런 사람이 나와서 김정일 김일성에 대해서 하늘이 내려준 분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진짜 어린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으로는 그걸 정말 믿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그 뒤에 소년단 넥타이 매고 조금 한 10대쯤 되는 애들은 벌써 이제 살짝 집중은 잘 안 되는 그런 표정인데 그래서 어찌 보면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좀 확실히 효과가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죠.

◀ 전영선 ▶

북한의 체제 교양도 유치원 높은 반부터 제일 먼저 배우는 게 이야기로부터 배우거든요. 더군다나 이제 저 할아버지는 보통 굉장히 지혜가 많고 존경받는 인물로 많이 묘사가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이야기들을 받아들이게 되고요. 혹시 이제 그런 질문을 하죠. 그거 정말입니까라는 질문은 아닌데 믿기 어렵지만 이게 다 정말이다라는 얘기를 하게 되면 이런 얘기들을 다 어려서부터 감정적으로는 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 효과가 크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 방송에서는 요즘 옛말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반미의식을 고취시키는 내용의 다른 아동 프로그램도 많이 편성하고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보시는 건 북한의 대표적인 만화 영화인데요. 다람쥐와 고슴도치가 평화를 위협하는 족제비나 승냥이를 물리치는 내용으로 반미를 주제로 합니다. 2012년까지 방송됐다 중단된 이 만화 영화가 지난 7월 1회부터 재방송되고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2017년부터 제작되는 만화 영화 고주몽입니다. 고구려 건국 역사를 그리는데요.

"하나의 피줄(핏줄)을 이은 동족일진데 형제를 찌르는 검이 아니라 마땅히 외적의 목을 베는 검이 되게 해주옵소서"

◀ 김필국 앵커 ▶

최근 새로운 에피소드가 공개됐습니다.

◀ 전영선 ▶

북한은 역사적으로 보면 역사 인물에 대한 평가를 할 때 기본적으로 고구려 중심 사관을 가지고 있고요. 그래서 통일신라 같은 경우에는 외세를 끌여들였다는 이유로 굉장히 부정적으로 평가를 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고주몽 같은 경우에는 저런 에피소드를 통해서 우리가 이런 분단이라든가 이런 걸 없애고 통일국가를 이루어 나가야 된다는 메시지들을 새롭게 추가하고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의 프로그램 대부분이 선전 선동하고 관련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요. 그래도 그런 경향이 좀 덜했던 프로그램 만화 영화들도 있었잖아요.

◀ 나민희 ▶

그렇죠 순수하게 정말 애들이 즐길 만한 그런 만화 영화들도 분명히 있었었어요. 감자가 소금물에 뜨는 그런 것도 있었고 그다음에 교통질서 관련해서 교통질서를 잘 지키자요라는 만화영화도 있었거든요. 이런 식으로 관련해서 뭔가 어떤 그런 사상이 덜 들어간 만화 영화들도 분명히 예전에는 많이 있었고 많이 방영되기도 했었습니다.

◀ 전영선 ▶

예전에 아동 영화라고 얘기를 했었거든요. 아동들에게 정치적 내용을 전달하게 되는 것은 혁명을 너무 쉽게 이해할 수가 있고 너무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아동들에 대해서는 이런 얘기를 하지 말라고 하는 교시가 있었고요. 그래서 과학 얘기라든가 수학 원리들을 중심으로 이렇게 이 에피소드를 만들었다고 한다면 이게 2017년 전후로 해서 만화 영화로 명칭이 변경이 됩니다. 만화영화로 바뀌게 되면서 캐릭터라든가 주제가 싹 바뀌게 됩니다. 현대물을 배경으로 해도 다 사람으로 바뀌었고요. 인민생활과 관련된 내용들을 대폭적으로 추가를 하게 됐고요. 어떻게 보면 그것 자체가 정치화돼 있다라고 표현할 수가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대부분의 어린이 만화영화에서도 강조되는 사상성 과연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 나민희 ▶

아무래도 어렸을 때 보는 것은 굉장히 또 오래오래 남기도 하고 또 그리고 북한에서는 TV에서 나오는 것밖에 볼 수 없기 때문에 제가 북한을 벗어나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저런 내용의 만화 영화를 보고 있을 것이고 또 애를 낳아서 키웠다면 그 애한테도 보여주면서 똑같이 교육을 했었을 것 같아요. 뭔가 그 내용이 잘못됐다는 걸 알아도 애들한테는 어쩔 수 없이 그 내용이 맞다 TV에 나오는 내용이 맞다. 이렇게밖에 얘기를 해줄 수 없었을 해줄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 차미연 앵커 ▶

아동 프로그램을 이렇게까지 만들 수밖에 없는 북한만의 처한 상황이 분명히 있을 텐데요. 그럼 바뀌기는 좀 기대하기가 어려울까요?

◀ 전영선 ▶

문화라고 하는 것은 위기 상황하고 늘 밀접돼 있거든요. 우리도 보면반공 시대에는 반공 영화가 있었고요. 그래서 경제적 정치적으로 안정이 되면 문화가 표현할 수 있는 영역들이 굉장히 넓어지게 됐고요. 글로벌 기준에 맞춰져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반면 북한의 최근 상황은 글로벌 보편적인 기준하고 이런 것과는 좀 반대로 가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좀 어렵다. 쉽지 않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나민희 ▶

예전에 그래도 제가 어렸을 때는 아까 그 옛말 할아버지에서 나온 누가 도적인가 하는 내용도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나 배우는 그런 내용이거든요. 굉장히 잔인한 내용이기 때문에. 그런데 이제 어찌 보면 연령대를 낮추면서까지 그런 어떤 교육을 계속한다는 것은 북한에 처한 상황이 그만큼 많이 어렵다. 이렇게 보여질 수밖에 없고 당분간 더 이런 교육을 강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 차미연 앵커 ▶

어릴 때 접하는 것들은 평생 기억되면서 때론 인생을 좌우하기도 하잖아요. 북한 아동들도 순수한 동심을 지켜주는 영상을 접할 수 있길 바랍니다.

◀ 김필국 앵커 ▶

이번 주말에 어린 시절 봤던 추억의 만화 영화 한편 볼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535643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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