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대신 리모델링을 고민한다면

2023. 10. 1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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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건축가의 주택 건축 강의_ 제10강

건물이 있던 땅을 매입한다면 두 경우의 수를 고려하게 된다. 철거하고 새로 건물을 지을 것인가, 리모델링을 할 것인가. 건축가와 함께 리모델링의 여러 가지를 짚어본다.


최근 원자잿값을 포함해 공사비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리모델링을 고려하는 건축주가 많습니다. 신축하기에는 공사비와 긴 기간이 부담스러워, 비교적 저렴하게 진행할 수 있는 리모델링으로 눈길을 돌리는 일이 많아진 영향이라고 보입니다. 이번 달은 그래서 리모델링에 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리모델링, 증축, 대수선이란?

‘집을 고치는 행위’와 관련한 여러 가지 용어들이 있습니다. 가장 흔히 쓰는 말이 ‘리모델링’입니다. 내외부 마감을 뜯어내고 새로 설치하거나 보수하는 작업을 뜻하는 말로 자주 쓰입니다. 하지만 이 ‘리모델링’이란 표현은 법적인 용어는 아닙니다. 쉽게 말해서 인허가 절차와 관련해 쓰는 말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선 ‘건축 행위’에 대한 정의를 조금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건축 행위에는 신축과 증축, 개축, 재축 등이 있습니다. 신축이라는 것은 빈 땅에 새건물을 짓거나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새 건물을 다시 짓는 행위를 말합니다. 우리가 보는 거의 모든 건물이 신축 건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증축은 기존 건물의 면적과 층수, 높이 등을 증가시키는 것입니다. 학교나 아파트 등의 층수를 높이거나 같은 필지 안에 한 동을 더 짓는다거나 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개축은 건축물 일부를 털어내고 기존 규모 안에서 다시 짓는 것, 재축은 홍수 등의 재해로 멸실된 건물을 종전 규모 안에서 다시 짓는 것을 말합니다.


이 중 개축이나 재축은 그 사례가 많지 않고, 거의 대부분 건축 프로젝트는 신축 아니면 증축에 해당합니다. 이왕 돈을 들여 건축한다면 조금이라도 규모를 키워서 짓고자 하는 것이 많은 건축주의 희망일 테니 말입니다. 예전에는 신축과 증축 사이에서는 신축 비중이 높았습니다만, 최근에는 공사비 증가 등의 이슈로 인해 근래는 증축 비중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특히 주차나 단열, 일조사선 등 강화된 최근 법규를 적용하자면 도심지의 주거지역에서는 새 건물을 짓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이때 증축을 적용하면 새로 지어지는 부분만 현행 법규를 따르면 되기 때문에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주차대수 같은 경우도 기존 건물에 대한 주차대수는 변함이 없고, 새로 추가되는 부분에 대해서만 주차대수를 따집니다.

기존 건물 위에 증축한 서울 구로구 개봉동 프로젝트. 증축 면적은 60.03㎡로 주차대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계획되었다. 공동감각 건축사사무소 ©김창묵


신축과 증축 건축물의 건축법규 적용 차이. 증축 건축물은 증축 부분만 현행법규를 준수하면 된다.


예를 들어 서울 지역에서 근린생활시설은 134㎡당 1대를 요구합니다. 따라서 134㎡의 절반인 67㎡ 미만으로 증축할 경우 주차대수는 증가하지 않습니다(다세대,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의 경우 증축 후 산정한 주차대수와 증축 전 산정한 주차대수의 차이만큼 추가). 그리고 ‘기존의 건축물 등에 관한 특례’라고 하여 새로 증축하는 부분이 현행법을 준수한다면 예전 건축물이 현행법에 부적합하더라도 허가를 내주도록 하는 규정이 있기에, 예전에 지어진 부분이 일조사선 등 현행 법규에 위반되는 것이 있더라도 리모델링에는 문제가 없습니다(건축법 제6조, 같은 법 시행령 제6조의2). 이렇듯 증축은 법규 해석에서 유리한 부분이 있어 이를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건축 행위들과는 별개로 ‘대수선’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집안의 마감재나 경미한 부분을 보수하는 수준의 공사는 구청, 시청의 허가를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서 주변의 많은 인테리어 공사가 관청에 별도로 신고를 하지 않고 진행되곤 합니다. 하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대수선’이라고 불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관청에 신고가 필요합니다. 대수선의 정의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건축법 시행령 제3조의 2

