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우리나라 집값이 뛴다?[황재성의 황금알]

황재성 기자 2023. 10.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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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팔 전쟁에 중동 건설시장 수주 비상등
2: 올해 목표 ‘350억 달러+α’ 달성에 걸림돌 우려
3: 우크라이나 전쟁에 치솟던 건설비 또 오를 수도
4: 민관 상황 예의주시 중…지역별 수주전략 필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무력충돌이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외 경제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현 정부가 출범 이후 공을 들여온 ‘제 2 중동 건설 붐’ 조성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사진은 지난 8일(현지시간) 새벽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탄이 발사되는 모습이다. AP 뉴시스
7일(이하 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무력 충돌이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을 예고한 가운데 12일엔 대규모 병력과 탱크, 장갑차 등을 집결시켰습니다. 13일에는 가자지구 북부 팔레스타인 거주민들에게 24시간 내에 가자지구 남부로 대피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려스러운 점은 군사력은 이스라엘이 월등히 앞서지만 지난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처럼 이번 무력충돌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하마스보다 전력이 강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향한 공격을 지속하고 있어 전면전 가능성마저 예상됩니다.

이스라엘 지지를 선언한 미국과 하마스의 배후세력으로 지목받는 이란의 대리전 혹은 ‘신(新)중동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스라엘 지지를 선언한 미국이 하마스의 배후 지원 의혹을 이유로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 60억 달러(12일 환율 1338원 기준·약 8조 원)를 다시 동결한 것은 이런 우려를 키웁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세계 경제에 또 하나의 전쟁 리스크가 덮친 셈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이번 전쟁이 유가 급등을 초래하는 수준으로 확대된다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자극해 세계 경제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부총재는 11일 진행된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확대돼 유가가 10% 상승하면 1년 후 인플레이션은 0.4%포인트(p) 증가하고, 글로벌 생산은 0.15%p 감소하면서 이미 어려운 환경에 있는 각국 중앙은행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경제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국제 경제 위축은 수출 반등을 기반으로 한 경제 회복 전략을 물거품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수 경기 침체에 따른 부동산시장 부진으로 고통 받으면서 해외건설 시장에서 탈출구를 모색해왔던 건설업계에는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현 정부가 출범 이후 공을 들여왔던 ‘제2 중동 건설 붐’ 조성 작업에도 차질이 우려됩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건설프로젝트 ‘네옴시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가운데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팔레스타인 지지’ 발언이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입니다. 자칫 전체 프로젝트에 급제동이 걸릴 수 있어서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았던 자잿값이 또다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는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부동산시장 회복에 또다른 악재가 될 수 있습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무력충돌이 국내 건설업계에 미칠 파장을 짚어보겠습니다.

● 9월까지 수주실적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

정부의 ‘제 2중동 건설 붐’ 조성 작업에 따라 올해 9월까지 수주실적은 전년 동기보다 5% 이상 늘어나며 순항해왔다. 사진은 올해 6월에 사우디 다란에서 진행된 현대건설과 사우디국영 석유·천연가스 기업 아람코의 50억 달러(약 6조5000억 원) 규모의 석유화학 콤플렉스 패키지 건설공사 계약식 모습이다. 윗줄 가운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보인다. 현대건설 제공
현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경기 침체의 돌파구로 해외건설 수주 활성화를 삼았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국토교통부 장관을 단장으로 ‘제2의 중동 붐을 견인할 해외건설 수주지원단’을 출범시켰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 UAE를 방문해 ‘제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수주 활동 지원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침체된 건설 경기, ‘중동 르네상스’로 풀 수 있을까[황재성의 황금알]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30602/119603556/1)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235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24억 달러)보다 5%가량 늘어났습니다. 이는 2015년(9월 누적수주액·345억 달러) 이후 가장 많은 수주액입니다.

올해 수주 상황을 보면 5월까지는 지난해 수준에 못 미쳤지만, 6월 173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실적을 뛰어넘었습니다. 이어 8월에 200억 달러를 돌파했고, 9월까지 기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해외건설협회는 이에 대해 “수주 유력 공사의 입찰 결과 발표 및 계약이 지연되면서 6월 중순까지는 실적이 저조했지만, 이후 예고됐던 대형 공사 계약이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해외건설 수주목표 ‘350억 달러+α’ 달성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해외건설 수주액은 2007년 이후 2015년까지 398억~716억 달러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2016년 이후에는 223억~351억 달러대의 박스권에 갇혀 있습니다.

올해 수주액을 지역별로 보면 국내업체의 텃밭인 중동지역에서 9월 말까지 80억 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66억 달러)을 20% 넘게 웃돌았습니다. 태평양·북미, 중남미 지역의 성장세도 눈에 띕니다. 올 9월까지 수주액은 각각 74억 달러, 13억 달러로 이미 지난 한 해 실적을 넘어섰습니다.

공종별로는 산업설비가 110억 달러로 전체 수주액의 절반 수준인 46.8%를 차지합니다. 이어 건축(90억 달러) 전기(15억 달러) 토목(13억 달러)의 순으로 뒤를 잇습니다.

