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하게 내 집 마련”…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짓겠다며 234억 가로챈 조합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3. 10. 1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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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택조합사업의 신중한 가입을 당부하는 서울시 현수막 [사진 = 연합뉴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를 짓겠다고 속여 400여명으로부터 230억원이 넘는 조합원 가입비를 가로챈 조합 관계자들이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지주택은 무주택자 또는 1주택(전용 85㎡ 이하) 소유주들이 모여 조합을 설립한 뒤 사업시행 주체가 돼 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시행 방식이다. 지주택 조합설립인가 기준은 80% 이상의 토지사용권원과 15% 이상의 소유권 확보다. 한때 지주택은 시세 대비 저렴하게 내 집마련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9부(전지원 구태회 윤권원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서울 구로동 지역주택조합 전 업무대행사 대표 류모(60)씨에게 지난 5일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다만 징역 30년을 선고한 1심보다는 형량이 줄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 조합 추진위원장 이모(80)씨는 징역 7년을, 전 조합원 모집대행사 대표 한모(61)씨는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당시 조합설립 인가가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거의 없었고, 토지사용권원(토지사용동의) 확보율이 30%를 넘은 적이 한 번도 없었음에도 곧 조합설립 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처럼 허위 사실을 안내했다”며 이들의 혐의를 1심과 같이 대부분 유죄로 판단했다.

1심은 이들이 2016∼2019년 피해자 402명으로부터 조합 가입 계약금 등 206억원을 편취했다고 봤으나, 2심은 그보다 많은 461명으로부터 234억원을 가로챘다고 봤다. 그러면서 “400명이 넘는 피해자와 가족들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고통을 생생히 호소했음에도 피고인들은 피해 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류씨가 광고비 7억5000만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 등 일부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피고인들이 당초 사업을 수행할 의사가 완전히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씨와 한씨의 경우 류씨와 달리 범행을 주도적으로 계획·실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각각 징역 12년과 징역 7년을 선고한 1심보다 형량을 줄였다.

지역주택조합 ‘투자 주의보’
전국에서 지역주택조합 사업 추진 시 허위·과장광고, 토지매입 지연 등으로 조합원·토지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2017년 개정된 주택법에 따라 ▲조합원 모집 신고(토지 50% 사용권원) ▲조합원 모집 ▲조합 설립 인가(토지 80% 사용권원, 토지 15% 사용권원) ▲사업계획승인(토지 95% 사용권원) ▲착공·분양승인 ▲사용검사·입주 ▲조합청산 등 지자체 승인 절차를 거친다.

문제는 조합원 모집 이후 수년이 지나도록 조합 설립 인가를 받지 못하거나 토지매입 지연 등으로 사업 일정이 장기간 미뤄지는데도 이 과정에서 과도한 추가 분담금 요구, 탈퇴·환불 요청 거부로 조합원·토지주 피해가 커지는 것이다.

일례로 하남시 덕풍동 한 지역주택조합은 2017년 4월11일 조합원 모집 신고를 한 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 토지매입이 지연돼 설립 인가가 나지 않았다. 파주시 문산읍 한 지역주택조합은 2007년 7월23일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이후에도 현재 사업계획 승인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화성시로부터 2015년 조합 설립 인가를 획득한 한 조합은 사업토지 확보는커녕 신탁토지에 대한 토지잔금 300억원대 조차 지급하지 않고 사업을 지연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조합원과 토지주들이 고통받고 있지만 시는 아무런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주택법 개정 전 사업이 추진된 경우는 현행법에 근거한 조건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조합원 모집 등이 가능해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지자체의 관리 부재도 피해를 키우고 있다.

직장인 A씨는 지난해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에 지상 25층, 지하 2층짜리 아파트 9개동 461세대에 입주할 지역주택조합 조합원을 모집한다는 광고에 속아 거액을 날릴 뻔했다.

해당 사업은 네이버 등 굴지의 포털 사이트에 광고 기사까지 게재됐다. 금방이라도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는 광고였지만 현재 사업은 사실상 표류중이다. 아파트를 짓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토지 확보가 되지 않고 있어서다.

이 지역은 2017년 가로주택정비조합이 설립된 후 지난해 10월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 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영등포구청이 일부 겹치는 사업부지내 지역주택조합사업을 추진한다는 추진위 측에 지난 2020년 12월에 조합원 모집신고 필증을 내줬고, 이로 인해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지역주택조합 추진위는 사업에 대한 법령 개정 전 사업이 추진된 터라 토지 사용권원 확보율이 50% 이하여도 조합원 모집이 가능해 신고필증이 교부됐다.

현재 조합추진위에선 토지사용권원 확보율이 40%라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관련 서류는 미공개 상태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이든, 모아 타운 사업 모두 토지를 누가 더 확보하느냐가 사업 성패를 가리기 때문에 이들 사업 둘 중 하나는 피해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실정에 현재 추진되고 있는 111개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다. 시는 이번 조사 결과를 자치구 및 조합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주택법 등 관련 규정 위반사항에 대해 과태료 부과나 수사 의뢰, 고발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시·구·전문가 합동 단속반을 가동해 허위·과장광고, 자금조달 집행 등 조합 회계 운영, 정보공개 등 전반을 살피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지속적인 실태조사, 제도 개선과제 발굴 등을 통해 조합원 피해 예방을 위해 지속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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