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의 불량 잡는 '이 기술'...빌게이츠 재단도 반했다

김성휘 기자 2023. 10. 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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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일의 혁신기업답사기]<9> 이정우 호두에이아이랩 대표
[편집자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는 '혁신'을 위해 피·땀·눈물을 흘리는 창업가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꿈꾸는 혁신을 공유하고 응원하기 위해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가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와 [혁신기업답사기]를 연재합니다. IB(투자은행) 출신인 김홍일 대표는 창업 요람 디캠프 센터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동 중인 베테랑 투자전문가입니다. 스타트업씬에선 형토(형님 같은 멘토)로 통합니다. "우리 사회 진정한 리더는 도전하는 창업가"라고 강조하는 김 대표가 만난 아홉번째 주인공은 서울대 교수로서 AI(인공지능) 기업을 창업한 이정우 호두에이아이랩 대표입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정우 서울대 교수 (호두AI랩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애플은 사과? 그럼 뇌와 가장 가까운 게 뭘까 하다가 호두를 떠올렸죠."

'호두'를 상징물로 삼은 AI(인공지능) 스타트업이 있다. 'AI 비전 검사 시스템'(AIVIS), 이른바 머신비전 기술로 세계적 인정을 받는 호두에이아이랩(이하 호두AI랩)이다.

이 회사는 AI 자동학습 툴을 통해 특정 제품이나 공정별 품질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 AI로 이미지를 판독하면 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미세한 불량을 자동으로 빠르게 잡아 생산공정을 개선한다. 이 기술은 정밀한 제약 생산부터 대형 산업용품까지 적용 가능하다.

호두AI랩은 최근 미국의 자동화 관련 권위 있는 행사 '오토메이트'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빌 게이츠가 세운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과도 협업을 논의 중이다. 간단한 혈액검사로 질병을 판독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해서다. 게이츠재단이 이를 도입하면 의료 인프라가 낙후된 저개발국의 보건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AI 학습시켜 검사 자동화…불량 개선
이정우 대표는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의 현직 교수다. 전문분야는 AI 자동학습 툴이다. AI가 미세공정을 관리하려면 정밀한 눈(카메라)만 아니라 무엇이 불량인지 판단할 수 있는 두뇌가 필요하다. 이 대표는 '강화학습'을 통해 AI의 실력을 키우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강화학습이란 AI 고도화의 한 방법이다. 어린이가 걸음마를 배우듯 시행착오를 반복시키면서 정확도를 높여나가는 기술이다. 반대로 정답을 입력해주고 학습시키는 걸 '지도학습'이라고 한다.

이 교수는 미국서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과 대기업의 연구소에서 일했다. 영상처리기술에 노하우를 쌓았는데 모교의 교수로 부임해서도 "이런 기술이 실생활에 도움이 되게 하고싶다"는 꿈을 놓지 않았다. 이 꿈이 그를 창업으로 이끌었다.

회사의 앰블럼은 알파벳 'hodoo lab'(호두랩)을 호두 모양으로 그래픽화했다. 이 대표는 "글로벌 시가총액 1위 애플의 로고가 사과 아니냐"며 "그렇다면 브레인(뇌)과 제일 가까운 먹는 것은 뭘까 생각하다 호두를 떠올렸다"고 웃으며 말했다.

산업은행, 키네마스터 등으로부터 시리즈A투자를 받은 호두AI랩의 기술은 현재 바이오제약 업계에서 검증되고 있다. 이 대표는 "점안액의 이물질을 찾아낸다"며 "기존의 점안액 불량률을 5배 정도 개선했다. 거의 불랑이 없게 하는 성과"라고 말했다. 2~3일 걸리던 패혈증 판정을 단 몇 시간만에 할 수 있는 진단장비와 시스템도 개발중이다. 환자에게 맞는 항생제를 최대한 빨리 투여할수록 패혈증 악화를 막을 수 있다.
호두에이아이랩 개요/그래픽= 임종철 디자인기자

