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워할때 떠납니다" '대구 찐프로'이근호의 아름다운 마무리[단독-진심인터뷰]

전영지 2023. 10. 1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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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대구FC

[대구=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모두가 아쉬워할 때, 내가 선택할 수 있을 때 떠나고 싶다."

'대한민국 축구 레전드' 이근호(38·대구FC)가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대구FC 구단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민국 국가대표 레전드 공격수' 이근호의 공식 은퇴 소식을 알렸다.

이근호는 지난 여름 은퇴 의사를 구단과 최원권 감독에게 알렸다. 모두가 만류했지만 결심은 확고했다. 대구의 상위 스플릿 확정 직후부터 이근호는 은퇴 발표를 준비했다. 최 감독은 '삼고초려'의 각오로 '최고의 선수' 팀의 정신적 지주인 이근호의 잔류를 최근까지 최선을 다해 설득했다. 하지만 번복은 없었다. 설마 했던 이근호와의 이별은 가을날, 현실이 됐다.

사진제공=대구FC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 수원FC 전에서 아들 유안이가 처음으로 대팍을 찾았다. 낯선 분위기 탓에 울어버렸지만 아빠의 경기를 첫 직관했다. 사진제공=대구FC
올해 초 아들 유안이가 태어난 이후 이근호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마지막 투혼을 불살랐다. 사진출처=이근호 SNS

▶20년차 38세 '찐'프로, 지금 은퇴를 결심한 이유

이근호는 "정말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올해 초 아들이 태어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축구의 행복 외 인생의 다른 부분을 놓치는 것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제일 중요한 건 스스로 동기부여가 느슨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민을 많이 했다. 내년 구상도 해봤고, 많은 분들의 조언도 들었다. 은퇴한 선수들은 더 오래 하라고 하더라. 물론 선수로 뛰는 건 너무 좋고, 축구도 너무 좋고, 팬들 앞에서 뛰는 것도 좋다. 생활, 관리 모든 면에서 최고의 케어를 받고 있다. 하지만 다음 스텝을 내딛기 위해선 안주보다는 다른 도전을 할 시간"이라고 은퇴의 이유를 밝혔다.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모습이 나쁘지 않았고 팀도 상위스플릿에 올라갔다. 가장 좋을 때 떠나기로 했다. 선택의 순간을 놓쳐 떠밀려 은퇴하는 선수도 많은데, 내가 선택할 수 있을 때 떠날 수 있다면 지금이 아닐까"라며 미소 지었다.

2021년 대구 유니폼을 다시 입을 때 그는 이미 대구에서 은퇴할 결심을 했다. "'38세 치고 잘한다'론 만족할 수 없다. 후배들은 대단하다고 하지만 내 스스로 느낄 때 최전성기, 개인 베스트와 비교하면 많이 부족하다. 냉정하게 말해 어떻게든 뛸 순 있겠지만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순 없다. 외국인 공격수들이 대구의 중심을 이루고 있고 고재현, 황재원도 많이 성장했고 내년엔 정치인도 돌아온다. 작년, 올해 타팀서 연락도 온다. 장기계약을 제안하는 팀도 있다. 하지만 이 팀에 올 때부터 나는 대구에서 마무리하기로 결심했었다. 다른 팀에 가는 건 명분도 없다. 프로로서 내 축구를 시작한 대구라는 팀에서 내 축구 스토리를 마무리하고 싶다. 모두가 아쉬워할 때가 떠날 때라고 생각한다."

