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테니스 페굴라, 어머니 나라에서 우승하겠다는 꿈 이뤘다

박강현 기자 2023. 10. 1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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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코리아오픈에서 정상
“나는 하프코리안...한국에서 우승해 더욱 뜻깊어”

어머니의 나라에서 마침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2023 여자 프로테니스(WTA) 투어 하나은행 코리아오픈 단식 우승을 차지한 미국 제시카 페굴라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시카 페굴라(29·미국·세계 4위)가 여자 프로테니스(WTA) 투어 하나은행 코리아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페굴라는 15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대회 단식 결승전에서 위안웨(25·중국·128위)를 세트스코어 2대0(6-2 6-3)으로 완파했다. 페굴라는 시종일관 한 수위 기량을 선보이며 1시간 23분 만에 우승을 확정지었다. 페굴라는 위안웨를 상대로 2전 전승 우위를 이어갔다.

세계 4위로 이번 대회 ‘톱 시드(top seed)’였던 페굴라는 2019년 이 대회에 처음 출전했다. 당시엔 본선 1회전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4년 만에 돌아온 이번 대회에선 정상의 공기를 만끽하며 포효했다.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2023 여자 프로테니스(WTA) 투어 하나은행 코리아오픈 단식 우승을 확정한 미국 제시카 페굴라가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페굴라는 대기만성형 선수다. 2009년 프로 데뷔 초반기엔 부상이 속을 썩였다. 2014년 무릎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뒤 내리막길을 걸어 단식 세계 랭킹이 775위까지 곤두박질쳤다. 2016년 165위까지 끌어올렸지만, 2017년 엉덩이 수술로 다시 632위가 됐다. 그러나 “뭔가 해보기도 전에 접을 순 없다”는 오기로 다시 라켓을 잡았다.

2020년 터진 코로나 사태는 오히려 전화위복이었다. 그는 이 시기에 하루 공 1000개씩을 혼자 치면서 자신을 몰아붙였다. 2019년 76위에서 2021년 18위로 상승했다. 그리고 2022년 4대 메이저 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 바로 아래 등급에 해당하는 WTA 1000시리즈 멕시코 과달라하라 오픈에서 우승 감격을 맛봤다. 지난 8월엔 또 다른 WTA 1000시리즈 대회인 캐나다 오픈도 제패했다. 당시 “그동안 쏟아부은 모든 노력을 가치 있게 만들고 더 많은 우승을 꿈꾸게 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메이저 대회에선 모두 8강 무대까지 올랐다.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2023 여자 프로테니스(WTA) 투어 하나은행 코리아오픈 단식 결승전에서 미국 제시카 페굴라가 서브를 넣고 있다. /뉴시스

페굴라는 실력으로 이름을 날리기 전까진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거부(巨富)인 아버지와 한국계 입양아 출신인 어머니를 둔 점 등 집안 배경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의 아버지 테리(72)는 천연가스 개발 등으로 돈을 모아 67억달러(약 9조원)에 달하는 재산 가치를 지녀 미 경제지 포브스(Forbes) 선정 미국 갑부 128위에 오른 인물이다. 어머니 킴(54)은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다섯 살이었던 1974년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계 입양아다. 1993년 테리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2023 여자 프로테니스(WTA) 투어 하나은행 코리아오픈 단식 우승을 차지한 미국 제시카 페굴라가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래서 페굴라는 줄곧 자신을 “하프 코리안(half-Korean)”이라고 소개한다. 우승 소감으로 그는 “우리 어머니는 한국에서 입양됐고, 나는 하프 코리안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몇 없을 것”이라며 “코리안 바베큐랑 김치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내 안에 한국의 피가 흐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어 더욱 뜻깊다. 팬들의 애정도 생각 이상으로 뜨거웠다”고 기뻐했다.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여자 프로테니스(WTA) 투어 하나은행 코리아오픈 2023 단식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미국 제시카 페굴라(맨 왼쪽)와 준우승을 차지한 중국 위안웨가 이은형(가운데) 하나금융그룹 부회장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뉴시스

이어 “위안웨가 멋진 승부를 보여줬다. 그가 앞으로 더 많은 대회 결승에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우승까지 차지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준우승자에 대한 덕담도 잊지 않았다. 위안웨는 “페굴라한테 오늘 참 많이 배웠다”며 “앞으로 더욱 실력을 갈고 닦아 나도 발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2023 여자 프로테니스(WTA) 투어 하나은행 코리아오픈 단식 우승을 차지한 미국 제시카 페굴라(오른쪽)가 경기가 끝난 뒤 위안웨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코리아오픈은 올해까지는 WTA 250 대회로 열렸지만, 내년부터는 한 단계 등급 위인 WTA 500 대회로 승격돼 더욱 이름값 높은 선수들이 서울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페굴라는 “더 많은 우수한 선수들이 서울 무대를 달굴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서울에 올때마다 이 도시의 매력에 듬뿍 빠진다. 내년에도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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