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구현사제단 시국기도회 부산 일본영사관 앞서 재개

김광수 2023. 10. 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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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일본영사관 앞에서 열려
월요일마다 전국 순회 예정
9일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 정발 장군 동상 앞에서 열린 시국기도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김광수 기자

민주주의가 유린당할 때마다 앞장서온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56일 만에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 월요시국기도회를 재개했다. 이날 부산에선 2016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시국기도회가 열리고 6년 11개월 만에 시국기도회가 열렸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9일 오후 5시부터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 정발 장군 동상 앞에서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염된 바다,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월요시국기도회’를 열었다. 정발 장군은 임진왜란이 발발했던 1592년 4월 부산 앞바다에 상륙한 왜군이 한양으로 진격하기 위해 동래읍성을 공격하자 백성·관군들과 끝까지 맞서다가 함께 장렬히 순국했다.

시국기도회는 이균태 신부가 사회를 보고 김두완 신부가 집전한 가운데 전국에서 달려온 50여명의 사제단이 십자가를 앞세우고 무대 앞으로 나오면서 시작됐다. 참석자들은 기도와 성경 구절 낭송 등이 끝나면 찬송가와 민중가요인 ‘광야에서’ ‘그날이 오면’ 등을 함께 불렀다.

9일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 정발 장군 동상 앞에서 열린 시국기도회에서 신부들이 기도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강론에 나선 김현영 신부는 “압수수색과 여론 호도, 강대국들 사이에서 그나마 지키고 있던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사라져 가는 나날들 속에서 더는 숨을 쉴 수가 없다. 그래서 사제들이, 수도자들이, 신앙인들이 오늘 이렇게 다시 광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얼마 전 아시안게임 축구결승전이 끝나자 젊은이들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황선홍 감독과 한국축구협회 압수수색 예정’이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현재 우리나라의 시대 상황을 한 줄로 이해할 수 있다”며 친일 정책을 펴는 우리 정부와 여당의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당한 1900여 차례의 외세 침략 가운데 781차례 침략을 저질렀던 일본에 120년 전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국새를 강제로 탈취해서 왜놈들에게 가져다 바친 친일 매국노들의 후손들에게 경고한다. 삼천리금수강산 곳곳에 쇠말뚝을 박아 민족의 정기조차 끊어버리려 했던 일본의 하수인이 되려 한다면 내가 김좌진과 홍범도가 되어 너희를 척살하고 내 아이들에게 참된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고 일갈했다.

강론 뒤 무대에 있던 신부들은 참석한 가톨릭 신도들을 찾아가 성찬식인 영성체를 했다. 이어 김진숙 민주노총부산본부 지도위원과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 등은 무대에 올라 민주노총 산하 조직들과 시민단체들을 마구 수사하는 윤석열 정부와 검찰을 비판했다.

9일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 정발 장군 동상 앞에서 열린 시국기도회에서 참석자들이 노래를 부르며 손팻말을 흔들고 있다. 김광수 기자

사제단은 일본 도쿄전력이 8월24일부터 지난달 11일까지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7788t을 바다로 보낸 데 이어 지난 5일부터 23일까지 7800t의 오염수를 바다에 또 방류할 계획인데도 침묵하면서 민주 진영 수사를 남발하는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제단은 성명에서 “일본이 후쿠시마원전의 130만t 방사성물질 폐수를 바다로 흘려보내기 시작했는데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일본의 패륜적 범죄를 한국이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어찌하여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투기를 정당화하고 지원하는 체제가 이 땅에 등장하게 되었는지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또 “전직 검사의 집권이 재앙의 시작이었다. 선거대의제가 곧 민주주의라고 믿었던 우리는 너무나 순진하고 어리석었다. 민주주의를 가장하고 참칭하여 권력게임을 주도하는 자들에게 속지 말자”고 했다.

이어 사제단은 “종교인들부터 정치적 무관심, 무감각, 냉소주의의 형태로 가짜 민주주의의 메커니즘에 공모하고 공조해 온 잘못을 반성해야 한다. 일본 방사성물질 폐수에 오염된 한국 민주주의 시스템을 바로잡는 데 너도나도 힘을 합치자. 사제인 우리부터 삶의 밑바닥에 발을 딛고 거기서 새로운 민주주의를 길어 올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시국기도회는 저녁 7시께 끝났다.

9일 시국시도회가 열린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 정발 장군 동상 앞에서 관계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서명을 받고 있다. 김광수 기자

사제단은 16일 저녁 7시30분 서울시청역 숭례문 앞 도로, 23일 저녁 7시30분 수원교구 안양중앙성당, 30일 저녁 7시30분 서울광장 서편 도로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 미사를 겸하는 시국기도회를 이어간다.

앞서 사제단은 4월10일 서울광장에서 시작해 마산, 수원, 광주, 춘천, 의정부, 인천, 원주, 청주, 제주, 안동, 전주, 대전, 대구 등 14개 교구에서 16차례 시국기도회를 하고 8월14일 1차 시국기도회를 끝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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