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대표 믿었는데 장사 접어야 할 판" 큐텐, 소상공인 셀러 정산금 지연 논란
소상공인 셀러들, 큐텐에 문의해도 "기다려달라" 똑같은 답변만 되풀이
"큐텐 정산 지연으로 정상적 영업활동 어려워…주문 취소에 판매 중단까지"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해외직구 플랫폼 큐텐(Qoo10)이 오픈마켓 판매 물건에 대한 대금 정산을 수개월째 지연해 셀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업체인 티몬에 이어 올해 인터파크쇼핑과 위메프까지 인수한 큐텐그룹은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할 새로운 경쟁력으로 셀러들의 해외판로 확대를 지원하는 '통합 풀필먼트 서비스'를 강조하며 홍보하고 나섰다.
다양한 판매자가 자유롭게 입점해 상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 특성상 우수한 셀러 확보는 플랫폼 경쟁력과 직결된다. 이에 큐텐그룹은 주전공인 해외직구를 돕는 '통합 풀필먼트 서비스'를 내세워 우수한 셀러를 많이 확보해 플랫폼 인지도를 높이고 거래액과 이용자 수도 자연스럽게 늘린다는 복안이다.
대외적으로 밝힌 그룹의 경영 방향과 달리, 정작 큐텐은 판매 대금 정산을 사유 설명 없이 지연시켜 셀러들과 신뢰관계를 깨뜨리고 있어, 내실 없는 이중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기존 일주일마다 진행하던 정산을 지난 5월부터 한 달에 1번 정산으로 변경했다.
고객이 상품을 수령하면 그 다음 달 15일에 정산이 완료되고 셀러가 정산 금액 출금을 신청하면 그주 금요일에 정산금이 지급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 고객이 상품을 주문한 후 대략 한 달 반 후 정산금을 지급받는 셈이다.
큐텐 측은 당시 정산 일을 변경하는 사유에 대해 "매월 1회 정산으로 정산 횟수를 줄임으로써 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산 일 변경 이후, 수개월째 정산을 못받는 셀러들이 속출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셀러들이 모인 한 커뮤니티에서는 "큐텐에 출금 신청한 돈이 한 달이 넘도록 들어오지 않는다", "3개월치 판매 대금 정산이 밀려있다", "큐텐에 문의해도 기다려달라는 똑같은 답변만 몇 번째 반복하고 있어 답답하다" 등 정산금 지연에 대한 불만과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플랫폼에 입점해 물건을 판매하는 셀러들에게 '정산'은 영업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특히 보유 자본이 많지 않은 중소 셀러의 경우, 정산 받은 돈으로 물건을 사들이고 판매·배송하기 때문에 제때 정산이 지급돼야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가능하다.
큐텐에서 5년가량 물건을 판매했다는 10년 이상 경력의 해외셀러 A씨는 "큐텐은 애초 일주일 단위로 판매 대금을 정산 해주는 업체였지만, 올해 초부터 2~3주씩 판매 대금 정산이 지연되는 일이 발생했고 5월부터 갑자기 정산 일을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약속한 날짜에 정산금이 들어오기만 하면 괜찮은데, 5월 정산 금액은 물건 살 돈이 없다고 사정을 해 부탁한 뒤에야 출금 신청 후 한 달 만에 받았고, 아직 8~9월치는 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큐텐에 정산 받아야 할 돈은 한화 2억원이 넘는 15만 달러"라고 했다.
큐텐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데다 이메일로만 연락하도록 소통 창구를 제한해 셀러들은 정산금 미지급 건과 관련해 큐텐 측에 문의하려 해도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메일로 대금 지연과 관련해 여러 차례 문의를 해도 큐텐은 "기다려달라"는 똑같은 멘트만 반복할 뿐, 판매 대금 정산이 왜 늦어지고 있는지 등 합당한 이유에 대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는 게 셀러들 주장이다.
동종업계 관계자는 "정산 지연은 특별한 사유가 있는 개별 셀러에게 나타나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플랫폼에서 사유를 밝히는 게 일반적"이라며 "동시에 여러 명의 셀러가 정산 지연을 겪고, 플랫폼에서 지연 사유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A씨는 "큐텐뿐 아니라 5개 플랫폼에 물건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큐텐이 판매 대금을 정산해주지 않아서 물건 살 돈도 없고 생활비마저 빚을 지고 있다"며 "판매 수량을 줄인 것도 모자라 들어온 주문까지 취소했고, 큐텐 때문에 현재 플랫폼 2개에서만 정상 판매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큐텐에 물건을 판매하는 또 다른 셀러 B씨는 "출금 신청한 지 한 달이 넘도록 대금이 안 들어오고 있다"며 "정산 대기 금액도 이번에 출금 신청한 금액의 두 배인데 이러면 자금이 안 돌아가서 물건을 그만 팔라는 소리밖에 더 되느냐, 판매 중지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큐텐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는 최근 경기 이천에 전체면적 1만 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국내와 해외에서 발생하는 주문과 재고관리, 배송을 하나의 대시보드에서 처리하는 시설로, 티몬과 위메프·인터파크쇼핑 입점 셀러에게 통합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해 큐텐과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셀러들은 경쟁력 있는 셀러 확보를 위해 해외직구를 돕는 통합 풀필먼트 서비스를 강조하며 셀러 확보에 공들인다는 기업이 협력 관계에 있는 기존 셀러들과의 신뢰를 가볍게 여기는 행보에 의문을 표한다.
A씨는 "현재 셀러들의 돈이 전부 큐텐에 묶여 있는 상황"이라며 "왜 정산금 지급이 제때 안 되고 있는지 설명도 안 해주고 기다리는 꼴이니 마치 큐텐에 적금을 들어주고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큐텐이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쇼핑까지 인수해 이커머스업계 공룡이 되겠다고 하는데 이런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게 될까 두렵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정산 지연 이슈와 관련해 큐텐그룹 측 관계자는 "큐텐은 홍보팀이 따로 없는 관계로 입장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nly@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