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콜로세움급 나치 성지’도 3000억 들여 보존하는 독일 [지워진 역사, 잊힌 유적-뉘른베르크편①]

2023. 10. 1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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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대표 유적 ‘나치 전당대회장’
한국 언론 최초로 내부 공개
‘보존하되 복원하진 않는다’ 원칙
“유적을 남겨야 나치 다룰 수 있어”
편집자 주
역사는 때에 따라 지워지거나 다시 해석되기도 하고 추앙받기도 한다. 정치적 해석에 기반해 유적이 파괴되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역사든 지키겠다는 나라가 있다. 바로 독일이다. ‘히틀러가 사랑한 도시’로 불리는 독일 바이에른주 뉘른베르크시는 ‘인류역사의 수치’로 불리는 나치의 유적을 보존하고 있다. 물론 독일 역시 치열한 갈등과 고민 끝에 역사 유적을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헤럴드경제는 한국 언론 최초로 뉘른베르크시의 협조를 받아 2027년 재정비 완료 예정인 ‘나치 전당대회장’ 내부를 비롯해 ‘전범재판기념관’ ‘채플린광장’ 등을 취재했다. ‘인류역사의 수치’인 나치의 유적도 수천억원을 들여 보존하는 독일은 어떤 원칙을 두고 있을까.
지난달 19일 독일 바이에른주 뉘른베르크에 있는 ‘나치 전당대회장’. 2027년까지 복원이 예정된 대회장은 로마 콜로세움보다 1.5배 큰 건물이었으나 2차 세계대전으로 미완의 건물이 됐다. 독일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는 이곳을 나치의 성지로 만들고자 했다. 뉘른베르크=김빛나 기자
1934년 9월 5일 독일 나치당 6차 전당대회 현장을 기록한 선전영화 ‘의지의 승리’ 스틸컷. [IMDB]

〈지워진 역사, 잊힌 유적-독일편〉 [1] 뉘른베르크편-인류역사의 수치를 공개하다

[헤럴드경제(뉘른베르크)=김빛나·박혜원 기자] 1934년 9월 독일 나치당 6차 전당대회 날, 독일 바이에른주 뉘른베르크의 한 비행장에 ‘D-2600’가 적힌 비행기 한 대가 착륙했다.

“와~ 아아아 아!” 비행기가 보이자 수많은 시민은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비행기에서 콧수염이 있는 한 남자가 내렸다. 독일 나치 독재자인 아돌프 히틀러(1889~1945년)다.

“히틀러! 히틀러!”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거리의 시민은 모두 히틀러를 반겼다. 시민의 환호를 받으며 히틀러는 무대 단상 위로 올라갔다. 뉘른베르크는 나치당의 정치적 텃밭이었다. 히틀러는 무모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자칭’ 로마제국을 계승한 그는 콜로세움보다 더 거대하고 더 화려한 곳에서 전당대회를 열고자 했다.

콜로세움보다 1.5배 큰 나치 유적
지난달 19일 독일 바이에른주 뉘른베르크에 있는 ‘나치 전당대회장’에서 뉘른베르크시 소속 문화부 리모델링책임특별사무실 직원인 필릭스 흐랏 씨가 전당대회장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다. 전당대회장 높이는 940㎝로, 180㎝인 성인 남성 5명의 키를 합친 것보다 높다. 뉘른베르크=박혜원 기자

“이곳은 히틀러가 연설하는 단 1시간을 위해 365일 존재했던 장소예요. 1년에 한 번 열리는 전당대회 날, 자신의 연설시간에 사용하려 했죠.”

그로부터 딱 89년이 흐른 2023년 9월의 전당대회장. 독일 뉘른베르크시 소속 문화부 리모델링책임특별사무실 직원인 필릭스 흐랏 씨가 먼지가 가득한 이곳 내부로 취재진을 안내했다. 건물 전체가 말발굽 모양인 전당대회장은 콜로세움보다 1.5배 정도 크다. 천장 높이가 무려 9.4m로, 180㎝인 성인 남성 5명의 키를 합쳐도 닿지 않을 만큼 높다. 뉘른베르크시에 따르면 건물 전체 무게는 100t이 넘는 것으로 예상된다.

