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는 반드시 구한다”···공군 유일 러시아제 ‘HH-32 탐색구조헬기’[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3. 10.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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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32’는 러시아의 상업용 헬기
소방청·해양경찰청 등 먼저 도입
공군 ‘제6탐색구조비행전대’ 소속
6전대 임무수행 한층 업그레이드
공군 제6탐색구조비행전대 235비행대대 소속 ‘HH-32’ 탐색구조헬기가 조종사를 구조하는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 제공=공군
강원도 태백시 일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한미연합 전투탐색구조훈련에서 지상의 항공구조사와 조난 조종사가 연막탄을 이용해 탐색구조헬기에 위치를 알리고 있다. 사진 제공=공군
[서울경제]

한미 공군이 최근 임무 중 적지에 고립된 조종사를 구조하기 위한 전투탐색구조훈련(CSAR)을 실시하고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공군공중기동정찰사령부는 지난 10월 6일부터 20일까지 강원도 태백 일대에서 한미 항공전력과 항공구조사(SART)가 참가한 가운데 연합 전투탐색구조기동군의 전시 임무 수행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한미연합 전투탐색구조훈련’을 진행 중이다. 두 나라 여러 항공 전력과 항공구조사들로 연합 전투탐색구조기동군을 구성해 지상과 공중에서 입체적인 구조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전투탐색구조기동군은 유사시 혹은 전시 임무 수행 중 비상 탈출해 적지에 고립된 조종사를 구조하고 탈출시키기 위해 헬기·항공구조사·전투기 등 다양한 전력으로 구성된 기동 조직이다.

2차 ‘불곰사업’ 당시 국내 첫 도입

이번 훈련에서 HH-32·47·60 등 탐색구조헬기와 미 공군 CV-22 수송기가 조난 조종사를 구조하는 역할을 맡았다. F-15K·FA-50 전투기는 공중엄호를, 미 공군 A-10 공격기는 조종사를 저고도에서 엄호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또 조난자 정보를 수집·제공하는 역할은 E-737 항공통제기와 미 E-3 항공통제기, RC-7 정찰기가 투입돼 지원했다. 특히 KC-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와 미 공군 KC-135 공중급유기가 최초로 훈련에 동참했다. 이들은 공중급유를 지원해 항공기들의 장시간 비행을 도왔다.

이번 훈련에 탐색구조헬기로 투입된 ‘HH-32’ 헬기는 공군이 운용하는 유일한 러시아제 무기로 유독 눈에 띈다. 육군의 ‘T-80U’ 전차, 해군의 ‘무레나’ 공기부양정과 함께 국군이 운용 중인 가장 대표적인 러시아제 무기다. 테일로터(헬기의 꼬리날깨)가 없는 뭉툭한 동체 생김새와 ‘이중반전식’ 메인로터가 인상적인 ‘HH-32’ 헬기다.

이 헬기는 국군이 보유한 다른 러시아제 무기처럼 ‘불곰사업’에 따라 도입됐다. 불곰사업은 우리나라가 소련에 제공했던 경제협력 차관이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의 경제난으로 반환이 힘들어지자 이를 현물로 돌려받는 군사협력 차원의 무기사업이다. HH-32는 2003년부터 시작된 2차 불곰사업을 통해 국내에 들어왔다.

공군 제6탐색구조비행전대 소속 항공구조사 요원들이 임무 수행 중 비상 탈출해 적지에 고립된 조종사를 구조해 탈출시키는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공군

HH-32 헬기의 원래 이름은 ‘Ka-32S’다. 러시아의 헬기제작사 ‘카모프’(Kamov)가 개발했다는 의미다. 이 헬기의 가장 큰 특징은 꼬리날개로 불리는 ‘테일로터’(Tail Rotor)가 없는 것이다. 일반적인 헬기는 양력을 발생시키는 ‘메인로터’(Main Rotor)의 회전에 의한 반작용으로 동체가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는 ‘요’(Yaw)현상을 막기 위해 흔히 꼬리날개라 불리는 테일로터가 장착돼 있는 게 일반적 설계다.

