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 대학 갈 때 ‘이과의 문과침공’ 없다…선택과목 폐지, 사·과탐 모두 응시

세종=손덕호 기자 2023. 10. 1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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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수학 선택과목 폐지…수능 공정성 확보 확보
문·이과 모두 사회·과학 탐구 응시해야
2025학년도 고1부터 내신 5등급 상대평가
A~E 등급 절대평가 병기해 대입 때 내신 활용

현재 중학교 2학년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8학년도 입시 때부터는 문·이과 통합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체제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이과의 문과 침공’이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국어·수학 영역에서 선택과목을 없애고, 탐구 영역 응시자 모두 선택과목 없이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는 사회·과학에 동일하게 응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수능에서 그동안 제기된 ‘이과의 문과 침공’과 같은 불공정을 개선해 국민 신뢰를 확보하고, 통합적·융합적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영역별 평가방식과 성적제공 방식은 현행 제도를 유지한다. EBS 수능 교재와 강의와 연계는 간접연계 방식으로 50% 수준을 유지한다. 다만 연계 체감도를 높여 공교육과 EBS 중심의 수능 준비를 지원한다. 대입 수시·정시 비율은 현행을 유지한다.

정부는 이달 중 중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시안에 대해 설문조사를 별이고, 오는 11월 20일(잠정) 대국민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이어 국가교육위원회 의견을 수렴해 올해 안에 개편안을 확정한다.

지난 6월 1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개성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2023년 6월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을 치르기 전 시험지를 전달하고 있다. /조선DB

◇'미적분Ⅱ+기하’ 심화수학 영역 신설 검토…절대평가

2028학년도부터 개편되는 새로운 수능에서 국어·수학 영역은 2027학년도까지 치러지는 현재의 수능과 크게 달라진다. 현재 국어 영역은 독서·문학을 공통으로 응시하고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2과목 중 1개를 선택해야 한다. 2028학년도 수능에서는 선택과목을 없이 수험생들이 화법과 언어, 독서와 작문, 문학 등 3과목을 공통으로 평가받게 된다.

현재 수학 영역은 수학Ⅰ·수학Ⅱ를 공통으로 응시하고,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등 3과목 중 1개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2028학년도 수능에서는 대수와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 등 3과목을 공통으로 평가한다.

현재 수능은 선택과목 난이도에 따라 표준점수가 크게 달라지는 단점이 있다. 수학 영역에서 주로 이과생들이 응시하는 미적분 과목이 문과생들이 응시하는 확률과 통계보다 높은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어 이과생들이 대거 대학교 문과 학과로 진학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2024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에서는 탐구 과목에서 사회탐구 과목만 고른 수험생이 수학 선택과목으로 미적분을 고른 사례도 8.5%였다. 학교에서 미적분을 배우지 않은 상위권 문과 학생이 대학 진학에 불리해지지 않으려 수능에서는 미적분을 응시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새로운 제도는 선택과목 선택에 따른 대입 유·불리를 없앨 수 있고, 수능도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교육부는 “교육 과정 중 일반적으로 개설되고 분야별 주요 내용을 다루는 과목 위주로 출제한다”며 현행 수능과 학습량은 동일하다”고 밝혔다.

다만 교육부는 첨단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미적분Ⅱ+기하’ 과목을 절대평가 방식으로 평가하는 심화수학 영역 신설을 검토한다. 이 경우 상위권 이과 수험생들이 응시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하지 않도록 다양한 개념 학습을 장려하는 수준으로 출제하겠다는 설명이다.

영어 영역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영어Ⅰ, 영어Ⅱ를 공통으로 평가한다.

◇”개별 과목 암기 위주 평가에서 사회·과학 전반 논리적 융합 평가로”

탐구 영역도 크게 바뀐다. 현재 치러지는 수능은 사회 영역에서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한국지리 ▲세계지리 ▲동아시아사 ▲세계사 ▲경제 ▲정치와 법 ▲사회・문화 등 9과목, 과학 영역에서 ▲물리학Ⅰ ▲화학Ⅰ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 ▲물리학Ⅱ ▲화학Ⅱ ▲생명과학Ⅱ ▲지구과학Ⅱ 등 총 17과목에서 최대 2과목을 선택하는 구조다.

과목이 지나치게 많이 세분화되어 있고, 선택한 과목 출제 난도와 응시자 수준에 따라 표준점수가 널뛴다는 비판이 나왔다. 교육부는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같은 원점수더라도 다른 표준점수를 받게 된다”며 “학생과 학부모가 혼란을 느끼고,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밝혔다.

