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이 옳다”는 윤 대통령, 뭘 어떻게 바꿀지 직접 밝히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통령실 참모진에게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고 했다. 17·18일 이틀 연속 여당 지도부를 만나선 “국민의 삶을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했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민심 이반을 확인한 윤 대통령이 몸을 낮춰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왜 국민이 옳았고 무엇이 어떻게 달라진다는 건지는 알 수 없다. 윤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서 설명해야 한다.
대통령은 권력의 정점이지만 국민의 공복일 뿐이다. 민심은 천심이란 자세로 국정에 임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상식적인 말이 새삼스럽게 들리는 건 줄곧 ‘나만 옳다’는 독불장군식 국정 운영을 해왔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비판 여론을 잘못된 이념에 사로잡힌 것으로 매도하고, 민생을 거들떠보질 않았다. 이제서야 국민 목소리에 귀를 열겠다는 것은 보선 패배로 수도권·중도층 민심 이탈이 피부로 와닿고, 내년 총선 패배 시 남은 3년이 험로가 될 거라는 절박함의 발로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지만 아직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18·19일 ‘어떤 비판에도 변명해선 안 된다’ ‘많이 반성하고 더 소통하려고 한다’고 했지만 무엇을 반성하는지,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를 얘기하지 않았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주로 대통령실 참모·여당 지도부·정부 인사들 앞에서 말하고, 참모의 입을 통해 전달됐다.
윤 대통령이 대다수 국민의 뜻을 묵살하고 밀어붙인 일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묻게 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외교 저자세를 성찰하고 국민적 우려를 전달하겠는가, 보수도 반발하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중단하겠는가, 방송장악을 포기하겠는가, ‘공산전체주의’란 말은 이제 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친구의 친구’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 후 ‘대학 친구’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를 또 낸 이유가 뭔가, 숱한 정부 내 극우 인사들을 놔두고 ‘내 사람’만 또 기용할 것인가. 윤 대통령이 정말로 변하겠다면 국민 앞에 당당히 서서 분명한 언어로 직접 대답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윤 대통령의 ‘국민이 옳다’는 말은 위기 모면에 급급한 유체이탈 화법이자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될 것이다.
정부·여당이 민생을 외치고 있다. 야당도 척박해진 민생을 화두 삼고 있다. 국정은 말이 아닌 결과로 입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여야의 협치가 필수적이다. 윤 대통령이 국회와 야당을 무시해선 성과를 낼 수 없다. 당정 소통만 얘기할 게 아니라 조속히 야당 지도부와 만나 민생 문제에 머리를 맞대고 함께 답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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