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수학] 중1 때 '수학의 정석'을 독학한 비법

손인하 기자 2023. 10. 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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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근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3학년 학생. 수학동아 제공

중학교 1학년 때 '수학의 정석' 고등학교 전 과정을 독학으로 뗀 학생이 있습니다.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인과영) 3학년에 재학 중인 윤성근 학생입니다.  그전에 경시대회 준비를 한 적도 학원에 다닌 적도 없다고 하는데요.  혼자 수학을 공부해서 영재학교에서 상위권 성적을 받는 비법을 지금 공개합니다.

Q. 중1 때 '수학의 정석'을 왜 공부하게 됐나요.

A.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으로 넘어갈 때 영재학교를 준비하는 학원의 입반 시험을 봤어요. 시험 자체는 붙었는데 고등학교 과정까지 이미 진도가 나가 있어 도저히 따라잡지 못하겠더라고요.

짧은 시간 안에 선행을 많이 해야 해서 한 달 만에 그만뒀어요. 고등학교 과정을 스스로 다 소화한 후에 학원에 다녀야겠다 싶어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까지 혼자서 '수학의 정석'으로 고등학교 과정을 거의 다 돌렸어요.

이후 중학교 2학년 때부터 1년 반 정도 영재학교 입시 학원에 다녔어요.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문제와 영재학교 기출 문제를 풀어봤지요."

Q. 고등학교 수학 전체를 독학한 비결이 무엇인가요.

A. "저만의 수학 공부 비법이 있어서 빠르게 독학할 수 있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머니께서 공부 순서나 방법을 알려주셨어요. 먼저 수학 개념을 학습하고 문제를 풀어요. 안 풀리는 문제가 생기더라도 답지를 보지 않고 풀릴 때까지 풀어봐요. 틀린 문제는 오답 공책에 정리하고 맞을 때까지 다시 풀어보죠."

Q. 수학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과정은 무엇인가요.

A. "답지를 절대 보지 않고 푸는 것과 한 문제집을 반복해서 풀어 배운 내용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요. 어릴 때부터 어머니께서 ‘답지를 보지 않고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알려주시며 수학 문제에 관해 골똘히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주셨어요. 채점은 어머니가 해주시고, 틀린 문제는 맞을 때까지 계속 풀었어요. 

이렇게 하면 수학 실력이 늘고 수학을 좋아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돼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안 풀리는 문제를 몇 달 만에 풀었는데 그때 ‘내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라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더라고요. 어려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성취감을 느끼니 수학이 즐거웠어요.

학원에 다니면 못 푼 문제를 선생님이 풀어주잖아요. 스스로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능력을 기를 수 없는데요. 생각하는 방법을 익혀야 수학 공부에 큰 도움이 돼요.

그리고 저는 문제집을 많이 푸는 양치기 공부는 하지 않아요. 대신 개념을 정확히 익히고 한 문제집을 풀더라도 적어도 두 번, 처음 풀 때 많이 틀린 문제집은 5번이나 풀었어요. 완벽하게 풀고 나선 다른 아이디어도 공부할 수 있기 때문에 답지를 보는 것이 도움이 됐어요."

Q. 고난도 문제를 푸는 비결은요.

A.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풀 수 있어요. 흔히 킬러 문항이라고 부르는 어려운 문제는 여러 개념이 섞여 있고, 생각을 오래 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예요."

2018년 6월 수능 모의평가 수학 영역(가형) 30번 문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제공

"2018년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평가 수학 영역(가형) 30번 문제를 예로 들어 볼게요. 그래프 개형을 대략적으로 추측하면서 풀어야 하는 문제인데 미분과 적분의 관계, 부정적분, 3, 4차 함수의 그래프 개형, 함수는 언제 극솟값을 갖는지 3차 함수 그래프의 변곡점 등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해요.

적분은 넓이 구할 때 쓰는 거라고 아는 학생도 있는데요. 처음부터 a값을 알 수 없기 때문에 f(x)를 적분한 g(x)도 정확하게 알 수 없어요. 따라서 넓이로는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파악해야 해요. 그래서 F(x) = f(x)의 부정적분을 임의로 만들어서 그래프 개형을 파악하는 것을 중심으로 문제를 풀어야 해요. 개념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이런 아이디어를 쉽게 떠올릴 수 있어요."