1 내력벽을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 그 벽면적을 30㎡ 이상 수선·변경하는 것

2 기둥을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 세 개 이상 수선·변경하는 것

3 보를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 세 개 이상 수선·변경하는 것

4 지붕틀(한옥의 경우 지붕틀의 범위에서 서까래는 제외)을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 세 개 이상 수선·변경하는 것

5 방화벽 또는 방화구획을 위한 바닥 또는 벽을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 수선·변경하는 것

6 주계단·피난계단 또는 특별피난계단을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 수선·변경하는 것

7 다가구주택의 가구 간 경계벽 또는 다세대주택의 세대 간 경계벽을 증설 또는 해체하거 나 수선·변경하는 것

8 건축물의 외벽에 사용하는 마감재료를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 벽면적 30㎡ 이상 수선·변경하는 것


쉽게 말해 건물의 뼈대가 되는 골조를 건드리거나 외장을 일정 면적 이상 털어내면 대수선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다루는 단독주택, 다세대 등의 규모에서 따져 볼 때 1번과 7번, 8번 정도가 주로 걸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리모델링 수준에서 기둥이나 보를 건드리는 일은 많지 않고 방화구획에 걸리는 일도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외부 마감재를 건드리는 8번의 경우에도 건축법의 해석에 따라 2010년 이전에 지어진 구축 건물의 경우 대수선이 아니라고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역시 지자체마다 해석이 다르니 정확한 것은 확인해야 합니다.


결국 내력벽을 건드리느냐, 아니냐의 판단으로 대수선이냐 아니냐의 기준이 정해지는 일이 많은데, 이것은 구조기술사가 판단할 사항입니다. ‘구조 안전진단’이라고 불리는 절차가 필요한데요. 내력벽을 철거할 경우 그에 따른 구조보강이 이루어져야 해 정말 신중하게 접근하셔야 합니다. 최근의 구조 안전과 내진설계에 대한 기준이 굉장히 엄격해졌기 때문에 오래된 건물에 구조보강할 경우 거의 신축에 맞먹는 수준의 공사비가 소요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에이치(H)빔 등의 철골 부재를 슬래브에 받쳐서 구조보강을 하거나 탄소섬유보강이라는 공법을 통해 보를 보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력벽을 철거하는 대수선 사항인데도 불구하고 허가를 받지 않고 공사를 하다 적발될 경우 불법 건축물이 되어 과징금을 무는 것도 문제지만, 구조보강이 이루어지지 않은 건물은 안전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리모델링 프로젝트들이 워낙 많아 이러한 소규모 안전진단을 해주는 구조 업체들이 많아졌습니다. 잘 찾아보고 반드시 구조검토 후에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합니다.


대수선은 결국 인허가가 필요해 건축사사무소에 문의해야 합니다. 변경 전, 변경 후 도면 등의 서류를 갖춰 구청에 접수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용역비가 발생합니다. 최근에는 주택 소유에 따른 세금이 많아져서 주거 용도를 근린생활시설 등의 용도로 바꾸는 경우도 많아졌는데요. 인테리어/리모델링 공사와 용도변경이 함께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자리한 리모델링 주택. 건축물 입지와 특성으로 현행법규에 따른 신축이 쉽지 않아 리모델링을 결정한 사례다. Atelier ITCH ©변종석


리모델링의 장단점에 대해서

리모델링의 장점은 역시 비용과 기간입니다. 많은 분이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이유가 바로 비용인데요. 쉽게 설명하면 신축에서 골조 비용과 (지하층을 설치할 경우) 흙막이 비용이 빠진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기존 건축물의 내외부 마감을 걷어 내야 하기에 철거비가 추가로 발생하고, 구조보강을 하면 이 부분도 추가된다고 봐야 합니다. 통상적으로 같은 규모 신축의 65~70% 정도의 비용을 예상하게 됩니다. 독자 여러분께 가이드를 드리기 위해서 아주 거칠게 제시하는 수치이니 참고로만 이해하는 게 좋겠습니다. 정확한 금액은 공사비 견적을 산정해 봐야 알 수 있습니다.