전당대회장은 미완성의 건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건물을 지을 돈이 전쟁에 쓰이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흐랏 씨는 “히틀러는 이 장소의 바닥부터 천장까지 모두 대리석으로 꾸미고 싶어했다. 건물이 완공되지 않아 실천은 못했다. 지금은 낡았다. 벽돌 페인트칠도 벗겨졌다. 하지만 다시 칠하진 않을 것이고 꾸미지도 않을 것”이라며 “낡아가는 그 모습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대하게 시작됐으나 미완으로 끝난 건물인 나치 전당대회장은 한때 도시의 흉물이 될 정도로 방치됐다. 그러다 최근 복원 논의가 진행돼 총 2억1100만유로(약 3100억원)를 투입해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재정비작업에 들어갔다. 흐랏 씨는 “재건축을 하지만 이 장소를 (나치의) 계획대로 완성하겠다는 건 아니다. 그냥 미완의 상태로 남기고 복원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히틀러 ‘허황된 꿈’ 보여주려 미완 상태로
독일 바이에른주 뉘른베르크시에 있는 ‘나치 전당대회장’의 과거 모습. [뉘른베르크 나치 기록보관소 제공]
지난달 18일 독일 바이에른주 뉘른베르크시에 있는 ‘나치 전당대회장’에서 뉘른베르크 시 소속 문화부 리모델링책임특별사무실 직원인 필릭스 흐랏 씨가 재정비 후 예상되는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안내 팻말이 붙어 있는 벽은 여기저기 흠집이 났다. 뉘른베르크시는 건물 벽을 최소한으로 복원할 방침이다. 뉘른베르크=김빛나 기자

“내부는 허름한 상태로 둘 겁니다. 초라하게 부서지고 낡은 모습을 봐야 사람들이 알 수 있으니까요. 나치가 실패했다는 걸 말이죠. 시에서는 유대인 단체에 건물 활용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돈으로는 3100억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새 단장이지만 딱히 건물을 꾸미거나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리지 않는다. 한때 물류창고로 활용하면서 생긴 바닥의 페인트칠도 지우지 않는다. 건물 벽에 있는 낙서도 남긴다. 보존 외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다. 흐랏 씨는 “나치가 예상을 했던 모습을 재현을 하는 것이 아니라 1970, 80년대에는 다른 용도로 사용됐던 역사까지 그대로 보여주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 재정비가 완료된 후 나치 전당대회장 절반은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으로, 절반은 오페라하우스로 사용될 예정이다.

천문학적 돈을 들여 보존만 할 것이라면 차라리 건물을 없애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실제 뉘른베르크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종료 직후에는 나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일부 건물을 파괴하기도 했다.

그래도 뉘른베르크는 결국 보존을 택했다. 현재 대표적인 나치 유적인 ‘나치 전당대회장’과 ‘채플린광장’, 그리고 나치 역사를 모은 ‘나치기록보관소’ 3곳을 재정비하고 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나치 유적을 보존하는 이유를 묻자 흐랏 씨는 “뉘른베르크는 유대인 수용소가 남아 있는 지역도 아니고, 역사적 증인이 있는 곳도 아니다. 유적을 남겨야 나치 시대를 다루고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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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진 역사, 잊힌 유적]
헤럴드경제 〈지워진 역사, 잊힌 유적〉은 역사적 논쟁 속에 사라지는 한국 근현대사 유적을 조명하는 기획 시리즈입니다. 본 기획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기획 : 김빛나 기자
팀 구성원 : 김빛나·김영철·박지영·박혜원 기자
지원 :


〈지워진 역사, 잊힌 유적 전체 시리즈〉

〈독일편〉


[1] 뉘른베르크편


-인류역사의 수치를 공개하다



[2] 베를린편


-역사 전쟁없는 도시



〈국내편〉


[1] 근현대사 유적지도


[2] 당신이 모르는 6·25


[3] 잊힌 친일 문화 잔재


[4] 누구의 것도 아닌, 적산


[5] 남영동과 32개의 대공분실

binna@heraldcorp.com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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