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정의선 代 이은 39년 양궁 후원···아시안게임 '금빛' 과녁 명중

서민우 기자 2023. 10. 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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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부터
아들 정의선 회장까지 39년
한국 양궁 발전 전폭적 지원
AG 금메달 4개 등 총 11개
아사아 양궁 대회 새 역사
정의선(왼쪽 두번째)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6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양궁 리커브 남자 단체전에서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영술 양궁협회 부회장, 정 회장. 한규형 양궁협회 부회장. 사진제공=대한양궁협회
[서울경제]

대한민국 양궁이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4개 등 총 11개의 메달을 따내며 아시아 대회 양궁의 새 역사를 썼다. 선수와 코치진의 노력과 함께 현대자동차그룹이 39년 간 한국 양궁 발전을 위해 이어왔던 체계적인 지원이 이같은 성과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그룹은 정몽구 명예회장이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한 이후 현재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회장까지 39년에 걸쳐 한국 양궁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협회 후원 중 가장 오랜 기간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1985년부터 1997년까지 4번의 대한양궁협회장을 역임하고 현재까지 대한양궁협회 명예회장에 재임하며 양궁 인구의 저변확대와 우수인재 발굴, 장비 국산화 등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이 되는 기반을 마련했다. 양궁에 대한 부친의 열정을 이어 받은 정의선 회장은 양궁의 스포츠 과학화와 체계적인 선수 육성, 각 국제대회별 맞춤형 지원을 통해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는 평가다.

휴게시설·음식 등 선수단 컨디션 꼼꼼히 체크한 정의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7일 항저우 양궁경기장에서 모든 양궁 경기가 끝난 뒤 최선을 다한 양궁 대표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양궁협회

현대차그룹은 이번 항저우 대회를 위해 대한양궁협회와 함께 △개최지 맞춤형 훈련 △첨단 기술 기반 훈련 장비 개발 △대회 기간 선수단 컨디션 관리 등의 전폭적인 후원을 펼쳤다.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팀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 등 총 11개의 메달을 따내는데 숨은 공신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여자 리커브 단체전은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7개 대회 연속 금빛 과녁을 명중시켰고, 남자 리커브 단체전에서는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13년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임시현 선수는 리커브 혼성전, 여자 단체전, 개인전 금메달을 모두 휩쓸며 3관왕에 올랐다.

대한양궁협회장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번 항저우 대회 경기를 참관하며 현장에서 한국 대표 선수들을 응원하는 등 사기를 북돋았다. 선수들이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마련한 휴게공간과 음식 등 운영현황도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후원사인 현대차그룹과 양궁협회는 경기장에서 약 3km 떨어진 호텔에 전용 휴게 공간을 마련해 선수들이 경기 전후 틈틈이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휴게 공간에선 물리치료와 샤워도 가능해 컨디션 조절에 도움을 줬다.

정의선(왼쪽 두번째)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6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양궁 리커브 남자 단체전에서 선수들의 인사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장영술 양궁협회 부회장, 정 회장. 한규형 양궁협회 부회장, 장재훈 현대차 사장. 사진제공=대한양궁협회

현대차그룹은 항저우의 유명 한식당과 계약을 맺고 경기 기간 동안 선수들에게 점심식사로 한식을 제공했다. 선수들이 선호하는 메뉴 선정은 물론 식자재 구매부터 조리까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쌀밥과 숭늉, 된장찌개, 소불고기, 오리주물럭, 묵은지닭찜, LA갈비, 전복구이 등 매일 식단 구성을 달리해 식사할 수 있도록 했다는 후문이다.