공사 기간 역시 리모델링의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신축에서 터파기와 골조 타설 과정의 시간이 생략되니 공기가 무척 빨라집니다. 지하층이 있다면 지하 굴토와 흙막이 기간까지 줄어들게 되죠. 물론 기존 마감재 철거와 구조보강에 시간이 좀 걸리지만 앞서 언급한 과정에 비하면 아주 짧은 편입니다. 때에 따라 다르지만, 신축으로 10개월 걸릴 규모의 공사를 리모델링이라면 5~6개월 정도로 할 수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 역시 러프하게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밖에 앞서 언급한 법규를 유리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도 리모델링의 큰 장점입니다.

신축과 증축의 건축 과정 비교. 증축의 경우 철거와 터파기, 흙막이 공사가 생략되어 공사 기간이 줄어든다.


장점이 있는 만큼 단점도 있습니다. 리모델링의 가장 큰 단점은 기존 건축물의 골조를 그대로 써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중에서도 층고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예전 건축물은 층고에 대한 요구가 적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생활 공간만 확보할 수 있도록 하여 높이가 낮은 편입니다. 최근에는 높은 공간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에 최대한 층고를 높이는 경향이 있는데요. 리모델링의 경우 이러한 층고 확보가 어렵습니다. 2개 층을 트는 등의 방법이 있긴 하지만, 면적에서 손해가 있고 구조보강도 필요합니다.


또한, 벽식 구조일 경우 내력벽 여부에 따라 구조를 자유롭게 바꾸기가 어렵고,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일 경우 엄격한 구조보강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공사비도 따라서 오를 수 있습니다. 내진설계대상 또는 구조보강 여부는 구조기술사가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리모델링 시 반드시 문의를 거쳐야 합니다. 다만, 이러한 구조적인 판단은 건축주가 직접 구조기술사에게 문의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일반인인 건축주는 프로젝트나 건축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설계를 의뢰받은 건축사사무소가 판단해서 외주 방식으로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건축사사무소 입장에서 리모델링은 신축보다 신경 써야 할 점도 많고 손이 많이 가는 프로젝트입니다. 기존 건물의 도면이 없는 경우엔 현장을 실측해서 도면을 그려야 하고, 남아있다 하더라도 기존 건물과 상이한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도면에 근거해서 계획도면을 그렸는데, 현장에서 마감을 뜯어보니 도면과 달라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이럴 때는 그때그때 현장 상황에 맞춰 임기응변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공사 과정에서도 건축사사무소의 역할이 상당히 커지게 됩니다. 그만큼 해야 할 일이 신축보다 더 많아진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리모델링에 대해 살펴 보았습니다. 최근 공사비, 원자잿값의 상승으로 많은 프로젝트가 리모델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당분간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리모델링에는 장점도 있지만, 신축과 비교해 신경 써야 할 점도 많고 변수도 많아 건축가 입장에서는 손이 많이 가는 프로젝트입니다. 하지만 예전 건물을 살리면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는 ‘설계의 묘’를 잘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는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건축가 김선동 :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연세대학교 건축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정림건축과 이데아키텍츠에서 실무를 익혔다. 2021년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고 건축가와 건축주, 시공사가 함께하는 좋은 건축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실천하며 작업에 임하고 있다. '글쓰는 건축가'라는 필명으로 블로그와 브런치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건축가의 습관'이라는 책을 펴내는 등 저술과 강연 활동 또한 활발히 하고 있다. https://blog.naver.com/ratm820309


글_ 김선동 | 구성_ 신기영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3년 10월호 / Vol.296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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