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개고기’ 유명했던 모란시장, 깨볶는 냄새 가득 ‘기름 골목’ 변신[우리 동네 ‘히든 챔피언’]

박성훈 기자 2023. 10. 2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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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개고기 시장'으로 알려졌던 경기 성남시 중원구 모란시장(사진)에 깨 볶는 고소한 냄새가 가득하다.

모란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이곳에서 영업 중인 기름집은 39곳으로, 가게마다 수십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상인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1960년대 중후반 무렵에 모란시장 자리에 기름집이 처음 들어섰다.

값싼 수입 깨가 쏟아져 들어오고, 식품 대기업들도 참기름을 팔고 있지만 모란시장 기름 골목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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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 ‘히든 챔피언’
1960년대 기름집 처음 들어서
계보 이으며 현재 39곳 성업중
기름병 가득 놓인 좌판앞 북적

성남=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

한때 ‘개고기 시장’으로 알려졌던 경기 성남시 중원구 모란시장(사진)에 깨 볶는 고소한 냄새가 가득하다.

지하철 수인분당선 모란역 5번 출구로 나와 대로변에 늘어선 오피스텔 등 고층 빌딩 뒤로 들어서면 좁은 길 양쪽으로 기름 가게가 늘어서 있다. 참기름과 들기름이 담긴 푸르스름한 소주병이 빼곡히 놓인 좌판 앞이 호객하는 상인과 물건을 사려는 손님으로 북적인다. 지난 2018년 모란시장 불법도살 단속이 이뤄지면서 수십 곳에 달하던 보신탕집이 10곳으로 줄었고, 기름 특화 시장으로 면모를 되찾고 있다.

모란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이곳에서 영업 중인 기름집은 39곳으로, 가게마다 수십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상인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1960년대 중후반 무렵에 모란시장 자리에 기름집이 처음 들어섰다.

성남시가 광주군(현 광주시)에서 독립한 이듬해인 1974년 모란시장이 문을 열었다. 시장 개설 전부터 이 일대에 모란장이 섰다. 모란장은 남한산성 성내장과 석촌호수 부근 송파장 등과 함께 조선 시대부터 전국에서 손꼽히는 장시였던 만큼 이곳에 오는 상인 중 기름을 짜주는 이들도 있었을 것이고, 그중 한 명이 모란장에 터를 잡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1970년 1월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한 형제기름집 창업자의 배우자인 양순희(83) 씨는 “우리가 처음 여기에 왔을 때 기름집이 한 집인가 두 집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값싼 수입 깨가 쏟아져 들어오고, 식품 대기업들도 참기름을 팔고 있지만 모란시장 기름 골목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1986년 ‘금천기름집’을 창업한 손국한(66) 씨는 “각 집들이 수십 년간 직접 깨를 볶고, 기름을 짜면서 쌓인 경험을 대물려 전하며 여러 가게가 집단을 이루면서 같이 오래 생존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며 “젊은 가업 승계자들은 우리 세대와 다르게 온라인 판매를 통해 판로를 확대하고 있으니 이제 우리 기름 골목의 세계화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성남시는 젊은 가업 승계자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고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시장 상인회와 함께 ‘로스팅랩’을 운영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로스팅랩은 기름 골목 상인들의 교육과 소통 공간이며 손님들이 차 한잔 하면서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이기도 하다”며 “참기름 생산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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