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년 전 ‘푸른 피’ 투구게의 유영…“살아있다니, 정말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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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 우주선처럼 크고 단단해 보이는 황금빛 투구게가 어두운 바다 속을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곁으로 금빛 몸색과 검은 가로 줄무늬가 호랑이를 연상케 하는 세 마리의 골든트레바리가 투구게를 호위하듯 유영한다.
이번 대상작은 '황금 투구'(The Golden Horseshoe)라는 제목의 사진으로 필리핀 팡가탈란 섬 보호해역에서 해저를 따라 유영하는 투구게 한 마리와 골든트레바리 세 마리의 모습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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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공모전 수상작 발표
외계 우주선처럼 크고 단단해 보이는 황금빛 투구게가 어두운 바다 속을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곁으로 금빛 몸색과 검은 가로 줄무늬가 호랑이를 연상케 하는 세 마리의 골든트레바리가 투구게를 호위하듯 유영한다. 수억 년 전부터 지구를 지켜온 해저의 신비로운 생명체를 포착한 작품이 2023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공모전 대상작에 뽑혔다.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은 제59회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공모전’(Wildlife Photographer of the Year) 대상에 프랑스 수중 사진가 로랑 발레스타(Laurent Ballesta)를 선정했다고 10일(현지시각) 밝혔다. 작가는 육식어종 카모플라쥬 그루퍼(Camouflage grouper)의 희귀한 산란 장면을 담은 작품으로 2021년에도 한 차례 대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이번 대상작은 ‘황금 투구’(The Golden Horseshoe)라는 제목의 사진으로 필리핀 팡가탈란 섬 보호해역에서 해저를 따라 유영하는 투구게 한 마리와 골든트레바리 세 마리의 모습을 담아냈다. 심사위원장인 캐시 모란 에디터는 “투구게가 자연 서식지에서 이렇게 생생하게 살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우리는 멸종 위기에 처한 고대 종이자 인간의 건강에도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는 중요한 생물을 보고 있다. 작품 그 자체에서 빛이 난다”고 평가했다.
투구게는 일반적으로 동남아시아 연안의 열대 해역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존하는 투구게는 4종으로 3종은 아시아 태평양 해역에, 1종은 북미 대서양 연안에서 발견된다. 작품의 모델인 세가시투구게(Tachypleus tridentatus)는 1997년 제주도 우도에서도 발견된 적이 있다. 투구게는 절지류로 이름과는 달리 게가 아니라 거미와 전갈에 더 가까운 동물이다. 딱딱한 외부 갑각 아래 걷거나 먹이를 잡을 때 사용하는 다섯 쌍의 다리가 달려있다.
투구게가 지구에 처음 나타난 것은 약 4억년 전 데본기로 추정되는데 수억 년 동안 모습이 바뀌지 않고 생존해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그 개체수가 줄어들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의해 멸종위기종(Endangered)으로 구분되어 있다. 또 투구게의 파란 혈액은 소량의 독소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코로나 백신 등 인간의 의약용품 독성 실험에 이용된다. 이에 매년 수십만 마리의 투구게가 동물실험으로 희생된다.
올해의 젊은 야생동물 사진가 대상작은 이스라엘의 17살 사진가 카멜 베클러(Carmel Bechler)에게 돌아갔다. 베클러의 작품 ‘길가의 올빼미 집’(Owls' Road House)은 길가 건물에 둥지를 튼 올빼미의 모습을 담아냈다. 캐시 모란 심사위원장은 “이 사진은 야생동물의 서식지 파괴와 환경 적응이라는 다양한 층위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야생동물이 우리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면 왜 우리는 그들을 존중하지 못할까라는 질문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올해 공모전에는 약 95개국에서 5만 여장이 출품됐고 이 가운데 19개 부문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수상작 가운데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피하는 동물, 마눌 고양이를 쫓는 눈표범, 열심히 둥지를 짓는 벌 등 야생동물의 생태와 행동, 인간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특별한 사진들이 포함됐다. 아래는 각 부문 수상작들이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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