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동기·구성까지 10분이면 '뚝딱'…'챗GPT 자소서' 이대로 괜찮나

서상혁 기자 김형준 기자 임윤지 기자 2023. 10. 7.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AI설명서]③뜨거운 이슈…"AI 콘텐츠엔 '워터마크' 달아야"
"사용 자체 막는 건 불가능…채용시 기업이 '사용 금지' 공지해야"

[편집자주] 2016년 인간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열릴 때까지만 해도 대중에게 '구경거리'에 불과했던 인공지능. 그로부터 7년 후 챗GPT가 등장하면서 판은 완전히 바뀌었다. 누구나 인공지능을 통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빠르게 특이점으로 다가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모든 기술에는 '부작용'이 뒤따르는 법. 벌써부터 인공지능을 활용한 범죄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뉴스1>은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AI의 순기능과 부작용, 논란거리까지 다양한 각도로 인공지능을 조명해 봤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서상혁 김형준 임윤지 기자 = "대학 시절 문예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글을 통해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직접 기획하고 작성한 문구로 마케팅 공모전에 참가해 입상한 경험도 있습니다"

'국문학과 전공' '공모전 입상 경험' '문예 동아리 활동 경험'. 세 가지 키워드를 넣고 "OO 기업에 지원하기 위한 자기소개서를 써줘"라고 요청하니, 챗GPT는 막힘없이 한 편의 자기소개서를 만들어줬다. 입사 동기부터 포부, 구성까지 훌륭했다.

비문을 다듬는 작업을 포함해 완성까지 걸린 시간은 10분 남짓. 취업준비생 김모씨(29.남)는 며칠 동안 머리를 감싸 쥐었던 과거가 떠올라 허무해졌다.

김씨는 지난달 이렇게 작성한 자기소개서로 모 기업에 지원했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기대한 것보다 높은 퀄리티에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활용법을 더 연구하면 좋은 자기소개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성AI가 활발하게 사용되는 가운데, 논쟁적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MZ세대 사이에선 챗GPT를 활용해 대학 과제나 취업용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대학가와 기업들이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AI를 활용한 예술작품을 둘러싼 '저작권 논쟁'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은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파고인 만큼, 이용자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소서로 활용 못할 이유 있나" vs "서류 전형 취지와 맞지 않아"

자기소개서는 MZ세대 사이에서 챗GPT가 활발하게 이용되는 분야 중 하나다.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그에는 '챗GPT로 자기소개서를 잘 쓰는 법' 등의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원광대학교는 올 4월부터 챗GPT를 활용한 자기소개서 작성 수업을 시작했다.

논쟁이 되는 부분은 본인이 아닌 AI가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찬성하는 이들은 "함량이 미달하는 지원자는 어차피 면접 단계에서 걸러지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지만, 반대하는 이들은 "서류 전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취업준비생 강모씨(30·남)는 "챗GPT로 자기소개서를 쓰는 건 사실상 다른 사람들의 자기소개서를 참고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씨(32·여)는 "가까운 미래에 모든 분야에서 AI가 활용될 것인데, 자기소개서라고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직장인 박모씨(33·남)는 "챗GPT는 공개된 데이터를 학습하는데, 참고하는 수준이라도 이를 허용하면 누군가는 표절 피해를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한모씨(34·여)는 "자기소개서는 말 그대로 본인이 자신을 글로써 설명하는 글인데, 인공지능이 대신 써주는 건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다수 기업들은 자기소개서 표절 시비를 막기 위해 챗GPT를 사용한 자기소개서를 판별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외부 업체의 인공지능 표절 판독 시스템을 도입했고, 모 대형 은행도 자기소개서에 챗GPT가 사용됐는지 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내 적용할 예정이다.

다만 '표절'이 아니라면 이렇다 할 제재를 가하기 어렵다는 게 공통적인 입장이다. 모 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자기소개서라는 취지에는 맞지 않으나, 참고만 했다고 하면 문제 삼긴 어렵다"고 말했다.

◇"챗GPT 쓰고 중간고사 A+ 받았어요"…대학가도 골머리 대학가에선 챗GPT를 활용해 리포트를 작성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챗GPT로 몇초도 되지 않아 레포트 작성을 마쳤다. 최고다" "시험 대체 과제를 챗GPT로 했는데 A+를 받았다" 등의 후기가 수두룩했다.

각 대학도 규제에 나서고 있다. 서울 소재 모 대학은 온라인 시험을 앞두고 챗GPT로 문제를 풀 경우 예상되는 점수를 사전에 공지하는 식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대학생 윤모씨(24·여)는 "챗GPT를 이용해 과제를 하는 학생들이 많다보니, 교수님들이 쉽게 검색을 할 수 없도록 문제를 더 어렵게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챗GPT를 이용해 논문을 작성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회 상무위원회는 지난 8월 전체회의를 열고 챗GPT 등 생성AI를 활용해 논문을 작성할 경우 학위를 박탈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AI 활용 범위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는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대표적인 게 예술계와 언론계 중심으로 제기하고 있는 '저작권 침해' 논란이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AI가 저작물을 학습해 사실상 2차 저작물을 만들고 있음에도,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달 미국 작가조합은 챗GPT 운영사인 오픈AI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집단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관련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의 심민선 변호사는 지난 5일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온라인신문협회가 공동 주최한 '생성형 AI의 뉴스 콘텐츠 학습,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생성AI의 학습 과정에서 저작물 이용이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활용 범위에 대해선 제한을 두지 않되, 이용자에 대해선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규범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장(바른AI연구센터장)은 "새로운 도구인 만큼, 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건 불가능하다"라며 "다만 자기소개서같이 취지 자체가 본인이 직접 작성해야 하는 분야에 대해선 기업 측이 미리 '사용 금지' 등의 공지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울러 딥페이크 등 AI가 제작한 영상물 등에선 저작권 논란이 없도록 일종의 워터마크인 '디스클레이머(정보 표시 규칙)'를 명기하는 방안도 도입할 만하다"며 "이렇게 되면 인간이 만든 창작물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hyuk@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