Q. 개념을 완벽하게 아는 방법이 있나요.

A. "수학 개념서를 보면 개념을 대입해서 푸는 쉬운 문제와 중간 난도의 문제, 고난도의 문제가 있는데요. 제가 수학을 잘 못 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개념 문제를 풀 때 위에 적힌 개념을 계속 보면서 문제를 풀고 ‘아, 쉽네.’ 이렇게 생각했어요. 중간 난도 문제를 풀 때 ‘조금씩 뭔가 어렵네.’하면서 다시 개념을 뒤적이면서 풀었어요. 결국 고난도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더라고요.

개념 문제부터 개념을 안 보고 풀 수 있어야 해요. 그다음 중간과 고난도 문제도 개념 학습 후 시간이 지나도 다시 풀 수 있을 정도가 돼야 완벽하게 개념을 숙지했다고 할 수 있어요. 한 번 풀었다고 해서 정확하게 아는 것은 아니에요."

윤성근. 수학동아 제공

Q. 5번 푼 수학 문제집은 무엇이었나요.

A. "'에이급 수학' 중학교 과정이요. 처음엔 거의 못 풀었어요. 아직도 끝까지 못 푼 문제가 2, 3개 있긴 하지만 나머지는 어떻게 해서든 끝까지 스스로 해결했어요. 틀리거나 막히는 문제가 생길 땐 그 문제에 나오는 개념을 다시 공부했어요. 물론 그렇게 해도 풀리지 않은 문제가 있어요. 그땐 다른 개념들도 보면서 온갖 방식을 다 동원해서 해결했어요.

앞서 반복해서 문제를 푼다고 했는데요. 바로 다시 풀면 기계적으로 풀 수 있으니까 조금씩 시간을 둬가면서 1년에 걸쳐서 다 풀었던 것 같아요. 

처음엔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감도 안 잡혔는데 몇 번 푸니까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이 문제집을 푼 이후 수학을 좀 잘하는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실제로 수학 공부하는 속도가 빨라졌지요."

Q. 문제를 푸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법이 뭐예요.

A. ‘그 전에 풀었던 문제의 풀이를 생각하게 된 이유’를 기억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2차 방정식의 해를 구하려면 인수분해나 완전제곱식으로 풀어야 하잖아요. 모든 문제마다 이런 아이디어를 외울 순 없어요.

그래서 이렇게 풀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봤어요. 방정식의 해를 구하기 위해선 ‘식을 쉬운 형태로 바꾸는 것’이 그 이유더라고요. 그 동기를 기억하면 다른 문제나 다른 유형을 만나더라도 ‘어떻게 하면 쉬운 형태로 바꿀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고 문제에 접근할 수 있어요."

Q. 정말 안 풀리는 문제가 나오면 어떻게 하나요.

A. "저는 문제를 오래 붙잡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1시간 정도 붙잡았는데 안 풀리면 며칠 뒤에 다시 보고 또 다시 봐서 풀릴 때까지 노력해요."

윤성근 학생이 추천하는 고난도 수학 문제집. 수학동아 제공

○ 윤성근 학생이 말하는  인과영의 수학 수업과 수학 활동은요.

윤성근 학생은 인과영에 가고 싶었던 이유로 ‘수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꼽았습니다.  인과영에서는 수학 수업을 어떻게 진행할까요. 또 어떤 재미난 활동을 할까요.

Q. 인과영의 수학 수업은 어떤가요.

A. "1학년과 2학년의 수학 수업 방식이 다른데요. 1학년 땐 고등학교 심화 과정을 세미나 방식으로 학습하고 2학년 땐 대학 수학 내용을 일반적인 강의 형식으로 알려줘요. 

세미나 방식은 문제를 풀 시간을 주고 학생 두세 명 정도가 칠판에 나와서 문제를 풀어요. 교실의 벽면이 전부 칠판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그곳에 풀이를 다 써요.

그 과정에서 선생님이 ‘이 방식은 왜 안 될까.’라고 질문을 던지고 학생들은 수학 개념과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토의하죠. 저는 선생님께서 그런 질문을 하실 때 가장 빨리 적극적으로 대답하는 편이에요."

Q. 대학 수학 과목은 어떻게 공부했나요.

A. "선형대수학을 배울 때 개념들이 추상적이라서 너무 어려웠어요. 그런 추상적인 개념이 있을 땐 정의를 계속 봤어요. 그 정의에 미지수 x가 나온다면 x에 숫자를 대입해 보면서 정의에 나오는 명제, 성질들이 성립하는지 직접 확인해봐요.

