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후 재출마·역대 최고 사전투표율···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남긴 기록들

정대연 기자 2023. 10. 1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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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6개월 앞둔 상황서 치러져
‘윤석열 대 이재명’ 대리전 양상
전례 없는 여야 지도부 총력전도

11일 투표를 진행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기초자치단체장 선거로는 유례 없는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3월 대통령 선거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재대결로 여겨지면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총력전을 펼쳤다. 이번 선거가 남긴 기록들을 살펴봤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발산역 앞 광장에서 열린 김태우 후보 파이널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 상실→사면→재출마

이번 보궐선거는 직전 강서구청장인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구청장직을 상실하면서 실시됐다. 김 후보는 지난 5월 대법원에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법원은 김 후보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확보해 폭로한 첩보 중 일부가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로 김 후보는 구청장직이 박탈됐다.

윤 대통령은 확정 판결이 나온 지 석 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 8월 김 후보를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시켰다. 김 후보는 당일 강서구청장 선거 재출마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은 한 달 뒤인 지난달 17일 김 후보를 구청장 후보로 확정했다.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가 사면을 받아 그 선거에 재출마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김 후보는 보궐선거 실시에 세금 40억원가량이 소요되는 데 대해 “1년에 1000억원 넘게 벌어들이기 위한 수수료 정도로 애교 있게 봐달라”고 말했다.

■재보선·지선 사상 최고 사전투표율

지난 6~7일 이번 선거 사전투표가 실시됐다. 전체 유권자 50만603명 가운데 11만3313명(22.64%)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2013년 4·24 재보궐선거 때 사전투표제도가 도입된 이래 재보궐선거 및 지방선거 중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다. 기존 재보궐선거 중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은 2021년 4·7 재보궐선거 때 20.54%, 지방선거 중 최고 사전투표율은 지난해 6·1 지방선거 때 20.62%였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인 데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치러진 선거여서 이날 본투표까지 합친 최종 투표율도 높게 나올지 주목을 받았다. 이날 최종 투표율(잠정)은 48.7%로, 지난해 6·1 지방선거(강서구 51.7%)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강서구 56.4%) 투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도입 10년을 넘기며 사전투표제도가 정착하면서 투표율 상승 효과보다는 투표일 분산 효과가 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인근 공원에서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기초단체장 보궐선거에 여야 지도부 총출동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도부는 그야말로 총력전을 펼쳤다. 국민의힘은 김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추석 연휴가 낀 선거운동 기간 동안 매일같이 강서구를 찾아 김 후보 선거 운동을 지원했다. 기초단체장 선거대책위원회인데도 정우택·정진석 의원(명예 공동선대위원장), 권영세·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상임고문) 등이 참여한 매머드 선대위를 꾸렸다. 민주당도 지도부가 수시로 진 후보 선거 운동을 도왔다. 특히 이 대표는 지난 9일 단식 후 입원치료를 받고 있던 병원에서 퇴원한 뒤 곧바로 강서구를 찾아 윤석열 정부 심판을 강조했다.

기초단체장 한 명을 뽑는 보궐선거에 각 당이 이처럼 전력을 쏟은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내년 총선 전초전으로 평가되면서 패했을 때 돌아올 후폭풍이 상당히 클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 의중에 따라 김 후보를 무리하게 공천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큰 표 차로 진다면 김 대표를 중심으로 내년 총선을 준비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커질 수도 있다. 민주당도 패배시 타격이 크다. 진 후보를 전략 공천한 이 대표의 책임론이 우선 제기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패한다면 구속영장 기각으로 잠잠해진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대한 내부 비판도 다시 분출할 수 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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