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피해 부산청년 86%가 경력 6개월 미만

신심범 기자 2023. 10. 17.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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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건설현장에서 산업재해를 당한 청년 절대다수는 경력 6개월 미만의 초보 노동자로 나타났다.

숙련도가 낮은 청년 노동자는 함께 작업에 투입되는 베테랑 동료에게 안전을 의지할 수 밖에 없어 사실상 목숨이 복불복에 맡겨졌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 노동자의 안전은 동료 베테랑 작업자에 맡겨지기 마련인데, 어떤 베테랑을 만나느냐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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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공단 지난해 사례 분석

- 10·20대 37명 중 32명 초보자
- 강보경 씨 사건 책임자 수사방침

부산지역 건설현장에서 산업재해를 당한 청년 절대다수는 경력 6개월 미만의 초보 노동자로 나타났다. 숙련도가 낮은 청년 노동자는 함께 작업에 투입되는 베테랑 동료에게 안전을 의지할 수 밖에 없어 사실상 목숨이 복불복에 맡겨졌다는 지적이다.

연제구 거제동 35층 규모 대단지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외벽작업을 하고 있다. 이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지난 8월 11일 오전 10시 10분 께 창호 교체 작업을 하던 20대 A 씨가 창호와 함께 20m 아래 지하 1층으로 떨어져 숨졌다. 김영훈 기자


부산 연제경찰서는 고(故) 강보경 씨 사망사건(국제신문 지난 8월 14일 자 10면 등 보도)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책임자 등을 수사할 방침이라고 17일 밝혔다. 경찰과 DL이앤씨에 따르면 강 씨가 목숨을 잃은 지난 8월 11일 당시 고인은 별다른 현장 안전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창호 교체 작업에 들어갔다. 당일은 강 씨가 새 현장에 투입된 첫 날로, 일을 시작한 지는 한 달여밖에 되지 않았다. 당시 작업은 3인 1조로 이뤄졌는데, 강 씨 이외 다른 노동자 1명도 경력이 짧은 저숙련공이었다.

강 씨의 경우처럼 산업재해 피해자는 절대다수가 저숙련공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건설업 산업재해 마이크로데이터를 보면 지난해 부산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산재는 모두 1404건이다. 이 중 1204건(85.8%)은 경력 6개월 미만의 초보 노동자에게서 일어났다. 이 기간 사망자 26명 중 18명 역시 6개월 미만 경력의 노동자였다. 10년 이상 경력의 노동자가 사망한 사례는 한 건인데, 사고가 아닌 업무상 질병(석면)으로 나타났다.

청년 노동자에게서도 같은 경향이 나타난다. 대체로 근무 경력이 짧은 까닭이다. 지난해 부산지역 건설업 산재 피해 10~20대 노동자는 모두 37명으로, 이 중 32명(86.5%)은 근무경력이 6개월 미만으로 집계됐다. 6개월~1년 미만 4명, 1년~2년 미만 1명이었다. 청년 노동자는 인력사무소 등을 거쳐 일용직으로 당일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새 일을 낯선 현장에서 진행하다 보니 안전 숙련치를 쌓기 어려워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 노동자의 안전은 동료 베테랑 작업자에 맡겨지기 마련인데, 어떤 베테랑을 만나느냐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청년 건설노동자 손형문(30) 씨는 “베테랑마다 초보를 향한 업무 배려가 천지차이다. 기초적 일만 시키는 곳이 있는 반면 처음부터 그라인더(절삭기) 같은 장비를 쥐게 하기도 한다. 안전이 ‘복불복’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상당수는 단기간만 일할 생각에 노조 가입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거나, 노조를 통한 안전 확보에서도 배제된다. 이날 기준 부산울산경남건설지부 소속 7244명 중 만 29세 이하 조합원은 3.1%(224명)에 불과하다. 부울경건설지부 김경호 노동안전부장은 “조합원이라면 단협 안전 수칙을 적용받는데, 잠깐만 일하고 다른 업종으로 옮기는 이가 많아 가입률이 낮다”고 밝혔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숙견 활동가는 “투입된 새로운 현장의 위험 요인을 작업자가 인지한 상태로 공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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