따라서 테일로터는 구조상 메인로터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뒤쪽으로 길게 뻗어나와 설치된다. 이 같은 모양이 헬기의 보편적인 형상이다. 하지만 HH-32 헬기는 이 테일로터가 없다. 대신 ‘이중반전식’ 메인로터가 있다.

이중반전식 로터란 서로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는 로터를 위, 아래로 배치해 요현상을 방지한다. 이 방식은 HH-32 외에도 카모프사가 개발한 헬기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특징이다.

덕분에 이중반전식 헬기 특유의 강한 출력과 기체 구조로 초속 10m에 이르는 강풍 속에서도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테일로터가 없어 뒤쪽으로 길게 뻗어 나갈 필요가 없어 동체도 짧아졌다. 간단한 변화였지만 효과는 상당히 컸다. 측풍에 노출되는 면적이 줄어들면서 영향을 덜 받게 됐고, 비행 안전성도 향상된 것이다.

무엇보다 베트남전 당시 추락한 헬기의 추락원인 중 상당수가 적의 대공사격에 테일로터나 구동축이 파손됐기 때문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생존성도 크게 향상된 것으로 평가를 받는 기종이다.

‘꼬리날개’(Tail Rotor) 없어 생존성 높여

사실 HH-32 헬기의 원형인 Ka-32 헬기는 군용보단 민수용으로 더 많이 팔려나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공군 보다는 산림청이 산불진압용으로 먼저 도입했다. 현재도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에서 도입해 운용 중이다. 공군의 경우는 2차 불곰사업에 따라 Ka-32를 도입하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항공기 명칭부여 기준에 따라 이름을 HH-32로 변경했다.

그렇다고 단순히 이름만 변경한 것은 아니다. 각종 구조장비와 함께 비행에 도움을 주는 전자지도 같은 다양한 항공 전자장비를 추가했다. 기수 아래에는 반경 150㎞ 안팎을 탐색할 수 있는 첨단 레이더가 장착돼 민수용 헬기와는 많은 면에서 차이가 난다. 특히 HH-32 헬기의 원형인 Ka-32 헬기가 추운 지방에서의 운용을 전제로 개발된 탓에 냉방기능은 떨어져 국내 도입 당시 간단한 개조를 받기도 했다. 반면에 로터나 엔진 주요부위가 얼어붙는 것을 방지하는 ‘착빙 방지’와 난방능력은 매우 뛰어나다.

사진=공군웹진 캡처

HH-32 헬기를 운용하는 부대는 공군 제6탐색구조비행전대(이하 6전대)다. 6전대의 주임무는 전투탐색구조작전(CSAR·Combat Search and Rescue)다. “내 목숨은 버려도 조종사는 구한다”는 문구는 이 부대의 구호로 유명하다. 6전대 장병들은 홀로 고립된 아군 조종사를 구조하기 위해 총탄이 빗발치는 적진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것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신념이 담았다.

CSAR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6전대는 조종사나 아군 병사를 ‘찾아서 구조하는’ 임무를 함에 있어 고립된 조종사가 안전한 곳에 무사히 숨어만 있다면 적들이 가득한 곳이라도 곧바로 날아가 치열한 교전까지 감수해 임무를 완수해 낸다.

주목할 점은 중부지방에 위치한 공군부대로서 한반도 전역의 탐색구조임무를 맡고 있는 유일무이한 회전익 항공기 기종을 운용하는 특수부대이다. 공군 유일의 헬기부대인 만큼 탐색구조임무를 위해 다양한 헬기들을 운용 중이다. 일반적으로 특수부대하면 육군의 특전사와 해군의 특수전 전단과 같이 소수정예의 최정예 전투병력을 떠 올리게 된다. 하지만 공군 제6탐색구조비행전대는 인명구조에 특화된 특수부대다.

