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심정지·암 환자 치료 거부?…"3년 전보다 더 큰 파국" 의협 경고

정심교 기자 2023. 10. 1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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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 앞두고 의협 '초강수' 맞불 예고
2020년 8~9월, 진료 거부 등 총파업으로 환자 피해 속출
"더 큰 파국" 예고한 의협, 긴급회의서 대응책 논의하기로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전국의사 2차 총파업(집단휴진) 이틀째인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입구에 응급실 진료 지연 안내문이 붙어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에 따르면 업무개시 명령으로 중앙대병원 전공의 170명, 고려대 안산병원 전공의 149명, 신촌 세브란스 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29명 전원이 사직서를 썼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사직서 제출 역시 의료법 위반이며 업무개시를 거부한 기관에는 업무정지 처분이, 의사 개개인에게는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비롯해 1년 이하 의사 면허정지가 내려질 수 있다고 밝혔다. 2020.8.27/뉴스1

정부가 18년째 묶인 의대 정원을 1년에 1000명 이상의 '천 단위'로 크게 늘리겠다는 방안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등 의료계의 큰 반발이 예고됐다. 의협 대의원회는 16일 "최근 보도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 예정과 관련, 14일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이런 보도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의협과 전 회원은 가용한 모든 수단으로 '총력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17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 발표한다. 이에 의협은 이날 오후 7시 대의원회 의장, 운영위원회, 집행부 등이 모여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열고,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응 전략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의협이 내밀 카드는 '총파업'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쳐진다. 이를 암시하듯 이필수 의협회장은 16일 "지금 의사뿐만 아니라 전공의·의대생 사이에서도 반발이 커지고 있는 양상"이라며 "지금 분위기만 봐서는 '2020년보다 더 큰 파국'으로 치달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2020년, 의대 정원 확충안과 관련해 정부와 의사 단체가 충돌한 당시의 상황이 재연되진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의료계 안팎에서 나온다. 당시 정부가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늘리고 공공의대를 설립하려 하자, 전공의를 포함한 의사들은 2020년 8~9월 일제히 총파업과 집단 휴진을 벌이며 초강수를 뒀다.

초유의 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과 맞물린 당시 대규모 집단 휴진이 현실화하면서 환자들의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부산에서 농약을 마신 40대 남성이 구급차에 실려 도로 위를 전전하다가, 응급실 13곳에서 "담당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퇴짜 맞았다. 결국 이 환자는 신고 접수 3시간 만에 울산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치료 도중 사망했다. 또 의정부시에선 39세 심정지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졌고, 강원대병원의 입원환자는 수술받지 못하다 심정지 후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이 밖에도 항암치료가 연기된 신장암 환자, 병원 5곳에서 항암 치료를 거부당한 췌장암 환자의 사연이 전해졌다.

(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에 반대하는 전공의 집단 휴진을 하루 앞둔 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들 사이를 지나가고있다. 정부는 최근 2022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늘려 10년간 4천명의 의사를 추가 양성하는 방안을 발표했으며 이에 의료계가 반발하면서 오는 7일 전공의 파업, 14일 개원의 위주의 대한의사협회(의협) 총파업을 예고했다. 2020.8.6/뉴스1

당시 파업이 환자에 미친 영향은 영남의과학회보에 실린 단면 연구에서 확인됐다. 2020년 8월 21일부터 9월 8일까지 실시된 이 연구 결과, 파업 기간에 입원환자 수가 증가하고, 이들의 병원 내 체류 기간이 늘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의료진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글도 쏟아졌다. 한 청원인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라고 히포크라테스 선언을 한 의사들이 지금 이 엄중한 시기에 환자의 곁에서 환자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환자의 생명보다는 당신들의 파업이 더 급하냐"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18년간 묶인 의대 정원 3058명의 연원을 따져 올라가 보면 사실 시작점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의약분업으로 약 조제권이 약사에게 넘어가자 의료계가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정부는 의사 인력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는 당시 의료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3507명이던 의대 정원을 감축해 가기로 했고, 2006년 3058명까지 줄어들어 18년간 고정됐다.

의대 정원을 다시 늘리자는 논의는 지난 18년간 꾸준히 나왔다. 지방의대 정원 확대나 국방의학대학원 설립 등 결과적으로 전체 의대 정원을 늘리는 논의가 진행됐지만, 의료계 반발로 매번 물거품이 됐다. 2018년 폐교된 서남의대 정원을 바탕으로 한 공공의대 설립도 시도됐지만, 이 역시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결과는 가져오지 못했다.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전국의사 2차 총파업(집단휴진) 이틀째인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환자용 휠체어가 놓여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에 따르면 업무개시 명령으로 중앙대병원 전공의 170명, 고려대 안산병원 전공의 149명, 신촌 세브란스 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29명 전원이 사직서를 썼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사직서 제출 역시 의료법 위반이며 업무개시를 거부한 기관에는 업무정지 처분이, 의사 개개인에게는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비롯해 1년 이하 의사 면허정지가 내려질 수 있다고 밝혔다. 2020.8.27/뉴스1

이번에 정부가 의대 정원 대규모 확대안을 발표하면 의협 내부에선 이필수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에 대한 '칼질'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지난 7월 의협 대의원회는 이필수 회장 등 집행부의 '탄핵안'을 상정한 바 있다. 당시 대의원회가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 이유로 거론한 11가지 가운데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결정에 대한 '책임'이 가장 큰 쟁점이었다. 당시 임시총회에서 이필수 회장은 탄핵을 가까스로 면했다. 이필수 회장 불신임 건은 재적의원 242명 중 189명이 투표했고, 반대 138명, 찬성 48명, 기권 3명으로 이 회장 불신임 건이 부결됐다.

탄핵 움직임에서 겨우 살아남은 이필수 회장 등 의협 집행부가 이번에 총력을 다해 의대 정원 확대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의식한 듯 지난 16일 이필수 의협회장은 "당장 다음 달 2일 의료현안 협의체에서 필수 의료 살리기 등을 충분히 논의하기로 돼 있었는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발표한 건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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