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AG 놀라운 성과 거둔 배드민턴·수영·탁구의 공통점은

박정욱 기자 2023. 10. 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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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박정욱 기자]
한국 여자 배드민턴 대표팀이 10월 1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지난 8일 폐회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한국은 금메달 42개, 은메달 59개, 동메달 89개를 수확하며 종합 성적 3위에 올랐다. 목표했던 금메달 50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순위는 유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비약적인 성장으로 응원하는 국민들과 스포츠 팬들을 놀라게 한 종목을 세 개만 꼽는다면 배드민턴과 수영, 탁구일 것이다. 4연속 금메달의 야구와 3연패의 축구도 큰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지만, 경쟁국에 비해 월등한 전력을 갖춰 애초 금메달을 당연한 목표로 설정했고 그 기대대로 '디펜딩 챔피언'의 위상을 지켜냈다. 이와 달리 배드민턴과 수영, 탁구는 이전 대회와는 확연하게 달라진 큰 발전과 성장이 돋보였다.

먼저 배드민턴을 보자.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차지한 안세영. /사진=뉴시스
한국 배드민턴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2개(여자단식·여자단체), 은메달 2개(남자복식·여자복식), 동메달 3개(남자단체·여자복식·혼합복식) 등 모두 7개의 메달을 따냈다. 금메달 4개를 포함해 메달 9개를 획득했던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최대 성과다. 21년 만의 완벽한 '부활'이다.

한국 배드민턴은 2002년 정점을 찍은 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32년 만의 '노 골드'를 기록하는 등 내리막길을 걸었다. 앞선 대회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1978년 방콕 대회 이후 40년 만의 '노 메달' 불명예를 안았다. 밑바닥까지 추락한 꼴이었다. 하지만 5년 만에 항저우에서 세대교체에 성공하며 대반전을 이루고 '르네상스' 시대를 새로 열었다.

특히 여자 배드민턴이 빛났다. 여자단체전과 개인전에서 모두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역대 두 번째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8년 방콕 대회부터 5회 연속 중국의 벽을 넘지 못했는데, 29년 만에 만리장성을 넘어 영광을 재연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우승 확정 후 포효하는 안세영. /사진=뉴시스
그 중심에는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21)이 있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연거푸 패배했던 '천적' 천위페이(중국)를 맞아 단체전 첫 경기인 1단식에서 2-0으로 이겨 금메달 사냥의 선봉에 선 데 이어 개인전 결승에서도 무릎 부상의 악재를 딛고 2-1로 승리해 대회 2관왕을 달성했다.

안세영은 올해 3월 최고 권위 대회인 전영오픈에서도 천위페이를 꺾고 27년 만에 여자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7차례나 하며 승승장구한 끝에 야마구치 아카네(일본) 등 라이벌을 제치고 세계 랭킹 1위로 올라섰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난 8월 세계개인선수권에서도 한국 배드민턴 사상 첫 단식 정상에 서며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전망을 밝게 비추었고, 이번 대회 결과는 기대치 이상이었다.

황선우. /사진=뉴스1
한국 수영 경영도 이번 대회에서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금메달 6개를 포함해 무려 22개(은 6, 동 10개)의 메달을 거둬들였다. 2006년 도하 대회의 16개(금 3, 은 2, 동 11개)보다 6개 많고,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을 따냈던 2010년 광저우 대회(금4, 은 3, 동 6개)보다 금메달 2개, 총 메달 9개를 더 많이 차지했다.

이번 대회 수영 총 메달 수에서 일본(30개)보다 적었지만, 금메달은 일본(5개)보다 1개 더 많았다. 한국 수영 경영이 아시안게임에서 일본보다 많은 금메달을 딴 것은 역대 최초다. 또 무려 14종목에서 한국 기록을 쏟아낸 것도 큰 성과다.

