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혼다 파일럿 | 패밀리 SUV의 정석 혼다 파일럿…연비는 아쉬워

박진우 조선비즈 기자 2023. 10. 1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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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파일럿 외관. 사진 박진우 기자

스포츠유틸리티차(SUV)는 본래 험로(오프로드) 주행에 적합한 레저용 차로서 각광받았지만, 최근의 흐름을 보면 가족들을 위한 차로서의 정체성이 더 강해지는 모습이다. 여러 명을 태우고, 큰 짐을 실을 수 있어 가족이 여행할 수 있는 목적이 강조된다.

혼다가 지난 9월 한국 시장 판매를 시작한 4세대 신형 파일럿도 그런 차다. 지난해 주력 시장인 북미에서 먼저 출시된 후 올해 우리나라를 찾았다. 북미 시장에서는 현대차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 기아 텔루라이드, 도요타 하이랜더, 포드 익스플로러 등과 경쟁한다. 도요타도 한 달 차이로 하이랜더를 국내 출시해, 수입 대형 SUV 시장에서 일본 차 간 맞상대가 예상된다. 북미 소비자 이상으로 차 고르기가 깐깐한 한국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다목적성과 쾌적성, 성능 등이 잘 갖춰져 있는지 경험해 봤다.

레트로 감성 강조된 외관과 넉넉함

구형의 외관은 곡선이 강조됐다. 이런 디자인은 쉽게 질리지 않고 날렵한 느낌을 주지만, 세련된 느낌은 덜하고, 차체가 작아 보인다는 단점이 있다. 신형은 이런 단점을 없애기 위해 직선을 더 많이 사용했다. 박스형 디자인이 이뤄졌던 2세대 파일럿의 느낌이 난다.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 감성이다. 여기에 혼다의 최신 디자인 언어가 적용돼 있어 깔끔한 인상으로 대형 SUV 특유의 강인함을 표현하고 있다. 과거 1~2세대 제품 디자인과 유사하게 3열 부분의 유리창이 앞쪽 유리창과 분리된 점도 특징이다.

4세대 신형 파일럿의 크기는 길이 5090㎜, 너비 1995㎜, 높이 1805㎜, 휠베이스(앞뒤 바퀴 중심축 사이 거리) 2890㎜다. 구형보다 135㎜ 길어지고, 30㎜ 높아졌다. 휠베이스도 70㎜ 늘었다. 차체 크기의 확대는 기본적으로 실내 공간의 여유를 가져오는 효과를 냈다. 무릎 공간이 넉넉하고, 머리 위도 답답하지 않다. 특히 혼다는 실내 공간을 잘 확보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브랜드다. 쾌적한 거주성은 이 차의 용도와 역할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부분이다.

파일럿은 기본적으로 7명이 탈 수 있다. 총 3열로 좌석이 구성돼 있다. 7인승 차의 마지막 줄 좌석은 보통 보너스 개념으로 여겨진다. 공간이 좁기 때문에 성인보다 주로 체구가 작은 아이들이 타서다. 그러나 파일럿의 3열은 어른이 타도 앞 2열 좌석에 무릎이 닿지 않을 정도의 공간이 나온다. 활용도가 높다는 이야기다. 다만 바닥의 위치가 앞 좌석들보다 높기 때문에 무릎이 살짝 위로 들린다. 완전히 편하지는 않은 것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진짜 7인승 차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2열 좌석은 독립 시트로 구성돼 있다. 좌석 사이에는 평소 수납공간이 자리한다. 3열 이동을 위한 통로로도 활용된다. 트렁크에 몰래 숨어 있는 보조 좌석을 이 사이에 넣으면 2열도 3인승이 된다. 그래서 파일럿은 최대 탑승 인원이 8명이다. 탑승 인원수에 맞춰 시트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파일럿의 다재다능함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실내는 동급의 국산 차나 유럽 차에 비해 꽤 심심하다. 혼다는 디지털화를 강조하고 있으나 계기판이나 디스플레이 구성에서 최첨단 느낌은 떨어진다. 국산 차를 기준으로 1세대 이전의 디자인이다. 주력 시장이 북미인 일본 차가 가지는 단점 중 하나다. 북미 소비자는 미적인 구성보다는 실용성을 더 따지는 성향이 있다. 이런 성향 탓에 화려함이 떨어지는데, 디지털 이해도가 높은 한국 소비자를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

