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하게 풀어낸 ‘취중진담’… 6만 관객 김동률에 취했다

안진용 기자 2023. 10. 1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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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리의 향연.

김동률 공연에 익숙한 관객들도 스스로 작은 휴대폰 불빛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김동률은 공연 말미 "2004년부터 빛의 향연을 만들어준 김지훈 조명 감독에게 감사드린다"며 참여 스태프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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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만의 콘서트 ‘멜로디’
‘사랑한다는 말’로 서막 열고
‘그땐 그랬지’‘기억의 습작’등
30년간 히트곡 모두 쏟아내
오케스트라·다양한 조명 활용
특유의 ‘중저음’ 매력 더 키워
팬데믹을 견디고 4년 만에 열린 김동률의 공연은 23인조 오케스트라와 어우러지며 어쿠스틱의 정점을 보여줬다. 데뷔 30주년이기도 한 김동률은 “조금 더 멋지게, 조금 더 늙어서 곧 만나자”고 끝인사를 전했다. 뮤직팜 제공

빛과 소리의 향연. 뮤지션 김동률의 공연을 집약적으로 표현한 문장이다. 그의 공연에는 3가지가 없다. 전자음, 춤, 그리고 야광봉을 비롯한 발광 도구다. 오로지 김동률과 그의 노래만 있을 뿐이다. 지난 7일부터 15일까지 2주에 걸쳐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총 6회 열린 이 공연의 제목이 ‘멜로디’(Melody)인 이유다.

‘멜로디’는 김동률이 4년 만에 여는 공연이다. 6회차 6만 석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동났다. 국내 세 손가락에 꼽을 만한 K-팝 가수와 트로트 가수를 제외하곤 범접할 수 없는 성과다. ‘사랑한다는 말’과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로 서막을 연 그는 “4년 만의 공연이다. 그래서 올림픽 가수, 월드컵 가수라 불리기도 한다”면서 “자의는 아니었다. 그 길고 힘든 시간을 버텨내시느라 수고 많았다”며 관객들에게 첫인사를 건넸다.

이번 공연은 특별했다. 1993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꿈속에서’로 대상을 받으며 데뷔한 지 30주년 되는 해다. 30주년을 집대성한 공연을 꾸미며 그는 ‘대중성’을 화두로 삼았다. “산책을 하다가 ‘김동률’ 하면 떠오르는 히트곡들이 반갑고 새롭게 다가왔는데, 이 노래들을 부르면 관객들은 훨씬 더 좋아할 것 같았다”고 운을 뗀 그는 “‘역대급’으로 대중적인 세트리스트를 만들었다. 제 공연을 처음 보시는 분들은 잘 오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실제 이번 공연은 첫 소절만 불러도 모든 관객이 따라 부를 노래들로 채웠다. ‘아이처럼’ ‘그게 나야’ ‘그땐 그랬지’ ‘이방인’ 등 그룹 전람회 시절과 솔로 김동률 시절을 망라하는 히트곡들이 차고 넘쳤다. ‘취중진담’을 부를 때는 “제 최고 히트곡이다. 이 노래 들으러 오신 분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996년, 김동률이 22세 때 발표한 ‘취중진담’과는 달랐다. 어느덧 50대를 목전에 둔 그는 “어덜트(어른) 버전 취중진담”이라며 “어린 시절처럼 짱짱하게 부르는 게 좀 그렇다. 이제 술 먹고 전화하면 안 되는 거 아는 나이”라며 보다 담백하게 한 음 한 음 꾹꾹 눌러담 듯 불렀다.

김동률의 공연은 전자음을 배제한, 어쿠스틱의 정수였다. 지휘자를 포함한 현악, 금관, 목관, 하프, 팀파니 등으로 구성된 23인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밴드, 브라스, 코러스와 탱고팀, 안무팀 등 총 63명이 무대를 수놓았다. 이 무대의 ‘마지막 악기’인 김동률이 30년 전과 다름없는 중저음 톤과 주옥같은 노래들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무리하게 금메달을 따고 싶어 트리플악셀을 7번쯤 넣은 공연”이라며 욕심도 감추지 않았다.

다양한 조명을 활용한 빛의 향연은 또 다른 볼거리였다. 그래서 객석은 올곧게 암전이어야 했다. 김동률 공연에 익숙한 관객들도 스스로 작은 휴대폰 불빛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조명 효과를 통한 공간 예술은 관객들을 우주로, 과거로, 꿈속으로 데려갔다. 김동률은 공연 말미 “2004년부터 빛의 향연을 만들어준 김지훈 조명 감독에게 감사드린다”며 참여 스태프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했다.

지난 30년의 기억을 붙잡으려는 듯 ‘기억의 습작’으로 공연을 마무리한 그는 앙코르 요청에 다시 무대에 올라 ‘내 마음은’ ‘멜로디’ ‘피날레’로 공연을 맺었다. 그러면서 그는 말했다. “언제나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 공연장을 채울 수 없다는 불안감을 원동력 삼아 내려갈 날을 최대한 뒤로 미루고 싶어요. 조금 더 멋지게, 조금 더 늙어서 곧 만나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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