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無 역대 최약체?' 한국 야구 미래들도 강했다…'4연속 金' 특별한 이유[항저우 NOW]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한국 야구의 미래들이 금메달로 가치를 증명했다.

한국은 7일 중국 저장성 샤오싱 샤오싱 야구-소프트볼센터 제1야구장에서 열리는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 대만과 결승전에서 2-0으로 이겼다. 한국은 1998년 방콕, 2002년 부산,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에 이어 역대 6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대만과 아시안게임 결승전 무패 행진도 이어 갔다. 한국은 2002년 부산(4-3 승), 2010년 광저우(9-3 승), 2014년 인천(6-3 승)까지 모두 3차례 대만과 결승에서 맞붙어 이기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도 대만에 조별리그 경기에서 0-4로 완패한 아픔을 설욕하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류중일 한국 감독이 이끄는 이번 대표팀은 만 25세 이하 또는 프로 4년차 이하 선수들로 구성됐다. 원래는 만 24세 이하 프로 3년차 이하를 자격 조건을 내세웠는데, 코로나19 여파로 대회가 1년 뒤로 밀리면서 자격 조건을 1년씩 상향 조정했다.

아시안게임은 다른 국제대회와 비교해 아마추어 선수들이 겨루는 의미가 더 큰 대회다. 아시아로 한정하면 한국과, 일본, 대만 정도를 제외하고는 야구 저변이 잘 갖춰지지 않은 나라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사회인야구 선수들로 구성하고 있다.

한국은 그럼에도 그동안 한국프로야구 최정예 선수들도 대표팀을 구성해 왔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걸린 병역 혜택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는 아마추어 선수를 단 한명도 발탁하지 않아 문제가 되긴 했지만, 어쨌든 금메달을 따면서 '결과'는 냈다.

직전 대회에서 잡음이 컸던 탓에 항저우 대회부터는 유망주 위주로 전력을 구성하기로 했다. KBO가 아시안게임 기간 정규시즌 중단 없이 진행하기로 하면서 구단마다 3명 이하로 뽑아야 한다는 규정까지 넣었다. 나이와 연차, 구단별 인원 제한 등 여러 요건을 충족해서 선수를 선발하다 보니 역대 아시안게임 대표팀 가운데 최약체라는 말이 나왔던 게 사실이다. 아마추어 선수로는 투수 장현석(19, LA 다저스)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게다가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의 핵심 선수였던 이정후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이정후는 지난 7월 발목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이달 초에야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정후는 그동안 국제대회 경험도 많고, 2022년 KBO리그 MVP를 차지할 정도로 기량이 빼어났기에 유망주로만 꾸린 대표팀에 큰 전력 손실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미래들은 생각 이상으로 강했다. 마운드에서는 20살 듀오 문동주와 박영현이 두각을 나타냈다. 문동주는 가장 중요했던 대만전에 2차례 모두 선발 등판해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2일 치른 조별리그 경기에서는 4이닝 2실점에 그치면서 아쉬움을 삼켰지만, 가장 중요했던 7일 결승전에서 대만 타선을 완벽히 제압하고 활짝 웃었다. 문동주는 6이닝 3피안타 무4사구 7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며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시속 16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에 적재적소에 구사하는 변화구까지. 국가대표 차기 에이스의 탄생을 알리기 충분했다.

'포스트 오승환'을 꿈꾸는 박영현은 불펜에서 일을 냈다. 어리지만 대담한 배짱투로 상대 타자들을 쉽게 처리해 나갔다. 박영현은 슈퍼라운드까지 3경기에 등판해 4⅓이닝을 책임지면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5일 열린 일본과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는 2이닝 세이브를 챙기면서 2-0 승리를 이끌었다. 박영현인 결승전에도 8회에 등판해 1이닝 2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금메달에 크게 기여했다.

타선에서는 윤동희와 김주원 등이 대표팀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올랐다. 윤동희는 KIA 좌완 투수 이의리의 부상 낙마로 가장 마지막에 대표팀에 승선해 조별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격을 펼쳤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타율 0.583(12타수 7안타) 1홈런 5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3번타자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김주원은 반전 드라마를 쓴 케이스다. 대회를 막 시작할 때는 박성한이 주전 유격수를 맡았는데, 김주원이 방망이로 두각을 나타내면서 슈퍼라운드부터는 완전히 주전 유격수 타이틀을 꿰찼다. 이번 대회에 홈런 2개를 기록했는데, 결정적일 때마다 한 방씩 터트리면서 눈도장을 찍었다. 이날 대만과 결승전에서도 선취점이 중요할 때 타점을 올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김주원은 2회초 1사 3루 기회에서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치면서 결승타를 장식했다.

대회에 앞서 한 선수는 "우리나라도 어린 선수가 강하다는 것을 다른 나라에 알리고 싶다. 그게 가장 큰 목표"라고 이야기했다. 그 다짐을 한국 야구의 미래들이 다 같이 지켜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