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민생 강조한 날… 대선 때 두 번 갔던 구인사 다시 찾은 까닭

김동하 기자 2023. 10. 2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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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들도 나가서 목소리 들어야… 소통 부족 지적, 나도 많이 반성”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오후 충북 단양의 천태종 본산인 구인사를 방문, 대조사전을 참배하고 있다./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용산의 비서실장부터 수석, 비서관 그리고 행정관까지 모든 참모는 책상에만 앉아 있지 말고 국민의 민생 현장에 파고들어 살아 있는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으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나부터 어려운 국민의 민생 현장을 더 파고들겠다”며 참모들에게 이같이 지시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민심에서 동떨어지지 않기 위해선 자신뿐 아니라 국정 운영에 참여하는 참모들도 현장을 찾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이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연일 민생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충북대에서 주재한 ‘필수 의료 혁신 전략 회의’를 전후해 용산 참모진에게 이러한 지시를 전달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전략 회의에서 “저보고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하시는 분이 많아서 저도 많이 반성하고 더 소통하려고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 현실을 눈으로 보고 듣고 느낀 실상을 대통령에게 있는 그대로 보고해 달라, 이를 국정 운영에도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보통 그림을 그릴 때 화첩을 보고 그리는 건 살아 숨 쉬는 것에 미치지 못한다”며 “국민의 삶을 걸러 듣지 않고 현장에서 체험해야 국정 운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대통령의) 평소 소신과도 맞닿아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21~26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순방에서 귀국 후 공식 행사 참석 외에도 시민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일정을 늘릴 예정이다. 전문가, 교수뿐 아니라 주부와 청년, 어르신 등 정책 수요자 목소리를 듣는 ‘타운홀 미팅’도 검토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중동 국빈 방문 기간에 맞춰 김대기 비서실장 등 국내에 남아 있는 참모들이 현장 방문을 실시하는 일정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전날에도 참모들과 회의하며 “우리가 더 민생 현장에 들어가 챙겨야 한다”고 했고,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에서는 “어려운 국민, 좌절한 청년이 너무 많다. 국민의 삶을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한 참모는 “이번 선거 결과가 쓰기는 하지만 윤 대통령이나 참모들에게 좋은 약이 된 것 같다”며 “윤 대통령 국정 운영 방식이 민생 중심으로 확실히 변화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충북 단양 구인사를 방문해 참배를 마친 뒤 점심 공양 장소로 향하고 있다./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엔 충북 단양의 천태종 본산인 구인사를 방문해 종정 도용스님 등을 예방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구인사는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31일 등 대선 과정에서 두 차례 찾았던 곳이다. 당초 공식 일정에는 없던 깜짝 방문이었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정치 입문 당시 초심을 다잡기 위한 행보”라는 말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구인사에서 대조사전 참배 후 스님들과 송이 호박국, 배추김치, 취나물 볶음, 두부전 등으로 점심 공양(식사)을 했다. 윤 대통령은 스님들이 수확한 경작물에 대해 “유기농 친환경 농사를 지으며 환경보호를 하는 모습이 국민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스님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애국 불교, 생활 불교, 대중 불교로 실천해 오며 나라를 위해 항상 기도해 주시는데 감사하다”고 했고, 종정 도용스님은 “국운의 융창과 인류 평화를 기원한다”고 화답했다.

정부와 국민의힘, 대통령실은 22일 고위 당정 협의회를 열고 민생 법안 처리 상황을 점검한다. 이번 회의는 전날 윤 대통령을 만난 국민의힘 지도부가 주 1회 고위 당정 협의회를 정례화하자고 제안한 뒤 열리는 첫 협의회로, 주제는 ‘민생’으로 잡았다. 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신임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 임명직 인선을 한 후 처음으로 개최하는 협의회이기도 하다.

‘김기현 2기’ 지도부는 서민·청년·소상공인 관련 예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내년도 예산안 재검토에도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정책위 관계자는 “예산안 총액은 유지하되,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서 민생 지원을 강화한다는 차원”이라고 했다. 예산안 조정과 관련해선 지난 16일 임명된 유의동 정책위의장이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날 윤 대통령과의 공식 상견례에서 “앞으로 당이 더 주도적·적극적으로 민생 관련 정책들을 챙기고, 앞장서 이끌겠다”고 했다. 당이 정책 결정 주도권을 갖겠다는 뜻으로, 윤 대통령도 이를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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