그때쯤에는 슬슬 개념에 대한 감이 오기 시작하는데요. 그 뒤 책에 나와 있지 않은 것을 해봐요. 예를 들어 명제의 역은 성립하는지 증명해보는 거지요. 그러면 개념이 이해되면서 개념을 증명하거나 문제를 풀 수 있는 단계가 돼요."

Q. 지난 4월 적분대회에서 1등을 했다면서요.

A. "1등을 했을 때 친구들이 헹가래를 해줘서 아주 기뻤어요. 원래 제가 이기면 친구들이 춤을 추기로 했는데 제가 “그것만큼은 하지 말아달라”고 했더니 저 모르게 헹가래를 해주기로 계획했더라고요. 결과가 발표되자 저를 향해 우르르 뛰쳐나와서 헹가래를 해줬어요. 축제 같았지요. 너무 재밌었어요.

적분대회는 3학년 학생 80명이 참여해요. 예선에서 적분 문제 30개로 시험을 봐서 본선 진출자 32명을 뽑아요. 본선에서는 학생 2명이 화이트보드 앞에 나와 문제를 풀어요. 먼저 푼 사람이 승자고, 대진표에 따라서 결승까지 올라가는 토너먼트 형식이에요. 며칠에 걸쳐 교실에서 진행하다가 8강부터는 전교생이 보는 대강당에서 문제를 풀어요. 최종 1등은 트로피와 상장, 과자 상자를 받아요.

※적분대회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수학과 대학원생이 주최하는 전통 있는 대회를 인과영에서 본 따 1년에 한 번 여는 대회로 1981년 당시 MIT 응용수학과 3학년이었던 앤드루 버노프 미국 하비 머드 칼리지 교수가 ‘수학의 근본은 적분’이라고 생각해 개최한 대회입니다. MIT에서는 매년 이 대회를 열고 최후 4인에게 ‘위대한 적분가’라는 칭호를 붙여줘요. 

인과영 적분대회 결승전을 치르고 있는 윤성근 학생(오른쪽). 윤성근 제공

Q. 대회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어요.

A. "4강 때 정말 떨렸어요. 그때 문제 접근법도, 계산도, 답도 아주 복잡한 문제가 나왔어요. 문제를 풀고 답을 냈는데 선생님이 틀렸다며 다시 풀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다시 풀어도 똑같은 답이 나오는 거예요. 가슴이 두근두근했어요.

아무리 봐도 틀리지 않은 것 같았어요. 혹시나 해서 다시 검토 요청을 드리니까 그 답이 맞았더라고요. 이 문제를 5분 정도 푸는데 옆에 수학을 잘하는 친구도 있고, 뒤에서 친구들이 바라보고 있고, 대강당에서 서서 푸니까 긴장돼서 1시간은 일어서서 있었던 것 같았어요."

윤성근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3학년 학생. 수학동아 제공

Q. 학교에서 수학 활동을 하나요.

A. "고등학교 2학년 때 수학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퓨마(PURE MATHEMATICS, 순수 수학)’라는 수학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학교에 수학 잡지 동아리와 수학 봉사 동아리는 있었는데 문제를 푸는 동아리는 없어서 직접 만들었어요.

1, 2학년 학생 20명이 일주일에 2번 동아리 시간에 만나 창의적인 풀이를 할 수 있는 문제나 직접 만든 문제를 서로 공유하며 풀어보는 거예요.

만들자마자 동아리원 모집 공고를 냈는데 지원자가 많아 시험을 치렀어요. 두 문제를 냈는데 저는 그중 ‘19의 배수 판별법ʼ으로 경우의 수를 찾는 문제를 출제했어요.

네 자릿수 abcd가 있을 때 조건을 만족하는 a, b, c, d의 개수를 구하는 문제로 2d + ( a + b + c )가 19의 배수라는 규칙을 찾지 못하면 풀 수 없는 문제였지요. 지원자들이 어떻게 풀었는지 묻는 면접을 본 다음 1학년 10명을 뽑았어요."

Q. 수학을 잘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조언해주세요.

A. "답지를 보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푸는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가 나온 이유를 생각하는 것이 최종적으로 수학을 잘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 그렇게 문제를 풀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그래야 수학이 재밌어진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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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하 기자 cown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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