업체별로는 삼성물산(58억 달러)과 현대건설(56억 달러)이 근소한 차이로 1, 2위를 달리는 가운데 현대ENG(29억 달러) SK에코ENG(18억 달러) 대우건설(17억 달러)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건설업계에서는 당초 올 4분기(10~12월)에도 활발한 해외공사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현대건설의 경우 사우디에서 네옴시티 터널 프로젝트와 자푸라 가스전 2단계, 사파니아 가스전 프로젝트 등에 대한 수주를 기대했습니다. 이밖에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삼성ENG, ㈜한화 건설부문 등도 중동지역에서 공사 수주에 공을 들여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장기화하거나 신 중동전쟁으로 비화하면 중동지역 정세가 불안정해지고, 공사 발주나 계약이 늦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전체 사업비가 5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사우디 네옴 프로젝트는 무력 충돌이 신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 신 중동전쟁으로 비화 시 자잿값-분양가 자극 우려

건설업계는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이 또다른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국내 건설시장에 미칠 영향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2022년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잿값이 급등하면서 국내 건설비용과 민간아파트 분양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인천지역에서 위치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이다. 인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건설업계는 무력 충돌이 해외공사 수주보다는 국내 건설공사비에 미칠 영향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2022년부터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전세계적인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원재자값이 크게 오르면서 공사비 부담이 껑충 늘어나고 아파트 분양가가 크게 오르는 등 이미 적잖은 부작용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공사비 부담 증가를 보여주는 지표 가운데 하나가 건설공사비지수입니다. 원자재와 인건비, 장비 등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직접공사비를 지수로 나타낸 것인데, 공사비 수준을 보여줍니다. 한국건설기술원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51.26으로 전월 대비 0.01%, 작년 동월 대비로는 2.99%가 올랐습니다.

이처럼 지수가 오른 데에는 경유(17.39%), 휘발유(9.91%), 전지(6.52%), 플라스틱 1차 제품(0.57%), 강화 및 재생목재(0.32%) 등의 가격 상승이 큰 몫을 차지했습니다.

건설자재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유가 불안 소식에 시멘트업계는 비상이 걸린 상태입니다. 국제유가 상승은 시멘트 생산에 필요한 유연탄 가격의 상승 요인이 되고, 이는 시멘트 가격 상승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대표적인 유연탄 수출국인 러시아로부터 수입물량이 줄면서 국내 공사비가 폭등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치솟고 있는 민간 아파트 분양가를 또다시 자극할 수도 있습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R114’가 올해 들어 7월 초까지 공급된 민간 아파트 분양가를 분석한 결과, 3.3㎡(공급면적 기준) 기준 평균 분양가가 1908만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년 전인 2021년 민간 아파트 평균분양가(1467만 원)보다 약 30% 이상 높아진 가격입니다.

중저가로 분류되는 분양가 6억 원 이하 아파트 비중도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2021년까지만 해도 분양가 6억 원 이하 아파트는 전체 민간분양 아파트의 90.5%를 차지했습니다. 9억 원 이하로 범위를 넓히면 97.6%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6억 원 이하 비중이 72% 수준으로 크게 내려앉았습니다. 9억 원 이하도 91.3%로 떨어졌습니다.

이처럼 분양가가 급등한 데에는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의 사실상 폐지와 함께 철근, 시멘트 등 아파트 필수자재 가격 상승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철근은 2021년 초 t당 70만 원대였지만, 지난해 100만 원을 돌파했고, 최근까지도 90만 원 후반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시멘트 가격도 2021년 초 t당 7만 5000원에서 올해 7월 기준 12만 원 수준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주택업계는 이에 대해 “고분양가는 결국 내 집 마련 실수요자의 부담이 되고,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스라엘-하마드의 무력충돌이 신중동전쟁으로 비화한다면 업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정부와 건설업계

정부와 전문가들이 이스라엘-하마스의 무력 충돌의 확전 가능성에 예의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 건설시장 진출업체들은 지역별 맞춤형 추진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인 ‘더 라인’의 조감도이다. 네옴시티 홈페이지
무력 충돌이 이스라엘에 국한된 상황에서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중동 지역에 파견된 직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는 게 건설업계의 일반적인 반응입니다.

중동에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건설 사업에서 전쟁 등 예상하기 어려운 리스크는 항상 존재한다”며 “기존 사업과 추후 발주의 일정이 지연될지를 지켜보면서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도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충돌이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다만 양측의 무력충돌이 주변으로 확대되면서 장기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중동 현장 근무자들에게 준비 상황을 점검하도록 지시해둔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정부도 상황 변화를 집중 점검하면서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나간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차관회의를 주재하면서 “향후 사태의 전개를 낙관할 수 없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며 “금융·외환시장과 실물경제 상황을 24시간 점검하는 한편 상황별 대응계획을 재점검해 필요 시 즉각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에 편승한 석유류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특별 현장 점검을 시행하는 등 물가 관리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해외건설의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필요하다면 ‘민관 합동 비상 대책반’을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중동시장이 국내 건설사의 핵심 주력시장인 만큼 상황이 악화할 경우를 대비한 여러 가지 준비 방안은 마련해나가겠다는 것입니다.

박선호 해외건설협회장은 “현재 상황만으로는 중동 지역에 대해 비관도 낙관도 하기엔 이르다”면서 “다만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의) 확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같은 중동지역이라도 무력충돌에 따른 영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맞춤형 진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예컨대 미국이 원유 수출 대금에 대해 다시 동결 조치를 내린 이란의 경우 국내업체들이 진출 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사우디를 포함한 나머지 중동지역 국가들은 최근 유가의 흐름을 고려할 때 시간이 걸리더라도 에너지나 인프라 관련 공사 발주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대비할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충고했습니다.

그는 이어 올해 수주 목표인 ‘350억 달러+α’ 달성 가능성에 대해서도 “4분기에 계약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물량들을 봤을 때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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