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20년 홍수 겪은 후 태풍·홍수 대비 전문가 韓 11명 日 193명

박상현 기자 2023. 10.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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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같은 홍수 겪고도 다른 대응
지난 8월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하천 제방이 유실돼 물에 잠긴 대구 군위군 효령면 병수리. 소방 구조대원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거대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한국과 일본에 큰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그런데 같은 수해를 겪은 후 양국 기상청의 방재(防災) 대책은 크게 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이 전문 인력 193명을 새로 뽑아 전역에 배치한 반면, 우리는 기존 인력 11명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기후변화로 기상재해가 날로 심해지는 상황에서 한국의 미온적 대처가 올여름 홍수 피해를 제대로 막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기상청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일 기상청의 방재 전문 인력 격차는 2020년 여름을 기점으로 크게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 기상청은 2018년부터 전국 17개 광역시도 지자체에 전문 인력을 총 11명 운용하고 있다. 기상 업무 경험이 있는 퇴직 예보관과 퇴역 군인을 기상청에서 ‘방재 기상 지원관’ 직책으로 뽑아 지자체에 파견하는 식이다. 한 지자체당 방재 전문 인력을 1명도 보유하지 못한 셈이다. 2020년 홍수 이후에도 해당 인력은 충원되지 않았다.

올여름 홍수 피해가 컸던 충청권과 남부 지방은 12개 지자체에 전문 인력이 7명에 불과하다. 충청권 2곳(충남·충북도), 영남권 3곳(부산·대구·경북도), 호남권 2곳(전남·전북도) 등이다. 경기도는 자체 예산으로 운영 중이고, 경남·울산·광주·대전·세종 등 5곳은 많은 비가 내릴 것이란 예보가 나와도 방재 대책 수립을 도울 전문 인력이 한 명도 없는 상태다. ‘방재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다.

그래픽=이진영

반면 일본 기상청은 2020년 규슈 지방 대홍수와 산사태를 계기로 방재 기상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당시 규슈 북부·남부에 각각 71일과 60일간 장맛비가 퍼부었다. 집중호우가 시간당 최고 98㎜ 내렸고, 총강수량은 1541.5㎜까지 기록됐다. 구마모토현 하천 11곳이 범람해 가옥 6000채가 침수됐고 65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본은 ‘기상방재감(氣象防災監)’이라는 직위를 만들었고, 퇴직 예보관 87명과 기상예보사 106명으로 구성된 전문 인력 193명을 새로 뽑아 ‘기상 방재 어드바이저’라는 직책으로 전국 지자체에 배치했다. 이렇게 각지에 포진한 방재 전문 인력이 지자체와 협의해 폭우나 태풍이 발생할 때마다 즉각 방재 대책을 내놓고 있다. 현재 일본에선 재난의 종류와 규모에 따라 적게는 1~2명, 많게는 1000여 명의 공무원이 기상재해에 대비한다. 2020년에 버금갈 만큼 많은 비가 내린 올해 재해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한다.

2020년 장마는 우리나라에도 큰 피해를 줬다. 역대 최장으로 중부·남부 지방에 각각 54일과 38일간 비를 뿌렸다. 장마 기간 낙동강 643~712㎜, 섬진강 565.2㎜, 금강 514~865㎜의 비가 내렸고, 섬진강은 8월 7~8일 305.8㎜가 더 내렸다. 이 여파로 낙동강 합천댐·남강댐, 섬진강 섬진강댐, 금강 용담댐·대청댐 등 다섯 댐의 하류 총 158지구에서 홍수가 발생했다. 하지만 당시 우리 정부는 오히려 멀쩡한 보(洑) 해체를 결정하는 등 상식적 방재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전임 정부에서 공무원을 13만명 늘리는 동안 예보관 증원은 한 명도 하지 않는 등 예보 전문 인력에 대한 투자도 없었다. 이주환 의원은 “올해 폭염·폭우 등 예전에 없던 이상기후로 많은 피해가 발생한 만큼 각 지역에 맞는 맞춤형 기상 정보 제공과 현장 대응이 여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우리도 전문성을 갖춘 기상청 예보관을 지자체에 상시 파견해서 맞춤형 방재 기상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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