수험생 개인의 선호도보다는 대입에 유리한 높은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는 특정 과목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2023학년도 수능의 경우 지구과학Ⅰ은 33.7%가 선택했지만 물리학Ⅱ 응시자는 0.6%에 그쳤다. 생활과 윤리를 선택한 응시자는 32.9%지만, 경제는 수험생 중 1.1%만 선택했다.

2028학년도부터는 사회·과학탐구 영역 응시자 모두 선택과목 없이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는 사회·과학 2개 과목 모두에 동일하게 응시해야 한다. 사회는 통합사회1과 통합사회2, 통합과학1과 통합과학2 과목을 평가한다. 모든 학생이 필수적으로 학습하는 문·이과 핵심 과목을 평가하는 것이다. 대학이 수험생의 사회·과학 수준을 평가할 수 있도록 시험 시간과 점수는 분리한다.

교육부는 “개별 과목에 한정된 지식 암기 위주의 평가에서 사회·과학 전반을 다루는 논리적 심화학습 중심의 융합 평가로 개선하고 변별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직업탐구 영역도 바뀐다. 현재는 ▲성공적인 직업생활 ▲농업 기초 기술 ▲공업 일반 ▲상업 경제 ▲수산・해운 산업 기초 ▲인간 발달 중 최대 2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2028학년도 수능은 성공적인 직업생활 1과목만 공통으로 응시한다.

한국사 영역과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교육과정에 따라 출제 과목만 조정된다. 독일어Ⅰ, 프랑스어Ⅰ이 독일어, 프랑스어로 바뀌는 식이다.

2028학년도 수능 개편안 요약. /교육부

◇내신 평가, 5지선다형 문항 대신 논술형·서술형 강화

현재 중학교 2학년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25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가 도입된다.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들을 수 있게 되지만, 새로운 제도에서 2021년 2월에 예고한 내신 평가방식을 적용할 경우 교실이 황폐화될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공통과목을 듣는 고등학교 1학년 내신은 9등급으로 상대평가하고, 선택과목을 듣는 2학년과 3학년은 절대평가할 경우 대입에서 학생 잠재력이 충분히 발현되지 않은 시기인 고1 때의 내신이 고2·3 내신보다 더 중요해진다. 또 학생이 1학년 때 받은 내신 성적이 불만족스러울 경우 수능에 ‘올인’하기 위해 자퇴를 선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학령인구 감소로 농어촌 등 소규모학교에서는 1등급(4%)이 아예 나올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교육부는 2025학년도 고1부터 고교 내신평가에서 9등급제를 폐지하고 5등급 체제로 바꾼다. 등급별 비율은 1등급 10%, 2등급 24%(누적 34%), 3등급 32%(누적 66%), 4등급 24%(누적 90%), 5등급 10%(누적 100%)다. 모든 과목을 1~5등급으로 상대평가를 하면서 A~E등급의 절대평가도 병기한다. 다만 예체능 과목은 제외된다.

새로운 내신 평가방식으로 대학은 입시에서 내신을 활용할 때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고, 또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활용해 자율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또 고1 ‘내신 전쟁’과 과도한 선행 사교육을 막고, 학생 간 협력적인 학습을 유도할 수 있다.

또 학교가 학생들의 내신성적을 평가할 때 지식 암기 위주의 5지선다형 문항 출제는 지양하고,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평가할 수 있는 논술형·서술형 평가를 강화한다. 수업·평가 전문성이 높은 핵심·선도 교원 3000여명이 고등학교 1곳씩 맡아 평가 역량 강화 연수를 진행하는 등 모든 고교 교사의 혁신적 평가 역량을 확보한다.

새로운 내신평가 방식은 세계 주요국이 사용하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프랑스·일본·홍콩·호주는 A~E 5등급으로 평가하고, 미국은 일반적으로 A~D 등급, 영국은 A(+)~E로 평가한다. 교육부는 “객관적 5지선다형 위주의 내신 9등급제, 고1과 고2·3 평가방식이 다른 것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수능에 ‘이권 카르텔’이 개입되지 않도록 수능 출제·검토위원 자격 기준을 강화해 사교육 영리행위자는 원천 배제한다. 또 검증된 인력풀 내에서 무작위 추첨으로 출제·검토위원을 선정해 학연과 지연, 친분 등이 작용하지 못하도록 한다. 수능 출제·검토위원이 사교육 업체에 문항을 만들어 판매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과세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연내에 고등교육법도 개정한다. 또 수능 출제 후 5년간 수능·모의평가 참여 경력을 이용해 사교육 영리행위를 금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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