생산·유통·보험…적용분야 무궁무진
현재 자동차 내장재를 생산하는 국내 대형업체가 호두AI랩의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업체는 국내 완성차업계는 물론이고 BMW, 벤츠 등에 납품한다. 호두AI랩과 협업하면 특히 수출물량의 불량률을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차전지 생산이나 유통업계에도 활용 가능하다. 이 대표는 "현재 편의점 재고는 사람이 확인하는데 이걸 AI 카메라로 스캔하면 얼마가 팔렸고 얼마가 남았는지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똑똑한 호두'의 활약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이 대표는 추석 연휴에도 국내외로 동분서주했다. 게이츠재단 등 해외 유수의 기관과 협업을 타진했다. 연말이나 내년 초엔 게이츠재단이 활동중인 저개발국에서 호두AI랩의 기술을 이용한 질병진단을 목격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자동학습 툴은 현재 머신비전에 집중하지만 재활용 선별, 보험사고 판독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위성사진 분석 수요가 늘고 있다"며 "특정 작물의 작황을 사진으로 분석하는 등 농업에도 활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술력엔 자신감 넘치는 이 대표이지만 창업은 험난한 길이었다. 그의 경험상 창업만 하면 상업화가 따라올 것이란 낙관은 금물이다. 이 대표는 후배 창업가들에게 "기술이 저절로 시장을 만드는 게 아니다. 시장에 맞는 기술을 찾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정우 서울대 교수 (호두AI랩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다음은 김홍일 대표(Q)와 이정우 대표(A)의 일문일답
Q. '인공지능' 하면 챗GPT가 화제였는데 정보가 입력된 시점 이후 업데이트가 안돼 있었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이른바 '꼰대' 상태라는 지적은 어떤가.
A. 그런 면이 있다. 그걸 변화시키려는 연구가 진행중이다. AI의 온라인 러닝, 말하자면 수시학습인데 우리 제품에도 온라인 러닝 기능이 있다.

Q. 호두AI랩의 머신비전은 숙달된 사람보다 불량을 잘 인식한다. '달인' 프로그램에 나오는 특정 분야의 고수같은 것인가.
A. 비유하자면 AI도 만두 빚는 것을 배우면 잘 할 수 있다. 그런데 만두 빚는 AI에게 '핫도그를 만들라' 하면 현재는 못한다. 다른 분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상인식에서도 (다양한 분야를 할 수 있는) 범용 AI를 만들고자 한다.

Q. 아무리 기계라도 실수는 하지 않나.
A. 신뢰성 문제는 딜레마이긴 하다. 대표적 사례가 자율주행 AI다. 자율차도 신뢰성이 99%지만 100%를 원한다. 0.1%의 오류만 나도 큰 사고가 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AI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은 99%라도 인간보다 낫기 때문이라고 본다.

Q. 머신비전 AI가 바이오, 2차전지 생산에도 적용된다니 놀랍다.
A. 패혈증 진단의 경우 빨리 항생제 처방하고 투약해야 하는데 하루만에 안되면 사망할 수도 있다고 한다. 현재는 100% 병리학자가 진단하는데 AI로 4~5시간만에 항생제 추천까지 하는 시스템을 개발중이다. 2차전지쪽은 자동학습 툴에 대해 PoC(기술실증) 협력중이다.

Q. 여러 업종에서 호두AI랩과 협력을 기대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A.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사례에서 보듯 미국에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도 많다. 미국은 아직 자동화가 안돼 사람이 검사를 하는데 인건비가 비싸다. 결국 해외로 가기 위해서는 자동화가 필수라는 전략적 판단이 있는 것같다.

Q. 그런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 AI 기술이 대단한 것 같다.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인가.
A. 기술은 북미권이 가장 앞서고 두번째가 중국이다. 중국은 개인정보에 대한 개념이 달라서 그런지 데이터 확보가 쉽다. 그 다음이 유럽이고 유럽 다음이 한국인 것같다.

Q. 이 대표는 교수로서 연구, 강의에 대한 평가도 좋은 걸로 안다. 굳이 어려운 창업에 나선 이유는.
A.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었다. 교수 부임 전 8년 정도 벨연구소 등 미국 대기업 연구소에서 영상처리, 신호처리 분야에 일했다. 이런 기술이 실생활에 도움되게 하고 싶더라.

Q. 후배 창업가들에게 조언한다면.
A. 기술이 시장을 만들어낼 거란 환상을 가질 수 있다. 그게 아니라 시장에 맞는 기술을 찾아야 한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가 '모든 것을 수요자 입장에서 보라'고 했다는데, 나도 뼈저리게 느낀다. 수요기업이 뭘 원하는지, 어떻게 하면 내 기술을 변경해서 현장에 적용할지 고민하면 좋겠다.

※ [김홍일의 혁신기업답사기] 인터뷰는 산업방송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프로그램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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