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다음은 카페인…'디카페인' 키우는 음료업계
콜라·녹차도 디카페인 제품
'제로슈거'만큼 크긴 어려워
음료업계가 '제로 카페인'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과도한 카페인 섭취가 몸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어느덧 유행을 넘어 주류가 된 '제로 슈거'에 이어 '제로 카페인' 음료가 시장을 이끌 것이란 전망에서다.
설탕 다음엔 너
국내 디카페인 음료 시장을 이끄는 건 당연 커피다. 커피의 맛은 좋아하지만 카페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나 저녁 시간에도 커피를 마시고 싶은 소비자들을 겨냥한 디카페인 커피는 웬만한 커피전문점이라면 기본 메뉴로 구비돼 있을 정도다.
국내 대형 커피전문점 브랜드 중 처음으로 디카페인 원두를 도입한 스타벅스는 지난 2018년 600만잔 수준이던 디카페인 커피 판매량은 지난해 2500만잔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도 4%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스타벅스 외에도 이디야커피,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등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부터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등 저가 커피 브랜드들도 웬만하면 '디카페인'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엔 조지아 크래프트, 매일유업 바리스타룰스 등 편의점 RTD커피 브랜드들도 디카페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렇다보니 디카페인 처리를 거친 원두 수입량도 급증하고 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디카페인 커피 수입량은 전년 대비 45.8% 늘어난 6933톤에 달했다. 금액으로는 7192만 달러로 1000억원에 육박했다.
커피와 함께 대표적인 '카페인 음료'로 분류되는 콜라 역시 디카페인 트렌드에 올라탔다. 코카콜라는 지난 7월 국내에 '코카콜라 제로제로'를 출시했다. 기존 제로 슈거 코카콜라에 카페인까지 뺀 제품이다. 롯데칠성은 지난 2분기 실적발표 당시 연내 디카페인 펩시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선진국들이 제로 슈거 이후 디카페인 음료 시장을 키우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무궁무진한 디카페인의 세계
디카페인 음료 시장은 성장 정체에 빠진 음료 시장의 활로가 될 수 있다. 디카페인 커피는 원두 가공비가 더해져 가격이 높은 편이다. 스타벅스의 경우 디카페인 커피를 선택하면 300원을 더 받는다. 일반 커피보다 6.7% 비싸다. 객단가 개선에 도움이 된다.
저녁 시간대의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카페인이 들어 있는 커피의 경우 각성 효과가 있어 저녁 시간대엔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한다. 이런 약점이 없는 디카페인 커피가 저녁 시간대에 커피 전문점을 찾는 소비자를 늘려줄 수 있다는 기대다.
또한 디카페인 음료 시장은 커피와 콜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홍차와 녹차 등 차 종류에도 커피 못지않은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 음료만큼은 아니지만 카카오 함량이 높은 다크 초콜릿 역시 카페인 공급원이 될 수 있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열매에 카페인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녹차와 홍차 등을 즐겨 마시는 일본의 경우 디카페인 음료 시장 규모가 3조원에 달한다. 주요 음료 기업들도 디카페인 녹차, 디카페인 홍차 등을 내놓으며 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차 시장 규모를 약 1조원 수준으로 본다. '디카페인' 카테고리를 키워볼 만한 시장이다.
'카페인 없는 삶' 가능할까
최근 들어 과도한 카페인 섭취를 우려하는 연구 결과들이 늘어나고 있는 건 '디카페인' 시장의 미래를 밝게 보는 요인이다. 한국영양학회에 따르면 카페인은 중추신경을 자극해 불면증을 유발하고 혈압을 상승시킨다. 하루 1~2잔은 문제가 없지만 일일 권장량인 400㎎(아메리카노 기준 약 2~3잔) 이상을 마실 경우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대체당을 이용해 설탕을 빼고도 맛을 유지한 제로 슈거 음료에 비해 '제로 카페인' 음료는 각성 효과 등 카페인을 통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 제로 슈거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성 효과를 배제한 채 단순히 맛으로만 커피를 마시는 소비자가 얼마나 늘어날 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핫식스나 몬스터에너지, 레드불 등 대표적인 에너지 음료는 1캔당 카페인 함량이 60~100㎎에 달하는 대표적인 고카페인 음료다. 이미 핫식스 제로 등 제로 슈거 에너지 음료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디카페인' 시장이 열리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카페인의 각성 효과가 에너지 음료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느 음료에든 적용할 수 있었던 '제로 슈거'와는 달리 디카페인은 메이저 트렌드로까지 올라서긴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식품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디카페인 시장 자체는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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