2006년 도하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이 주축이었다면, 이번 대회는 황선우(20)가 그 중심에 있었다. 박태환이 메달 레이스를 홀로 이끌다시피 한 과거와는 달리 이번 대회에는 '3관왕' 김우민(22)을 비롯한 여러 선수들이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을 안아 그 의미를 더했지만, 황선우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세계 정상급 기량을 보여주며 대표팀 동료 선수들에게도 큰 자극과 동기부여를 해 르네상스의 문을 여는 계기를 마련했다. 황선우는 이번 대회에서 금, 은, 동 각 2개씩 모두 6개의 메달을 모았다.

황선우(왼쪽부터), 김우민, 이호준, 양재훈으로 구성된 한국 계영 대표팀이 9월 25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계영 800m에서 우승 후 시상대에 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9월 27일 수영 경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는 황선우가 1위, 이호준(22)이 3위에 올랐다. 시상식 때 두 개의 태극기가 게양됐다. 5년 전 자카르타 팔렘방 대회 때 이 종목에서 7위에 그쳤던 이호준은 자신의 첫 개인 종목 아시안게임 메달을 안았다. 그는 경기 뒤 "황선우가 2020 도쿄 올림픽을 기점으로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세계적인 선수(황선우)가 대표팀 동료로 있다는 게 내게는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황선우가 한국 경영대표팀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말이다.

탁구도 비슷하다. 한국 탁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7개 세부 종목에서 모두 메달(8개)을 따냈다. 금메달 1개(여자 복식)와 은메달 2개(남자 단체, 남자 복식), 동메달 5개(여자 단체, 혼합 복식 2, 여자 단식, 남자 단식)다. 금메달 2개를 포함해 총 8개의 메달을 수확한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최고 성적이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 금메달을 따낸 신유빈(오른쪽)과 전지희. /사진=뉴시스
무엇보다 21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여자 복식 신유빈(19)-전지희(31) 조가 10월 2일 열린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조와 결승전 '남북 대결'에서 4-1로 승리하며 2002년 부산 대회 남자 복식의 이철승-유승민 조, 여자 복식의 석은미-이은실 조 이후 21년 만에 금메달의 영예를 안았다.

에이스는 '삐약이' 신유빈이었다. 그는 띠 동갑 선배 전지희와 호흡을 맞춰 여자 복식 금메달을 따내기 전에 여자 단체전과 단식, 혼합 복식에서 먼저 동메달을 수집해 놓았다.

수영의 이호준처럼 전지희도 '막내 에이스' 신유빈을 언급했다. 그는 여자 복식 우승을 확정한 뒤 "너무 행복하고 (신)유빈이한테 너무 고맙다"면서 "유빈이가 많이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2024 파리 올림픽 메달 도전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유빈이와 한 번 더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따고 싶다"고 했다.

'르네상스 시대'를 열며 '잘 나가는' 종목으로 다시 부상한 배드민턴과 수영, 탁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젊은 리더'가 팀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막내 에이스'들이다.

배드민턴의 안세영(2002년생), 수영의 황선우(2003년생), 탁구의 신유빈(2004년생). 모두 20세 안팎의 선수들이다. 이들은 세대교체에 앞장서면서도 기존의 선배들에게서 대표팀의 전통을 배우고 익히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물론 지도자도 선배들도 모두 인정하는 기량과 실력이 뒷받침돼야만 가능한 일이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나란히 3관왕을 달성한 김우민(왼쪽)과 임시현. /사진=뉴스1
대한체육회가 처음 선정한 아시안게임 한국선수단 최우수선수(MVP) 등 수상자의 면면을 보라.

'3관왕'의 주인공인 수영 김우민과 양궁 임시현(20)이 남녀 MVP에 뽑혔다. 투혼상은 배드민턴의 안세영, 성취상은 탁구의 신유빈, 격려상은 '초등학교 6학년' 스케이트보더 문강호(12)와 수영 여자 배영 200m 동메달리스트 이은지(17)에게 돌아갔다. 김우민은 2001년생이고, 양궁대표팀 '막내 에이스' 임시현은 2003년생, 한국 선수단 최연소선수 문강호는 2011년생, 이은지는 2006년생이다.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밝힐 '젊은 리더'이고, '동량'이 될 인재들이다.

박정욱 기자 st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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