2005년 인천 유니이티드 입단 당시 청소년 국가대표 이근호 사진=스포츠조선 DB
2007년 선수 생명을 걸고 대구로 이적한 이근호는 3월 전남전 K리그 데뷔골, 멀티골에 이어 울산전에서 2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이근호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사진=스포츠조선 DB
2007년 이근호가 골 직후 변병주 당시 대구 감독과 포옹하며 기뻐하는 모습. 사진=스포츠조선DB
상주 상무의 1부 승격을 이끈 이근호.
전북 시절 이근호
제주 시절 이근호
강원 시절
2012년 울산 현대 첫 아챔 우승 후 MVP에 선정된 이근호.
2020년 울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2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린 이근호. 자신이 가는 팀이 어디든 위닝멘탈리티와 눈부신 투혼, 따뜻한 리더십으로 승리를 이끌어내는 마법같은 선수다.
2021시즌 대구 입단. 출처=프로축구연맹
국민 모두가 기억하는 이근호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 선제골 장면. 사진=스포츠조선 DB

▶가시밭길을 꽃길로, 모든 걸 다 가진 K리그 레전드

투혼의 이근호는 '가시밭길'을 '꽃길'로, '시련'을 '영광'으로 돌려놓은 선수다. 열여덟 축구청춘이 서른여덟 가장이 된 세월, 20년간 경기장 안팎에서 보여준 모범적인 프로인생 자체가 축구 후배들의 길이다. 부평고 시절 대한민국의 미래로 촉망받는 스트라이커였던 이근호는 2004년 프로에 입단한 인천에서 2군을 전전했다. 2005~2006시즌 8경기 무득점. 선수생명을 걸고 비장한 각오로 옮긴 대구에서 2007년 10골 3도움, 2008년 13골 6도움을 기록하며 날아올랐다. 국가대표 공격수로 맹활약하며 축구인생이 만개했다. 유럽행 정거장으로 택한 J-리그 주빌로 이와타(2009~2010년), 감바 오사카(2010~2011년)에서 3시즌을 뛰며 실력을 공인받았다.

2012년 군 입대를 앞두고 K리그 울산 현대로 이적한 그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과 함께 '아챔' MVP에 선정됐고, 2013년 상주 상무 유니폼을 입고 15골 6도움으로 우승, 1부 승격을 이끌었다. 2015년 전북에선 1부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이후 제주, 강원 등 가는 팀마다 최고의 베테랑이자, 최고의 에이스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A매치 84경기-19골을 기록하고 2014년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 첫 골맛을 보고, K리그1, K리그2에서 모두 우승하고, 2012년, 2020년 울산에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2번이나 들어올린 이근호가선수로서 이루지 못한 꿈은 유럽 진출 하나뿐이다. 최전성기에 프랑스, 네덜란드, 덴마크 이적설이 연일 대서특필됐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가장 힘들었을 거라 짐작하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엔트리 탈락보다 사실은 유럽행 불발이 더 아픈 기억이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은퇴를 앞둔 이근호는 "맞다. 축구선수로 할 수 있는 건 다해본 것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내 축구인생에서 제일 아쉬운 유럽 진출을 못한 것 빼고, 나머진 다 이뤘다"며 미소 지었다.

'오래 보고 싶은 선수' 이근호를 붙잡을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던져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K리그 385경기 80골 53도움, '400경기'를 꽉 채우면 좋지 않을까. "달성하면 좋겠지만 일본, 카타르서 뛴 경기를 다 합치면 이미 500경기도 넘었다"고 했다. 이번엔 아들 찬스. '돌도 안된 아들 유안이가 대구 에스코트 키즈할 때까지만이라도.' 아들 이야기에 살짝 눈빛이 흔들렸지만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K리그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가장 아쉬웠던 장면을 물었다. "2007년 3월 대구에 와서 전남 상대로 프로 첫 골을 넣었을 때가 제일 행복했다. 두 번째 홈 개막전이었는데 2골 넣고 2대2로 비겼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 첫 골 역시 말할 것 없이 행복했지만 대구에서의 리그 데뷔골은 평생 못잊을 기억"이라며 초심을 떠올렸다. 제일 아쉬운건 2년 전 대구가 전남과의 FA컵 결승에서 우승컵을 놓친 일. "당연히 우승할 줄 알았는데 놓쳤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FA컵 우승컵은 모든 것을 다 가진 레전드 이근호가 유일하게 수집하지 못한 트로피다.

