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변화·역행으로 커리어 쟁취… "스타트업 성공시켜 파란 일으키고파"
매일 3시간씩 책읽는 '독서광'… "가장 많은 사업 성공시킨 기획자 되고파"
성일레인 LG유플러스 1호 엑셀러레이터
"제일 오랫동안 가장 많은 사업을 성장시킨 엑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 중엔 모두가 열광하는 신사업도 다수 포함돼야겠죠."
LG유플러스의 1호 엑셀러레이터이자 최연소 전문위원인 성일레인(41·사진) 엑셀러레이터는 지난해 6월부터 사장단에 디자인 싱킹 방법론을 가르치는 사내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회사 안팎의 30여개 신사업에 조언하는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최고경영자(CEO) 직속 신사업 발굴 조직 '인피니스타'를 설립하면서 성 엑셀러레이터를 영입했다.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이후 스타트업처럼 일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판단, 3~5년 안에 기업형 유니콘 벤처를 배출하겠다는 목표로 성 엑셀러레이터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19일 서울 중구 LG서울역 빌딩에서 만난 성 엑셀러레이터는 "반복적이고 주어지는 업무만 하던 세상에서 탈출해 시간과 공간, 일에서 자율권을 갖게 됐다"며 "여기선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의하고, 그 일을 할 사람들을 꾸리고, 비용을 조율하는 일정을 짜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과정을 총괄한다"고 밝혔다.
그는 안정보다는 변화, 순행보다는 역행, 남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자기중심으로 커리어를 쟁취하면서 성장해왔다.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성 엑셀러레이터는 카네기멜론대 경영학사, 컬럼비아대 MBA, 하버드대 석사에서 디자인 싱킹 방법론을 공부한 후 15년 이상 메이커(개발자&디자이너)와 한 팀을 이뤄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프로덕트를 계속 고도화해나가는 프로덕트 오너(PO) 업무를 맡았다.
"첫 직장은 미국 NBC 방송국이었어요. 당시 NBC와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합쳐지는 프로젝트에 들어가 재밌게 일했죠. 2년 후 한국의 아모레퍼시픽으로 옮겨 신제품과 새로운 브랜드를 기획했어요. LG생활건강과 CJ, 닥터자르트, 아멕스코리아를 거쳐 벤처 캐피털 회사인 500글로벌에서 국내외 다수의 스타트업을 멘토링했습니다."
성 엑셀러레이터는 2016년 CJ에서 최연소 팀장으로 올랐지만 이듬해 승진에서 떨어지자 '누군가한테 인정받기를 기다리지 말고 나만의 방법으로 내 인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같은 산업군에서 똑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10년 이상 하는 건 악몽같았다"며 "가만히 있으면 도태되지 않나"라고 그때의 고민을 떠올렸다.
곧바로 산업군 전환을 위해 MBA 과정을 밟기로 하고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일과 학업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CJ에서의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뒤에도 회사를 옮겨 풀타임으로 계속 일을 했다. MBA 2학기 차에 새로운 것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하고 하버드대 디자인학 석사과정에 진학하는 등 그는 한 분야에서 아쉬움이 남을 때마다 새로운 길로 확장해왔다.
하지만 성 엑셀러레이터에게도 편견 속에 살던 6년의 시간이 있었다. 그는 "2013년 말에 이혼을 했는데 이혼녀 프레임이 씌워지니까 성희롱의 타깃이 됐다"며 "부끄럽고 내가 뭔가 잘못한 것 같아 자기 비하를 하며 보냈다"고 고백했다.
"일로서 승화하기 위해 아주 많이 노력했지만 승진에서 떨어지니까 '내가 가정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어서 그런가'라는 생각이 들고 자기객관화가 안됐어요. 나를 잡아먹히는 느낌이 들어 극복하기 위한 연습을 계속 했어요. 거기서 자유로워지기까지 3년 이상 걸렸습니다."
성 엑셀러레이터는 MBA를 통해 누구를 만나도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요령이 생겼다. 그는 "이전엔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두려움 반 신남 반이었는데 이제 전부 신남으로 바뀌었다"며 "30대 후반에 MBA를 시작하니 나보다 어린 교수도 있고, 다양한 세대·인종·백그라운드의 학생들을 만나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커리어 인사이트를 담은 책 '무브업'을 출간했다. 하염없이 직장상사 눈치만 보며 끌려다니던 시절에서 시작해 지난 5년간 커리어를 비약적으로 성장시킨 6가지 요인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아울러 MBA 신입생 공식멘토와 LG유플러스 커리어 상담, 독서클럽 커리어 수업 등을 진행하면서 쌓은 직장생활 노하우를 풀어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추천사에서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높은 목표를 가지고 끊임없이 부딪혔던 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책을 소개했다.
유일한 취미가 독서인 성 엑셀러레이터는 퇴근 후 3시간 동안 매일 책을 읽는다. 멘토링과 액셀러레이팅을 하려면 산업이나 기업에 대한 궁금증이 끊이지 않는데, 매번 사람들을 만나 관련 얘길 들을 수 없으니 책으로 호기심을 해소한다. 정독하면서 책 중간중간 질문이나 감상을 적고, 다 읽은 후 독후감도 쓴다. 이런 습관이 그가 독서클럽을 이끄는 데도 도움이 돼 재미와 보람이 있다고 한다.
성 엑셀러레이터는 "능력 대비 빠르게 인정받았지만 얼마나 오래 끌고 가느냐가 핵심"이라며 "저희 회사뿐 아니라 LG 계열사에도 굉장히 많은 영역에서 신사업 엑셀러레이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타 계열사와의 합작 프로그램도, 사업으로 분사될 때도 액셀러레이팅이 있을 수도 있으니 액셀러레이팅은 끝이 없다"며 "LG 전사에 많은 엑셀러레이터가 생기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저는 일단 LG유플러스의 신사업을 성공시켜야 해요. 플랫폼 사업으로의 전환에 힘이 돼줄 배달의민족 같은 사업을 만들어야죠.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을 성공시킨 사례가 없다보니 업계의 파란이 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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