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찰’ 억지력 더는 안통해…전쟁만 2차례, 바이든 외교 시험대

방성훈 2023. 10. 10.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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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이어 이스라엘 전쟁까지…외교 실패 책임론
사우디-이스라엘 수교 집중한 탓에 안보 구멍 논란
"'팍스 아메리카나' 위기…바이든 중동정책은 신기루"
"트럼프땐 외교위기 없어…바이든에 전례없는 도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이 발발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외교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세계 경찰’을 자처하며 군사적으로 억지력을 행사하기엔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이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과 관련해선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교 정상화 등 ‘안정’에 집중한 탓에 하마스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등 중동에서 안보 정책이 큰 실패를 거뒀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프랑스 르몽드지는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겨냥한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해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 간 정상화 과정이 이 지역을 안정화할 것이라는 (미 정부의) 생각을 무너뜨렸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채택한 중동 외교 정책은 신기루였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우크라이나에 이어 중동까지 바이든 대통령 집권 기간 동안에만 두 차례 전쟁이 발발했다면서 “역사책에서 ‘팍스 아메라카나’(미국 주도의 세계 평화)가 지워질 위기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ABC방송 등 다수의 미 언론들은 “바이든 외교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중동 외교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이후 ‘안정적 관리’에 초점이 맞춰졌다. 중동산(産) 원유에 의존하지 않게 되면서 이 지역 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수 중동 국가들이 여전히 미국의 주요 무기 수입국이어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했고, 중동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완전히 손을 떼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우방국인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간 관계 개선에 집중했고,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국교 정상화를 적극 추진했다. 중동에서의 안보 관리를 이스라엘에만 맡길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사우디까지 끌어들여 간접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하마스로부터 공격을 당하면서 바이든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미국에선 대(對)이란 정책을 느슨하게 펼친 것이 이번 공격의 단초가 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란은 그동안 하마스에 자금 및 군사물자를 지원하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왔으며, 일부 외신에선 이번 공격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란과 수감자를 맞교환하면서 해제한 60억달러의 동결 자금이 하마스로 흘러들어갔다면서, 바이든 정부의 외교정책은 실패했다고 입을 모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이스라엘이 공격을 받은 이후 유세를 펼치며 “정말 약한 지도자가 있어서 우리(미국)가 약하다고 인식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대선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이란은 이번 전쟁에 자금을 지원했고, 이란에 유화적인 바이든의 정책이 그들의 금고를 채워줬다”고 꼬집었다.

미국과 이스라엘 간 관계가 약화한 것도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기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과거와 달리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12월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최고 우방국인 미국으로부터 초청을 받지 못했다. 사법부 무력화 시도와 팔레스타인 내 유대인 정착촌 확장 등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행보를 미국이 지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이스라엘 미국대사도 현재 공석인 상황이다.

존스홉킨스대학의 로버트 리버만 정치학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동맹과의 관계를 회복해 세상이 더 안전해졌다고 하는데,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중국과의 불안정한 관계를 고려하면 이는 이미 지속하기 어려운 이야기”라고 말했다. 유라시아그룹의 이안 브레머 회장도 “트럼프 전 정부 시절엔 4년 간 중대 외교 위기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이스라엘의 위기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려 바이든 대통령에겐 전례 없는 도전의 순간”이라고 평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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