이근호와 홍철. 사진제공=대구FC
사진제공=대구FC

▶후배들이 믿고 따르는 '찐' 베테랑

지난 여름 이근호의 은퇴 결심을 접했다. 매순간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죽을 힘을 다해 뛰는 선수, 서른여덟의 나이에도 그는 여전히 이근호였다. 그가 그라운드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 3년, 이근호는 대구에서 매시즌 30경기 이상을 소화했고, 그가 골맛을 본 경기에서 대구는 한번도 지지 않았다. 2021년 리그 3위, ACL진출이라는 최고의 성적도 이끌었다. '부주장'으로 뛴 올해도 선발이든 교체든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다. 7월 15일 광주 원정(1대1무), 8월 19일 서울전(2대2무)에서도, 패배를 막는 '알토란' 골을 넣었다. 통산 80호골을 달성한 서울전은 최원권 감독이 '스플릿 분수령'이라고 평한 경기다. 그는 "지난 6월 은퇴를 결심하고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경기는 하던 대로 하고, 즐기면서 운동했다. 저 혼자 확실히 결정해서 그런지 내려놔졌다. 물론 8월 살짝 성적이 안좋아졌을 땐 나름 속앓이를 했다. '분위기가 좋아야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친한 선수들에게 '상스(상위스플릿) 무조건 가야 된다. 형이 분위기 좋은 때 나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실제로 그는 9~10월 믹스트존에서 만날 때마다 "상위스플릿에 올라가야 마음 편히 떠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결심을 간파한 후배들은 똘똘 뭉쳤다. 이근호가 80호골을 넣은 서울전 이후 7경기(4승3무)에서 지지 않으며 파이널A행을 열었다. '윗물행'을 이끈 고재현(24)은 "근호형이 올해 끝나고 은퇴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대구의 레전드' '한국축구 레전드'인데 저희로 인해 형의 은퇴 무대가 빛바래면 안된다고 다들 똑같이 생각했다.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고 분위기를 귀띔했다.

이근호를 향한 후배들의 존경심은 절대적이다. 고재현은 "근호형은 맏형으로 팀을 잘 이끌고 후배들을 잘 챙겨주신다. 분위기가 다운돼 있으면 '3연승 하는데 왜 처져 있어? 자신 있게 재밌게 하자' 하시고, 성적이 안좋은데 들떠 있으면 '순위 생각하면서 집중하고 진지하게 하자. 이 위치는 즐길 때가 아니라 진지하게 할 때'라며 질책도 하셨다. 왜 최고의 베테랑인지 함께 있어보면 안다. 근호형이 교체로 들어오셔서 그렇게 뛰시니 우리도 안 뛸 수 없다. 근호형이 태클하고 스프린트하시는데 어린 선수들이 어떻게 대충할 수 있겠나. 정말 매순간이 대단하다고 느낀다." 최원권 대구 감독이 끝까지 이근호를 잡고 싶어했던 이유다.9월 이후 캡틴 완장을 차고 눈부신 크로스로 대구의 무패를 이끈 홍철(33) 등 베테랑 선수들에게도 이근호의 존재는 강력한 동기부여다. "38세가 저렇게 뛰는데, 나도 근호형처럼 오래 뛰고 싶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전북전 원정 3대1 승리로 '상스'를 조기확정한 후 이근호는 그제서야 활짝 웃었다. "이제 맘 편히 떠날 수 있겠다"고 했다.

광주전 골.
사진제공=대구FC

▶'태양의 아들' 이근호에게 대구란?

불꽃같은 투혼으로 매순간 치열하게 치고 달리는 공격수 이근호를 가장 잘 나타내는 '태양의 아들'이라는 별명의 시작점은 '대구'다. 이근호는 "'태양의 아들'이라는 별명은 대구 엠블럼 태양에서 나온 것이다. '테리우스''포세이돈' 같은 별명이 대세였던 그 시절에 구단에서 별명을 지어주셨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근호 축구의 시작과 끝, '대구'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대구엔 그저 고마움뿐"이라고 답했다. "인천에서 정말 힘들었다. '군대 가기 전 딱 한번만 더해보자'하고 온 곳이 대구였다. 여기서 안되면 내셔널리그에 가려고 했다. 대구에 온 첫날부터 바라보는 시선, 대우가 달랐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맘껏 펼치게 만들어준 구단, 전성기를 열어준 구단이다. 그 선택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다."

