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 한국’ 양궁 뒤엔 정몽구, 정의선 부자의 39년 후원 있었다

8일 폐막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양궁은 금메달 4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 등 총 11개의 메달을 따냈다. 이런 ‘무적 한국 양궁’에는 현대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과 아들 정의선 회장으로 이어지는 39년간의 부자(父子) 후원이 큰 힘이 됐다. 1985년부터 정몽구 명예회장이, 2005년부터는 정의선 회장이 대한양궁협회 회장을 맡아 줄곧 지원해오고 있다. 특정 기업이 국내에서 단일 종목 스포츠협회를 후원한 사례 중 최장 기간 지원 기록이다.
양궁과 인연은 지난 1984년 당시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장이었던 정몽구 명예회장이 LA올림픽에서 서향순 선수가 한국 양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감명 깊게 본 것에서 비롯됐다. 그는 당시 “한국인이 세계 1등 하는 종목이 지원을 못 받아 경쟁에서 밀리는 일이 있으면 안 된다”며 1985년 양궁협회장에 취임해 후원에 나섰다.

특히 정 명예회장이 “양궁에도 자동차 산업처럼 각종 신기술을 적용한 훈련법을 도입하도록 지원하라”고 지시한 사례도 유명하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미국 출장에서 심박수 측정기, 시력 테스트기 등을 구입해 협회에 보내기도 했다. 세계 최초로 레이저 조준기가 달린 양궁 연습기를 만들어 사용한 것도 정 명예회장 아이디어였다. 1991년 폴란드 세계선수권 대회 때 선수들이 물이 맞지 않아 고생한다는 얘기를 듣고 스위스에서 물을 구입해 비행기로 실어 나른 적도 있다.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장을 이어받은 정의선 회장은 한국 양궁의 미래 경쟁력을 키우는 데 공을 들였다. 전국 초등학교, 중학교에 양궁 장비를 무상 지원하고, ‘현대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와 동호인 대회 등을 열고 있다.
또 이번 대회에서는 충북 진천 선수촌에 ‘항저우 양궁 경기장’을 만들어 선수들을 도왔다. 화살을 쏘는 곳 주변과 과녁 등 경기장 색깔이나 전광판 모습, 현장 소음까지도 항저우 경기장과 거의 똑같이 재현했다고 한다.

정 회장이 선수들과 스스럼 없이 소통하는 것도 널리 알려져 있다. 주요 국제 경기 때마다 현지 관중석에서 응원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지난 6일에는 남자 양궁 단체전에서 13년 만에 금메달이 나오자, 선수들을 찾아가 “서울 가서 고기 먹자고”라고 말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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