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양궁의 '숨은 공신'…정몽구·정의선 대이은 39년 후원

강주헌 기자 2023. 10. 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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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 역대 최장 기간 후원
6일 항저우 양궁경기장에서 경기를 마친 양궁 대표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격려하고 있는 정의선 회장. /사진=대한양궁협회 제공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팀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4개 등 총 11개의 메달을 따낸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이 39년간 이어온 체계적인 후원이 이같은 성과에 크게 기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몽구 명예회장이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한 이후 현재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회장까지 양궁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협회 후원 중 최장 기간이다.

양궁 국가대표팀은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양궁 종목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 등 총 11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여자 리커브 단체전 금메달은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7개 대회 연속, 남자 리커브 단체전 금메달은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13년만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항저우 대회에서 대한양궁협회와 함께 △개최지 맞춤형 훈련 △첨단 기술 기반 훈련장비 개발 △대회 기간 선수단 컨디션 관리 등에 후원을 펼쳤다.
'가상의 항저우'까지 체험…전폭적인 식단관리 지원에 신기술 활용 훈련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6일 열린 양궁 리커브 남자 단체전에서 선수들의 인사에 화답하는 정의선 회장. 사진 좌로부터 장영술 양궁협회 부회장, 정의선 회장, 한규형 양궁협회 부회장, 장재훈 현대차 사장. /사진=대한양궁협회 제공
정의선 회장은 선수들의 훈련 현황은 물론 항저우 현지에서 선수들의 휴게공간과 음식 등 운영현황도 직접 챙겼다. 경기장에서 약 3km 떨어진 호텔에 물리치료와 샤워를 할 수 있도록 전용 휴게 공간을 마련하고 간식과 음료를 제공했다.

현대차그룹은 항저우의 유명 한식당과 계약을 맺고 경기 기간 동안 선수들에게 점심식사로 한식을 제공했다. 선수들이 선호하는 메뉴를 선정해 쌀밥과 숭늉, 된장찌개, 소불고기, 오리주물럭, 묵은지닭찜, LA갈비, 전복구이 등 매일 식단 구성을 다르게 했다. 선수들이 대회 기간 최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식자재 구매부터 조리까지 주의를 기울였다.

이번 대회를 대비한 훈련에 신기술을 활용한 훈련 인프라 제공도 이뤄졌다. 진천선수촌에 항저우 양궁 경기장을 그대로 모사한 '가상의 항저우'를 만들어 현지 적응력을 키웠다. 사대와 사로 등 경기장 색상, 전광관 디스플레이, 구조물, 경기장 현장의 소음까지 철저하게 적용했다.

AI(인공지능), 비전 인식, 3D 프린팅 등 현대차그룹의 R&D(연구개발) 기술을 활용한 훈련장비와 훈련기법도 적용됐다. 이번 대회를 위해 컴파운드 종목 전용 슈팅머신을 개발하고 3D 프린터로 컴파운드용 맞춤형 그립과 조준 보조장비를 제작했다.

또 최상 품질의 화살을 선별하는 장비인 '고정밀 슈팅머신', 점수를 자동으로 판독하고 데이터 베이스화하는 '점수 자동기록 장치', 비접촉 방식으로 선수들의 생체정보를 측정해 선수들의 긴장도를 측정하는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 등이 훈련에 적용됐다.

현대차그룹은 선수들이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파리월드컵에서 다진 실전 감각을 항저우 대회까지 지속 유지할 수 있도록 지난 8월 말 정몽구배 양궁대회를 최대 규모로 개최하기도 했다.
1985년부터 지금까지 대이은 '양궁사랑'…잡음 없이 공정한 선수선발
대한양궁협회장 및 아시아양궁연맹회장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7일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시상식에서 이우석 선수에게 동메달을 걸어주고 있는 정의선 회장. /사진=대한양궁협회 제공
정몽구 명예회장은 1985년부터 1997년까지 4번의 대한양궁협회장을 역임하고 현재까지 대한양궁협회 명예회장을 재임하고 있다. 양궁 인구의 저변확대와 우수인재 발굴, 장비 국산화, 각 국제대회별 맞춤형 지원 등을 통해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이 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198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장이었던 정몽구 명예회장은 한국 양국에 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겨준 LA올림픽 양궁여자 개인전의 선전을 지켜본 뒤 양궁 육성을 결심하고 1985년 양궁협회장에 취임했다. 현대정공과 현대제철에 각각 여자 양궁단과 남자 양궁단을 창단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미국 출장 중 심장박동수 측정기, 시력테스트기 등을 직접 구입해 양궁협회에 보내기도 했다. 선수들의 기량을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첨단장비들로, 과학적인 훈련을 위해서는 장비를 먼저 과학화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양궁의 필수 장비인 활의 국산화에도 앞장섰다. 1990년대 말 양궁 활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외국 메이커가 신제품 활을 자국선수들에게만 제공한 적이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한국선수들의 체형에 맞는 경쟁력있는 국산 활 쓰기를 장려했다. 현재는 외국 국가대표 선수들도 한국 활을 쓰는 등 한국 활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2005년부터 19년간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다. 2021년 열린 양궁협회장 선거에서 만장일치로 재선출됐다. 양궁협회 재정 안정화는 물론 양궁의 스포츠 과학화를 통한 경기력 향상, 우수선수 육성 시스템 체계화, 양궁 대중화 등이 주요 성과로 꼽힌다.

무엇보다 양궁협회가 원칙을 지키는 투명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협회로 자리매김하는 데 앞장섰다는 평가다. 지연, 학연 등 파벌이 아닌 철저한 경쟁을 통해서만 선발되도록 코칭스태프도 공채를 통해 공정하게 선발하고 있다. 이번 항저우 대회의 경우도 대회가 1년 연기되자 국가대표 선발전을 다시 열어 현재의 성적이 가장 좋은 선수가 선발되도록 했다.

7일 항저우 양궁경기장에서 모든 양궁 경기가 끝난 뒤 이번 항저우 대회를 위해 최선을 다한 양궁 대표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는 정의선 회장. /사진=대한양궁협회 제공

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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