2021시즌을 앞두고 은퇴의 기로에서 두 번째 대구 유니폼을 입던 날의 에피소드도 언급했다. 2020년 울산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두 번째 우승을 한 직후 은퇴와 함께 플레잉코치 제안을 받았다. 이근호는 "부상이 있는 상태로 그렇게 그만두고 싶진 않았다. 몸을 만들어 제대로 한번이라도 뛰어본 후 그만두고 싶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국가대표 감독 시절 이근호를 믿고 썼던 조광래 대구 사장이 러브콜을 보냈다. "지금도 그렇지만 대구의 이미지는 어린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팀이었다. 에이전트(김동호 쿼드원스포츠 대표)와 구단이 대화를 나눈 지 사흘 만에 조 사장님께서 직접 전화를 주셨다. '니 뭐하노? 몸 좋나? 남해(전훈지)로 온나' 하셨다." 그렇게 다시 이어진 인연, 어느덧 3년이 흘렀다. 이근호는 "3년이나 더 뛸 줄은 몰랐다"고 했다. "조 사장님은 '나이 먹고 벤치에 멍하게 있으면 안된데이' 하는 말씀도 종종 하셨다. 나 역시 '네, 그렇게 되면 알아서 손들고 나가겠습니다'고 말씀드렸었다. 조 사장님도 선수 시절, 생각하신 가장 좋은 시기에 앞뒤 돌아보지 않고 은퇴를 발표하셨다더라"고 했다.

이어 그는 "대구라는 구단에서 보낸 지난 3년을 나는 내 축구인생 최고의 행운이자 보너스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구에 와선 연봉 협상도 안했다. 주시는 대로 받았다. 내 몸 상태를 보면서 1년, 1년 생각했고, 크게 욕심 부리기보다 좋은 마무리를 하고자 했고,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자 매순간 노력했다. 이 3년은 내게 보너스였다. 이곳에서 오롯이 축구만 생각하면서 함께 달리는 게 좋았다. 이렇게 상위스플릿 진출과 함께 잘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하다."

프로 데뷔 후 이렇게 오래 선수로 뛸 수 있을 거라곤 스스로도 생각치 못했다. "꿈은 자랄수록 줄어들었다. 어릴 땐 국가대표, 중학교 땐 프로팀, 프로에 와선 주전으로 게임 뛰는 게 꿈이 됐다. 하지만 돌아보면 지난 20년 잘해온 것 같다. 정말 열심히 했다. 38년 인생에 축구 빼면 할 이야기가 없다. 모든 걸 쏟았고, 쏟은 그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고 했다.

'찐 프로' 이근호에게 오늘도 스스로를 의심하는 어린 후배들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요청했다. "나는 후배들에게 '괜찮아' '기회가 올 거야'식의 좋은 이야기만 해주고 싶진 않다. 현실적으로 조언해준다. 본인 판단 말고 옆의 이야기를 들으라고, '열심히'가 전부는 아니라고, '무엇을 어떻게 열심히'가 중요하다고 말해준다. 그냥은 다들 '열심히' 한다. '열심히'는 선수의 기본이다. 나보다 잘하는 선수들도 놀고 있지 않다. 부족한 것, 필요한 걸 해야 한다. 내 이야기도 들려준다. 10대 때 인천에서 박이천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웨이트트레이닝 가라고 하시면서 '이근호, 조성윤, 이재영 니넨 가지마, 볼 못차는 애들은 여기서 볼 차' 하셨다. 마음의 상처를 받았지만, 맞는 말이었고, 큰 도움이 됐다. 그래서 나 역시 후배들에게 최대한 현실적 충고를 한다. 받아들이는 건 본인의 몫이다."