1958년 8월 1일에 조종사 7명과 UH-19 헬기 2대로 오산기지에서 33비행대대로 창설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최신기종 헬기로 전력보강을 실시하면서 오산에서 군산, 김포, 서울, 수원기지를 거쳐 1995년부터 청주기지에 새둥지를 틀었다.

미군 조종사도 구조하는 특수부대

타 부대와는 달리 생명을 구하는 고귀한 임무를 부여 받으면 ‘언제 어디든 우리는 간다’ 라는 신념을 갖고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긴급 상황 시에 전천후 구조임무를 수행한다.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을 바탕으로 한 전문화된 훈련체계를 생활화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한 월등한 임무수행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HH-32 헬기는 네 개의 기종을 운영하고 있는 제235탐색구조비행대대 소속이다.

지난 2008년 한미탐색구조임무 전환에 따라 한반도 내에서 발생한 미군 조종사의 구조 또한 전담하고 임무를 수행 중이다. 이를 위해 전시에 조난자를 구조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안전하고 효율적인 탐색구조임무를 위해 공군 전투기가 지원된다. 미 공군의 정찰기 및 전투기 역시 6전대의 임무를 지원하며 상호 유기적인 탐색구조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6전대는 미 공군과 연합탐색구조 훈련을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

공군 제6탐색구조비행전대 소속 항공구조사 요원들이 임무 수행 중 비상 탈출해 적지에 고립된 조종사를 구조해 탈출시키는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공군

6전대의 주 임무는 전·평시를 막론하고 적지역이나 우군 지역에서 임무수행 중 조난당한 전투조종사나 주요요인을 안전하게 구조해 내는 것이다. 공군 내 유일하게 탐색구조 임무 전문 요원들로 구성돼 일반 전투비행단과는 달리 회전익 항공기를 이용한다. 이외에 육·해상 구조구난 임무와 전술공수, VIP공수, 화물공수, 격오지 긴급환자공수, 수해구조, 산불진화 등의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6전대는 부대창설 이후 60여 년간 목포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 재난과 태풍 같은 재해에서 무려 5000여명에 달하는 귀중한 인명을 구조했다. 300여명에 달하는 생명이 위급한 환자도 긴급 공수했다.

6전대는 231비행대대, 233 비행대대, 235 비행대대, 특수탐색구조대대, 정비대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233비행대대의 주기종인 HH-60P 탐색구조헬기는 유명한 블랙호크 헬기를 한국형 탐색구조헬기로 개량한 기체로 각종 첨단 장비를 동원해 안전하게 탐색구조임무를 실시한다. 전방관측 적외선(FLI)R장비를 통해 주·야간, 기상조건에 얽매이지 않는 전천후 임무를 수행 중이다.

비행대대·탐색구조대·정비대대로 구성

235비행대대는 HH-47D, HH-32, AS-332, B-412 헬기를 운용한다. 특히 HH-47D헬기는 우리나라에 들어온 CH-47D헬기와는 다르게 탐색구조임무에 특화된 대형연료탱크를 장착하고 있어 한반도 전역을 비행해 운용할 수 있는 장거리 탐색구조임무기로 주로 사용된다. 높은 화물탑재능력으로 각종 화물공수와 대량 환자 발생시 환자 수송에도 큰 역할을 하는 6전대의 지주격인 최첨단 헬기다. 수상착수능력을 가지고 있어 수·해상 전천후 임무에 투입돼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특히 러시아제 ‘HH-32헬기 카모프’를 도입 2년 만에 전력화를 완료해 주·야간 탐색구조 임무는 물론 해상 탐색구조 및 장거리 항법 임무, 산불진화와 외부화물공수와 같은 전술공수 등 전천후 임무를 수행해내며 6전대의 임무수행 능력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군 관계자는 “6전대는 국가적인 재난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달려가 조난에 처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앞장서서 활동하는 부대”라며 “‘사람을 살리기 위한 부대’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보호하는 최일선에서 임무완수를 위해 지금도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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