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치 완성한 ‘셰프’ 때까치 “싱싱할 때 한 점 드셔보실라우?” [수요동물원]
먹잇감 ‘생꼬치’ 만드는 잔혹습성은 약한 발가락힘 보완하는 ‘고육책’
때까치 속한 참새류는 세계에서 가장 똘똘하고 번성하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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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 포토제닉이라고 들어보셨는지요? 의도치 않게 포착된 야생에서의 동물들의 모습이 마치 사람과 꼭 같은 얼굴 표정이나 동작을 하는 사진들이죠. 짐승들에게 사람만큼의 세밀한 감정 따위는 기대하기 어려울 텐데, 순간 포착의 예술을 통해 분노·절망·좌절·황당·행복 등의 표정이 얼굴에 드러나는 듯 해요. 그만큼 사람은 동물의 모습에 자신의 감정을 즐겨 투사합니다. 오늘 제 기준으로는 넉넉하게 입선작으로 꼽을만한 애니멀 포토제닉사진부터 소개해드립니다. 앙다문 부리에와 초롱초롱한 눈망울에서 사냥꾼의 면모가 살포시 드러나는 때까치 사진이예요.
미국 텍사스주 빅벤드 국립공원에서 렌즈에 포착된 놈은 이제 막 사냥을 끝냈습니다. 나무 꼬챙이에는 방금 잡아온 쥐의 몸통을 꿰어놓았습니다. 찢긴 살갗 사이로 선홍색 핏물이 살포시 흐릅니다. 가련한 최후를 맞은 이 설치류가 포식자 입장에서는 선도 100%의 신선함이 가득한 먹거리임을 말해주는 선명한 붉은 색이예요. 개구리·벌레·도마뱀 등 사냥감을 나뭇가지나 철조망에 꿰어놓는 때까치의 살육 현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드문 풍경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개 사냥꾼 때까치는 보이지 않고, 꿰인 몸뚱아리가 비바람과 햇살을 번갈아 맞아가면서 덕장의 명태처럼 갈빛으로 꾸덕꾸덕 익어가 육포로 변모한 모습입니다. 그에 비해 이 사진에 등장하는 꿰인 쥐의 몸뚱이는 육사시미에 빗댈 수 있겠네요? 비유와 표현이 너무 엽기적인 듯 하지만, 실제로 미국에선 때까치를 ‘푸줏간새(butcherbird)’라고 부른답니다.
이 사진처럼 막 잡은 사냥감 바로 옆에서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포토제닉한 포즈를 취하는 경우는 좀처럼 없어요. 부리를 보니 약간의 으스대는 썩소를 지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내가 방금 만든 싱싱한 쥐꼬치, 한 입 드셔보실라우?” 이 포식자의 의기양양한 얼굴과, 고통 속에 삶을 마감한 쥐의 처연한 눈동자가 잔혹한 대비를 이룹니다. 우리는 그저 짐승의 생태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입장에서 담담하게 바라볼 뿐이지만, 생생하게 날뛰던 먹잇감이 사냥당해 저런 상황이 됐을 순간을 짐작하면 몸서리쳐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먹고 먹히는게 대자연의 룰인걸요. 충분히 재빠르고, 충분히 강하지 못한게 죄악시되는 비정한 짐승 왕국의 단면이죠. 본능으로 움직이는 짐승이 모인 무리가 사람의 사회와 근본적으로 다른 까닭입니다. 그래서 이 때까치를 욕할 이유가 없습니다. 잔혹해보여도 이 새가 따라온 본능적 전통이거든요. 그래도 궁금증은 듭니다. 왜 이렇게 꿰어놓는가,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 예 있습니다. 뾰족한 나뭇가지나 철조망의 끝처럼 때까치가 먹잇감을 꿰어놓는 구조물은 사람으로 치면 젓가락이나 포크 역할을 한답니다.
맹금류처럼 날카롭고 움켜쥐는 힘이 단단한 발톱을 갖지 못한 때까치는 발대신 머리를 쓴 것이죠. 이렇게 먹잇감을 고정시키고 나면 자유자재로 팍팍 뜯어먹고 북북 찢어먹을 수 있게 됩니다. 고정시킨 덕에 여유롭게 물고 뜯는 때까치의 식사장면을 한 번 보실까요? 최대한 모자이크 처리를 했지만, 보기에 불편한 장면이 적지 않으니 예민하신 분은 건너뛰시길 바랍니다.