사진제공=대구FC

▶은퇴 발표를 서둘렀던 이유, '팬'

감독, 구단의 만류 속에 이근호는 하루라도 빨리 은퇴 발표를 하고자 했다. 프로의 이유, 팬들 때문이다. "팬들과 가능한 길게 이별하고 싶다. 난 마음의 준비가 끝났으니 은퇴 발표를 해놓고 경기를 뛰면 팬들과 남은 5경기에서 길게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같다"고 했다. 팬, 스승, 동료들을 향해 깊은 감사를 표했다. "축구를 통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좋아하는 축구를 하는 것만도 행복한데 좋아해주시는 팬분들이 계셔서 힘이 났다. 이근호라는 선수로 큰 응원을 받았다. 축구를 그만둔다 해도 절대 잊지 않고 또다른 모습으로 꼭 보답하겠다. 너무나 감사했다. 모든 게 다 감사하다. 385경기에 이근호를 선택해주신 모든 감독님들, 함께 해준 모든 선후배, 동료들께 감사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은퇴식에서 다들 울 것같다는데 나는 안울 거라고 계속 얘기하고 있다. 가장 행복하게 은퇴하는 선수가 될 것"이라며 웃었다.

대구에서 축구의 첫 꽃을 피운 그가 대구에서 마지막, 아름다운 이별을 알렸다. 처음과 끝이 같았다. 길이 끝난 곳에서 길이 다시 시작된다. 은퇴 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근호는 "내년에 A급 지도자 자격증도 따고, 대구에서 축구교실을 열고 싶다"고 답했다. '한국프로선수협회 회장님' 이근호는 K리그에서 손꼽히는 인터뷰 장인이다. 재치 넘치는 입담에 축구 철학도 또렷하고, 예능감, 친화력도 발군이다. 부상으로 나서지 못한 2018년 러시아월드컵 땐 축구해설자로 활약했다. 스포츠, 연예계 절친도 많다. "방송 쪽도 제안이 온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유튜브도 생각중이다. 무엇보다 가족과 많은 시간을 갖고 싶다."

대구 구단은 21일 상위 스플릿 시작과 함께 '이근호와의 이별 투어'를 준비중이다. 우리 시대 최고의 '투혼 공격수'를 만날 수 있는 마지막 파이널A 5경기가 남았다. 대구는 21일 전북(홈), 29일 울산(원정), 내달 11일 광주(홈), 내달 25일 포항(원정), 12월 3일 인천(홈)과 마주한다. 전북, 울산, 인천 역시 한때 이근호가 몸담았던 팀이다. '한국 축구 레전드' 이근호와의 마지막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21일 첫 전북전이 열릴 '대팍'은 이미 전좌석 매진이다. 12월 3일 인천과의 마지막 홈경기에서 이근호의 은퇴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대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투혼 레전드' 이근호, 20시즌 불굴의 기록

(연도=소속팀=경기수=공격포인트=비고)

2004년=인천=0경기

2005년=인천=5경기

2006년=인천=3경기

2007년=대구=27경기=10골 3도움

2008년=대구=32경기=13골 6도움

2009년=주빌로 이와타=24경기=12골

2010년=주빌로 이와타=12경기=1골

2010년=감바오사카=20경기=4골=J리그 준우승

2011년=감바오사카=32경기=15골

2012년 =울산=33경기=8골 6도움=ACL 우승, MVP

2013년 =상주 상무=25경기=15골 6도움=K리그2 우승

2013년=상주 상무 승강PO=2경기=1도움=K리그1 승격

2014년=상주 상무=18경기=4골 2도움

2014~2015년=알자이시=18경기=2골=카타르컵 준우승, 에미르컵 준우승

2015년=전북=14경기=4골 1도움=K리그1 우승

2016년=제주=35경기=5골 6도움

2017년 =강원=37경기=8골 9도움

2018년=강원=13경기=4도움

2018년=울산=22경기=4골=FA컵 준우승

2019년=울산=18경기=2골 4도움=리그 준우승

2020년=울산=12경기=3도움=ACL 우승, K리그1 준우승, FA컵 준우승

2021년=대구=30경기=3골=FA컵 준우승, K리그1 3위, ACL진출

2022년=대구=31경기=2골

2023년(현재)=대구=27경기=2골 1도움=상위 스플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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