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지옥'보다 싫은 빈대 공포…외면당하는 프랑스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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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랑스 파리에 업무차 출장 온 국내 한 대기업 직원 A(38)씨는 5일(현지시간) 파리 외곽의 사무실에서 시내에 약속을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엘로이즈는 최근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에 "매일 이용하는 8호선에서 빈대가 나왔다는 기사를 보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는데, 최근 이웃에서 한 명이 빈대에게 물렸다는 얘길 듣고 중고 사이트 이용을 끊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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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최근 프랑스 파리에 업무차 출장 온 국내 한 대기업 직원 A(38)씨는 5일(현지시간) 파리 외곽의 사무실에서 시내에 약속을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지하철 1호선을 타면 7정거장밖에 안 되는 거리지만, 굳이 택시를 탄 이유는 최근 파리 지하철에서 빈대가 발견됐다는 소식 때문이다.
지하철로 20여분 거리를 도로 위 교통사고 때문에 무려 1시간 반 만에야 도착했지만 그에겐 빈대보다는 '교통지옥'이 견디기 수월하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같이 나온 동료가 "대중교통으로 사무실로 돌아가자"고 설득했음에도 "차라리 걸어가는 한이 있어도 빈대 나오는 지하철은 도저히 못 타겠다"고 버텼다.
지난 달 말부터 파리에서 지내기 시작한 이모(37)씨 역시 "TV만 틀면 온통 빈대 얘기라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는 게 무섭다"며 "빈 자리가 있어도 의자에 앉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프랑스 지하철 좌석은 대부분이 섬유로 돼 있어 빈대 같은 해충이 서식하기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최근 파리에선 지하철 8호선뿐 아니라 파리와 외곽을 잇는 급행철도망 RER A 노선에서도 빈대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퍼졌다.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빈대가 출몰한다는 소식에 프랑스인들도 일상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빈대에게 물리면 부위가 가렵고 부풀어 오르는 데다, 한 번 집 안에 들이면 박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가재도구를 다 버리고 아예 집을 옮겨야 하는 경우도 있다.
파리에 사는 엘로이즈(26)도 이런 걱정 때문에 지난 3년간 이용해 온 중고 의류 판매 사이트 방문을 중단했다.
엘로이즈는 최근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에 "매일 이용하는 8호선에서 빈대가 나왔다는 기사를 보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는데, 최근 이웃에서 한 명이 빈대에게 물렸다는 얘길 듣고 중고 사이트 이용을 끊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중고 의류를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엠마(19)의 경우 사이트에 발길을 끊는 대신 옷을 살 때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물건을 받자마자 몇 시간 동안 쓰레기봉투에 넣어 '격리'하고 60℃의 뜨거운 물로 세탁하고 있다. 그는 "이제는 판매 전 옷을 세탁한다는 걸 알고 있는, 우리가 아는 중고 옷 가게만 간다"고 말했다.
옷뿐만 아니라 중고 가구 구매를 포기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유명 중고 거래 사이트 '르봉쿠앙'에서 주로 가구를 구입해 온 도린(31)은 "지난 5월 손님용 소파 침대를 구입했다가 혹시라도 빈대가 있을까 봐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다"며 "이번엔 카펫이 필요한데 르봉쿠앙에서는 살 엄두도 안 난다. 집에 빈대가 들끓을까 봐 걱정돼 잠을 잘 수가 없다"고 말했다.
루이자(27)도 3년 전 빈대에 한번 호되게 데인 뒤로는 중고 가구는 쳐다도 보지 않는다.
그는 "당시 학생이었기 때문에 새 가구를 살 여유가 없어 중고 가구를 들였는데, 3개월 동안 빈대가 들끓어서 그 집을 나오고 가구도 모두 버렸다"고 회고했다.
프랑스 당국은 내년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빈대가 기승을 부리자 대중교통 등의 방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의회에선 빈대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를 '공중 보건 문제'로 다루는 법안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해충 방역·소독 업체가 비용을 과도하게 올리는 걸 막는 방안, 빈대 소독을 주택 보험 보장 범위에 포함하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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