때까치는 전체 몸길이가 다 자라봐야 20㎝를 넘지 않습니다. 지구촌 곳곳에 무려 70여종이 넘게 살아요. 하지만 공통적으로 흰(때로는 노란) 가슴털과 일(一) 자 형태의검은 눈두덩이 특징입니다. 참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식습관이 더욱 섬뜩하죠. 수리·매·올빼미·부엉이 등 맹금류들, 왜가리나 백로처럼 먹성좋은 물새들만 비정한 사냥꾼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때까치처럼 작고 아담하며 앙증맞은 몸집을 한 새들은 대개 참새류입니다. 지구상의 전체 새 중에 무려 60%를 차지하는 어마무시한 파벌이예요. 우리에게 친숙한 박새·딱새·오목눈이·울새·지빠귀 등이 모두 이 파벌 소속입니다. 산과 들을 날면서 사랑스럽게 지저귀는 전형적인 새의 모습이죠. 그래서 이런 참새류를 통틀어 영어로도 송버드(songbird)라고도 부르죠.
참새류에는 이렇게 작은 새들만 있는게 아니랍니다. 몇 년새 전국적으로 급속히 숫자를 불리며 텃새의 왕으로 등극할 기세인 까마귀, 까마귀 등살에 부쩍 움츠러든 까치, 아름다운 연보랏빛 색깔이 무색하게 드센 성질머리로 경계대상 1호로 떠오른 물까치, 그리고 이제는 강남으로 떠나서 아예 터를 잡았는지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귀하디 귀해진 제비도 참새 패밀리입니다. 까마귀·까치처럼 남다른 덩치를 자랑하는 종류도 있지만, 참새류의 특징은 대부분 작다는 것입니다. 이 작은 덩치는 사실 진화의 산물이기도 해요. 포유동물 중에서 사람이 속한 영장류가 지능으로 원탑인것과 마찬가지로 신체구조와 지적 능력 등 여러가지 측면을 종합적으로 따져봤을 때 참새는 새 중에서 가장 진화한 사례로 꼽힙니다. 비록 여러 짐승의 먹잇감으로 희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5대양 6대주 곳곳을 누비며 번성하고 있거든요.
때까치는 참새류 중에서 가장 뛰어난 킬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란 족속에서 으레 따라붙는 ‘새대가리’의 핵심 사례로도 오해받고 있어요. 육포처럼 비바람을 맞으며 발효된 이들의 꼬치가 오해를 제공합니다. 자기가 먹으려고 꽂아두고 음식을 마련해놓은 사실도 까먹으니, 애먼 짐승들이 꼬챙이에 꿰어 죽어가는게 아니냐는 것이죠. 우리가 때까치의 습성을 속속들이 파악하지 않는한 이는 사람의 주관이 개입된 편견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새에 대해서 지능이 낮을 것이라는 인간의 선입견을 깨는 건 쉽지 않아 보여요. 공중생활에 맞게 신체 구조를 최대한 단순화시키다보니 뇌까지 작아졌을 것이라 지레짐작하는 것이죠. 실제로 ‘새대가리’는 얼마 전 미국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이슈가 됐답니다. 야당 공화당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대사를 향해서 ‘새대가리(birdbrain)’이라는 막말을 날렸어요. 그러자 헤일리는 “트럼프 캠프에서 보냈다”며 새장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려놓아 반격합니다. 하지만 새대가리라는 말은 모욕일 겁니다. 적어도 참새류에게 더욱 그럴 겁니다.
여러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새 중에서 일부 종류의 경우 구조의 촘촘함이 절대 영장류에 뒤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리고 지능순으로 서열을 정해보면 어김없이 참새류, 그중에서도 까마귀·까치들이 최상위권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사실 ‘생고기 꼬치’를 해먹는 때까치의 습성도 자신의 신체구조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식사하는 방법을 고안해낸 종족의 레시피라고 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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