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다시 전세포비아?...혼돈의 전세 시장

채신화 2023. 10. 1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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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왕 사태 이어 수원전세사기까지
비아파트 전세도 매수도 '안 할래요'
아파트 쏠림에 전셋값 다시 뛰나 

'전세 포비아'(전세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의 공급 대책이 나온지 3주도 되지 않아 대규모 전세사기 사태가 터지면서 전세 시장이 불안에 떠는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아파트에만 수요가 쏠리면서 비아파트는 더 외면받고 아파트 전셋값은 더 오를 거란 예상이 나온다. 전세의 월세화, 주거사다리 빈약 등의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다세대·오피스텔 매매거래량 변화./그래픽=비즈워치

또 전세사기?…비아파트 시장 어쩌나 

최근 '수원 정모씨 일가족 전세사기'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비아파트 전세 시장 전체가 출렁이고 있다. 

이 사건은 임대인인 정 모씨 일가로부터 빌라, 오피스텔 등의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다수의 임차인이 이들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 사건의 고소인은 총 134명, 고소장 기준 피해 보증금은 약 190억원으로 전해진다. 대부분의 피해가 수원에 집중돼 있으나 정씨 부부의 소유 건물이 타지역에 더 있어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비아파트 전세 포비아가 또다시 급격히 확산하는 분위기다. 

앞서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빌라왕' 등의 전세사기 행각이 줄줄이 드러난 데다 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 수요가 크게 줄고 월세 전환이 늘었다.▷관련기사:[인사이드 스토리]'전세런' 시작이라고요?(4월19일)

그러나 정부가 여러 차례 전세사기 대책을 내놓고 전세대출 금리가 인하하자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회복되고 매맷값도 오르기 시작했다.▷관련기사:[집잇슈]역전세난?…서울 아파트 전셋값 더 오른다(10월9일)

고전했던 비아파트도 저점을 찍고 서서히 올라오는 기미를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아파트에 비해선 한파였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9월 누적 기준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022년 9879건에서 2023년 2만7817건으로 181.6%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다세대주택은 2만5835건에서 1만5848건으로 38.7%, 오피스텔은 1만2383건에서 6086건으로 50.9% 각각 줄었다. 

정부가 9·26 공급 대책을 통해 비아파트 중심의 공급 활성화를 예고하면서 공급 및 가격 안정 기대감이 나오는듯 했으나, 3주도 되지 않아 대규모 전세사기 사태가 또 발생한 것이다. 

시장에선 전세사기 충격이 당분간 영향을 미치면서 비아파트 시장의 한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비아파트는 공급자 입장에선 수익형 상품이기 때문에 임대료를 높이는 게 이득인데 그만큼 수요가 안 받쳐주는 상황이 지속할 것"이라며 "전세가 어떻게 악용되는지 학습했고 전세보증도 갈수록 까다로워질 수 있기 때문에 전세 거래가 원활히 이뤄지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다세대 전세 비율 변화./그래픽=비즈워치

역전세는 무슨…갈 곳 잃은 서민들

아파트 전세시장은 오히려 '불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 상반기만 해도 전셋값 하락으로 '역전세' 현상이 예상됐다. 그러나 매매시장과 함께 수요가 회복되면서 전셋값도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6월13일(-0.01%)부터 49주째 하락하다가 5월22일(0.01%)부터 상승 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전세가격 전망 지수도 두 달 연속 기준선인 '100'을 넘겼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전세가격 전망지수는 8월 104.5에 이어 9월에도 108.1을 기록하며 '상승' 전망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비아파트 시장의 수요가 아파트 시장으로 옮겨가면 가격을 더 밀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아파트 시장은 이미 전세 수요가 이탈하면서 '월세화'가 급속히 진행 중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9월 누적 기준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전세 거래 비중은 지난해 57.4%에서 올해 58.8%로 늘었다. 반면 다세대주택은 같은 기간 61.9%에서 53.3%로 급감했다. 

이렇게 되면 서민, 젊은층의 주거사다리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원 정모씨 일가족 전세사기 사례만 봐도 피해자의 대부분이 정씨 일가와 1억원 안팎의 전세 계약을 맺은 20~30대로 알려졌다. 

윤수민 위원은 "전세대출 금리가 떨어지면서 다시 월세보다 전세가 유리해진 상황에서 아파트 전세 수요가 쏠릴수록 가격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어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고 위험성이 높은 비아파트는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면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주거사다리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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