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우승까지, 달마 형과 약속 위해" LG 열성팬 '빗자루 아저씨'의 이야기 [인터뷰]

박연준 기자 2023. 10. 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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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종근 씨 본인 제공

(MHN스포츠 박연준 기자) "무슨 일이 있어도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 빗자루와 함께할 거예요"

LG 트윈스 역사상 팬들에게도 기억되는 '열정 팬'이 있다. 90년도 호루라기와 함께 응원단을 진두지휘한 일명 'LG 할아버지', 21세기 트윈스의 암흑기를 함께한 '달마 아저씨'와 '빡경수 아저씨".

그리고 LG 트윈스의 29년 만에 정규 시즌 우승과 함께 뜨거운 눈물을 함께한 열정적인 팬이 한 명 더 있다. 바로 '빗자루 아저씨'다.

LG 트윈스는 지난 3일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 시즌에서 매직 넘버를 지우고 정규 리그 1위를 확정했다. 이는 지난 1994년 이후 무려 29년 만. LG를 이끈 염경엽 감독을 비롯해 선수단, 프런트 등 모든 사람이 감경의 순간을 만끽했다.

빗자루 아저씨로 알려진 김종근 씨도 당시 이 기쁨을 함께했다.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약식 정규시즌 우승 세리모니 순간에 머나먼 원정 경기였음에도 경기장을 찾았다. 특히 당시 중계 화면에 '빗자루 아저씨' 김종근 씨가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포착, 이를 두고 많은 LG 팬 역시 감동의 순간을 통감했다.

사진=김종근 씨 본인 제공

6일 오후, MHN스포츠와 연락이 닿은 김종근 씨는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그동안 빗자루를 들으면서 많은 비난과 욕을 먹었었다. '야구장에 빗자루가 웬 말이냐?'부터 시작해서 '거지도 아니고' 등 입에 담기에도 험한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라며 "사실 이 빗자루는 2014년 작고하신 '달마 아저씨'가 돌아가시기 직전 나에게 선물해 준 것이다. 당시 '달마 아저씨'가 빗자루를 선물해 주면서 'LG가 우승할 때까지 들고 다녀라'라고 신신당부했다.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어 눈물이 났다"고 소회를 밝혔다.

달마 아저씨 응원 모습. 캡쳐=김종근 씨 개인 SNS
선수 시절 박용택과 달마 아저씨. 캡쳐=김종근 씨 개인 SNS

이어 작고한 '달마 아저씨'에게 김종근 씨는 "형이 꼭 하늘에서 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누가 뭐라 해도 '달마 아저씨'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빗자루를 오늘도 들고 야구장에 나서고 있다. 형 몫까지 내가 최선을 다하겠다"며 "올해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LG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하늘에서 꼭 응원해 주길 바란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김종근 씨의 본래 직업은 영어와 독일어를 동시통역하는 통역사다. 그는 매년 70경기가 넘는 LG의 경기를 직관했다. 이후 올 시즌엔 LG의 '윈나우' 외침과 함께 웬만한 경기를 나서 응원하고 있다. 김종근 씨는 "올해 초부터 LG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올 시즌 94경기를 직관했다"고 열정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김종근 씨의 'LG 사랑'은 1994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독립운동가' 기업 구단을 모색하던 김종근 씨는 LG 창업자 구인회 회장을 보고 트윈스의 팬을 하기로 했다고. 

또 김종근 씨는 18년 전인 2005년, 사별한 아픔이 있다. 이에 따라 공황 장애를 겪었고, 처방 약 없인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말 못 할 사정이 있었다. 

이럴 때마다 김종근 씨에게 힘이 되어준 건 바로 LG였다. 그는 "구기 종목 중 야구가 유일하게 사람이 들어와야 득점을 올리는 스포츠다. 이를 보고 내 인생이 보였다. 신세 한탄만 하던 나에게 희망을 주고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것이 바로 LG 야구였다"며 "야구장을 나가다 보니 어느 순간 공황장애 처방 약도 안 먹게 되고, 근심 걱정도 사라졌다. LG가 나에게 최고의 처방 약이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김종근 씨 본인 제공

김종근 씨가 LG 선수단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선수는 바로 오지환이었다. 이에 대해 김종근 씨는 "오지환 선수를 신인 때부터 좋아했다. 자라온 환경이나. 열심히 야구하는 모습, 투지가 너무 멋있어서 플래카드 제작 등 언제나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며 "그러다 어느 날, 경기 전 야구장 중앙 출입문 앞에서 오지환 선수를 기다리던 도중, 오지환 선수가 먼저 다가와 사진을 찍어준 적이 있다. 팬에게 먼저 다가와 준 모습에 너무나도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정우영 선수와 이지강 선수에게 들은 말이지만, 오지환 선수가 '팬에게 먼저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는 선수가 되어라'라고 말했다고 했다. LG 팬을 비롯해 모든 야구팬에게 존경받아야 마땅한 선수"라고 덧붙였다.

LG는 이제 숙원이자 팬들의 염원이 담긴 '한국 시리즈' 우승 준비에 나선다. 7일 기준 5강권 팀 중 LG는 NC를 제외한 4개 팀(KT, 두산, SSG)에게 우세한 상대 전적을 보이고 있다. 이에 한국시리즈에서도 LG가 정규 시즌과 마찬가지로 강한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최종 목표 달성을 위해 선수단 뒤에서 김종근 씨를 비롯한 여러 LG 팬들 역시 함께 힘찬 발걸음에 나선다.

끝으로 김종근 씨는 "1994년 LG의 마지막 우승 당시, 김재현 코치와 류지현 해설위원 등 젊은 선수와 고참들이 두려움이 없는 경기를 해냈다"며 "올 시즌에도 할 수 있다. 선수들이 지고 있더라도 '할 수 있다'를 외칠 수 있는 투지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사진=김종근 씨 본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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