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출신’ 알파고 시나씨 “하마스 테러행위 규탄 받아야… 이스라엘 책임도 있어” [이슈 인터뷰]

김지호 2023. 10. 1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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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분쟁이 참극을 만들고 있다. 충돌 닷새 동안 양측 사망자와 부상자가 약 1만여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갈등이 서로에 대한 증오로 굳은 상태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를 두고 국내에서도 누구의 잘못인가’에 관한 논쟁이 쏟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자만아메리카 외신기자 출신 방송인 알파고 시나씨는 “양측이 비인간적인 행위를 멈추고, 서로 공존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중심도시 가자시티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을 피해 마을을 떠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알파고 시나씨는 지난 12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이스라엘이 싸우고 있는 대상은 팔레스타인이 아닌 하마스고,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분노한 이유는 서로 다르다”며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지금 우리 성전을 더럽히고 있고, 우리를 학살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그 분노는 (일반 팔레스타인 사람보다)한 단계 더 높다”고 설명했다.
알파고는 하마스의 테러행위를 비판하면서 그들의 연혁을 간략히 설명했다. 그는 “하마스는 처음에 테러집단으로 나왔다가 2006년 다수당이 되었다”면서 “그 배경에는 기존 파타당이 부패를 너무 많이 저지르고, 외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을 독식하면서 정작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것에 대한 분노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하마스를 당선시켰고, 그 후로 선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튀르키예 기자 출신 방송인 알파고 시나씨. 유튜브 채널 ‘알파고의 지식 램프’ 갈무리
파타당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중요 정당 중 하나이며, 1957년 1월1일 야세르 아라파트(Yasser Arafat)를 중심으로 조직됐다. 1996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립 후 정권을 잡아 ‘옛 영토를 되찾겠다’는 팔레스타인 실지(失地) 회복 운동을 주도했다. 그러나 초기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부정부패 논란, 정권 내부 권력투쟁 등으로 민심을 잃기 시작한다. 결국 2006년 1월25일 실시한 총선거에서 132석 중 45석만을 얻어 하마스에 집권당의 자리를 내어준다.
알파고는 ‘이스라엘에 책임을 묻는 견해’에 관해서도 생각을 전했다. 알파고는 가자지구를 ‘하나의 수용소’라고 표현했다. 그는 “가자지구는 하나의 수용소다”며 “그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이 언제까지 아무 말도 안 하고 거기서 쭉 조용하게 살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가자지구의 열악한 환경에 관해 설명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이 발사되고 있는 모습. 신화·뉴시스
알파고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한 사람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은 하루에 100리터지만, 가자지구 거주민에게 공급되는 양은 하루 평균 약 88리터에 그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식품도 외부에서 받아 생활해야 하고, 그곳에선 작은 농사도 무역도 할 수 없다”며 “서로 보복 없이 이 상태로 살아가는 것도 해결책인가? 언젠가 평화 체제가 구축돼야 하는데, 아무런 대책 없이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실질적인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알파고는 이스라엘 정권과 관련해 “이타마르 벤그비르(Itamar Ben-Gvir) 이스라엘 국가안보 장관이 예전에 활동했던 정당이 있다”면서 “이스라엘도 그 정당이 위험하다고 생각해 국가적으로 해체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그 정당에서 활동하던 이들 중 현 정당에서도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알파고는 “그 사람들이 알아크사 사원에 사전 통보 없이 진입하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며 “당장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매일 ‘끼니를 해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을 때 그런 일을 당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조용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렇다고 해도 하마스의 민간인 학살은 테러이고 규탄받아야 하는 행위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가자지구 중심 도시 가자시티에서 화염이 솟구치고 있다. 가자시티=AFP연합뉴스
알파고는 하마스로 인해 한국에 자리 잡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걱정했다. 알파고는 “한국 사람들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팔레스타인의 테러 행위를 떠올린다”면서 “그러나 일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모두 친척 혹은 형제 중 누군가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이 일어나면 하마스 대원들이 병원이나 학교에 숨어든다”며 “이스라엘군은 이와 무방하게 병원을 폭파시켰고, 가자지구에 사는 아기들이 희생당했다. 양쪽의 분노가 수십 년째 쌓여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알파고는 이번 분쟁의 향후 행방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그는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이 맺어진 이후 팔레스타인 정부가 관리하지 못하는 조직들이 테러를 저질러도 결론적으로 양측 정부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협상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번엔 끝까지 싸우다가 막판에 하마스가 협상을 시도해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양쪽에서 더 강한 세력이 정권을 잡아 보다 잔인한 전쟁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알파고는 행여 한 쪽의 견해를 대변하는 것처럼 비칠 것을 우려하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비인간적 행위로 무고한 희생과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양측이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황에서도 서로 공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호 기자 kimja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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