트렁크는 기본으로 527L를 제공한다. 구형 467L와 비교해 공간이 크게 넓어졌다. 3열 좌석은 트렁크 바닥과 평평하게 접을 수 있는데, 이러면 공간이 1373L로 늘어난다. 2열 좌석까지 접을 경우 최대 2464L의 큰 적재 공간이 생긴다. 캠핑 등 여러 아웃도어 활동에도 손색이 없다.

혼다 파일럿 내부. 사진 박진우 기자

매끄러운 가속, 호쾌한 주행

동력계는 새롭게 바뀌었다. 가변실린더제어(VCM) 기능을 넣은 3.5L 가솔린 직분사 엔진에 전자식 버튼 타임의 10단 자동변속기를 물린다. VCM은 엔진의 힘이 크게 필요하지 않을 때 엔진 실린더 작동을 줄여 불필요한 연료 소모를 막는 기술이다. 파일럿의 연료 효율은 복합 기준 리터당 8.4㎞로, 대형 가솔린 SUV치고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엔진과 변속기는 최고 289마력, 최대 36.2㎏f.m의 힘을 낸다. 토크는 이전과 같으나 출력은 5마력 높아졌다.

덕분에 호쾌한 주행이 가능하다. 자연 흡기 엔진 특유의 매끄러운 가속은 최근에 느껴보지 못한 감성이다. 순수 엔진에 대한 노스탤지어(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런 내연기관의 장점은 큰 몸을 움직이는 데 허덕임이 없다는 점이다. 안정적으로 차를 밀어내고, 원하는 만큼의 속도를 쉽게 낸다.

혼다 파일럿에 장착된 네 바퀴 굴림 시스템은 도로에서 차가 안정적으로 달리도록 돕는다. 평소에는 앞바퀴 굴림 차처럼 움직이다가 필요할 때 뒤축으로 힘을 보낸다. 기본적으로는 앞바퀴 굴림 차의 움직임을 보인다. 생긴 건 강인하지만, 정통 오프로더(험로를 달리는 차)는 아니기 때문에 이런 네 바퀴 굴림 시스템의 역할은 극히 제한된다. 그래도 여러 주행모드를 지원하는데, 일반과 경제(e콘), 눈길, 진흙길 등이 준비됐다.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편안하다. 성능을 강조한 차가 아니어서다. 그렇다고 운전이 영 밋밋하진 않다. 스티어링휠(운전대)을 휙휙 돌릴 때 약간의 운전 재미도 느껴진다. 도로 굴곡이 있는 곳에서나 비포장도로에서의 거동이 안정적이다. 차체가 단단한 덕분이다. 뼈대가 튼튼하다는 건 정확하게 움직인다는 뜻과 같다. 실내 소음은 잘 차단됐다. 승차감도 여유롭다.

혼다의 안전 패키지 브랜드 혼다 센싱은 완벽하게 정교하진 않다. 능동형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이탈 방지 기능을 켜고 곡선주로를 달리면 이따금 차선 밖으로 차가 빠져나가는 일이 있다. 그래도 장거리 운전에 있어서 이런 기능은 운전의 피로를 낮춘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파일럿의 가격은 6940만원으로 이전보다 1000만원쯤 올랐다. 커진 차체와 새로운 동력계, 여러 편의 장치를 고려하면 가격 인상 폭이 납득이 가지만, 더 경쟁력 있는 가격이 아쉽다.

다만 경쟁 차인 도요타 하이랜더보다는 약 1000만원 저렴해 이 점을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하이랜더는 하이브리드 동력계를 장착해 리터당 10㎞ 이상의 높은 효율이 장점이기 때문에, 파일럿과의 직접 비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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