정 회장은 과거에도 종종 선수들을 찾아가 격의 없이 식사를 하며 격려하고, 블루투스 스피커와 태블릿PC, 마사지건, 카메라, 책 등을 선물한 적이 있다. 주요 국제경기때마다 현지에서 직접 응원을 펼치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지난 2021년 코로나 팬데믹 시기 열렸던 도쿄 대회 때는 선수들의 건강과 방역상황을 철저히 점검하고, 미국 출장을 마치자마자 도쿄로 날아가 선수들의 경기를 참관하고 함께 응원을 펼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AI와 3D프린팅 최신 기술 훈련에 적용···항저우 대회 준비
정의선(왼쪽 네번째)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6일 리커브 남자 단체 시상식이 끝난 뒤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대표팀 선수들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양궁협회

정 회장은 항저우 현지에서의 활동 외에도 이번 대회를 대비한 체계적 훈련, 신기술을 활용한 훈련장비 등 유무형 준비 인프라도 세심하게 지원했다. 진천선수촌에 항저우 양궁 경기장을 그대로 모사한 ‘가상의 항저우’를 만들어 대회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도록 한 것이다. 사대와 사로 등 경기장 색상, 전광관 디스플레이, 구조물, 경기장 현장의 소음까지 철저하게 적용했다. 아울러 조금 더운 날씨인 항저우의 기후 적응 훈련뿐 아니라 소음 훈련을 꾸준히 해, 관중들의 소음에도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8월 말 정몽구배 양궁대회를 최대 규모로 개최한 것도 세계선수권대회, 파리월드컵에서 다진 실전 감각을 항저우 대회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대한양궁협회장 및 아시아양궁연맹회장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7일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시상식에서 이우석 선수에게 동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양궁협회

인공지능(AI)과 비전 인식, 3D 프린팅 등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R&D) 기술을 활용한 훈련장비와 훈련기법도 적용했다.

최상 품질의 화살을 선별하는 장비인 ‘고정밀 슈팅머신’과 점수를 자동으로 판독하고 데이터 베이스화하는 ‘점수 자동기록 장치’, 비접촉 방식으로 선수들의 생체정보를 측정해 선수들의 긴장도를 측정하는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를 개발해 선수들의 체계적인 훈련을 도왔다.

또한 이번 대회를 위해 컴파운드 종목 전용 슈팅머신을 개발하고, 3D 프린터로 컴파운드용 맞춤형 그립과 조준 보조장비를 제작해 컴파운드 선수들의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했다.

‘지연·학연 등 파벌 없는’ 선수·코치 선발···세계 최정상 양궁 견인
정의선(왼쪽 첫번째)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6일 리커브 남자 단체 시상식이 끝난 뒤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대표팀 선수들을 축하하고 격려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정 회장, 오진혁·이우석·김제덕 선수. 사진제공=대한양궁협회

정의선 회장은 양궁협회가 원칙을 지키는 투명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협회로 자리매김시켰다는 평가다. 현재 양궁협회에는 지연, 학연 등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나 불공정한 선수 발탁이 없다. 국가대표는 철저하게 경쟁을 통해서만 선발된다. 명성이나 이전 성적보다는 현재의 성적으로만 국가대표가 될 수 있고, 코칭스태프도 공채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뽑는다.

이번 항저우 대회의 경우도 대회가 1년 연기되자 국가대표 선발전을 다시 열었다. 지난해 선발된 선수들이 있었지만, 확고한 원칙에 따라 경쟁을 통해 올해 가장 성적이 좋은 선수들을 선발했다.

정의선 회장은 2005년부터 19년간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다. 2021년 열린 양궁협회장 선거에서 만장일치로 재선출될 만큼 양궁인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양궁협회장으로서 양궁협회 재정 안정화는 물론 양궁의 스포츠 과학화를 통한 경기력 향상, 우수선수 육성 시스템 체계화, 양궁 대중화 등의 정책을 펼치며 대한민국 양궁이 세계 최정상에 오르는데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선수와 코치진의 노력과 양궁협회의 투명한 운영, 국민적 성원, 그리고 현대차그룹의 후원 등에 힘입어 한국양궁은 아시아 최강은 물론 세계 최강임을 다시 한번 전 세계에 보여줬다는 평가다. 지난 1978년 방콕 아시아 대회부터 이번 항저우 대회까지 금메달 40개, 은메달 22개, 동메달 17개를 획득했다.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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