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게이머 '전원 면제', BTS '전원 입대'… 병특 공정성 논란 재점화

류원혜 기자 2023. 10. 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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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중국 항저우 베이징위안 생태공원 내 e스포츠 주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경기 LOL(리그 오브 레전드) 한국과 대만의 결승전에서 승리해 금메달을 목에 건 쵸비(정지훈, 왼쪽)와 페이커(이상혁)가 미소를 짓고 있다./사진=뉴스1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부문에서 우승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병역특례 대상자다. 이번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6일 처음 선보이는 브레이킹(비보잉) 종목에서도 금메달리스트가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예술·체육인에 대한 병역특례를 두고 또다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롤과 비보잉에서 금메달 따면 '병역특례'…"BTS는?"
e-스포츠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선정됐다. '페이커' 이상혁이 이끈 한국 대표팀은 지난달 29일 온라인 게임 LOL(League Of Legends) 종목에서 대만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선수단 6명 모두 병역 특례를 받는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자는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된다. 현역병으로 복무하는 대신 해당 분야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는 대체복무 제도로, 기초군사훈련 3주와 봉사활동 544시간을 채우면 군 복무를 마칠 수 있다.

e-스포츠뿐만 아니라 브레이킹(비보잉)도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스포츠로는 처음으로 국제대회에서 춤의 왕좌를 가리는 것이다. 한국은 금메달이 유력하다. 브레이킹은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도 선보인다.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는 종목들이 국제대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고 금메달리스트도 나오자, 일각에서는 최근 잇따라 입대하고 있는 세계적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들과 비교하며 대중예술인의 병역특례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브레이킹은 대중예술 분야에 속한다는 인식이 있어 형평성 논란도 불거진 상황이다.
'국제대회' 없는 대중문화…"종합적 판단 필요"
그룹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이 지난해 5월31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실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AP=뉴시스
국위선양에 기여한 예술 및 체육 특기자에서 대중예술은 제외돼 있다.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국내예술경연대회 1위 등 성적을 거둔 특기자들이 예술요원에 편입되고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아경기 1위 등을 한 선수들이 체육요원에 편입된다. 대상자는 34개월간 대체복무가 허용된다.

예술·체육요원으로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경연대회 항목은 총 42가지다. 반면 대중문화에서는 국제대회가 존재하지 않는다. BTS가 수상한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와 '빌보드 뮤직 어워즈'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음악 시상식일 뿐 국제대회로 인정받은 적 없다.

또 특례 대상 대회 참여자들은 같은 조건에서 동시에 공정하게 겨루지만, 대중문화 시상식은 1년간 실적 등을 기준으로 평가해 상을 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스포츠나 순수예술에 비해 대중예술인으로서 국위선양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공인할 지표가 마땅치 않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중예술인 병역특례 적용 기준을 마련할 경우 여러 척도로 성과를 측정하는 등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어느 하나를 콕 집어서 기준으로 삼기는 어렵다"며 "국제적 성격이 있는 세계 음원 차트나 시상식 여러 개를 지정해 종합하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들은 월등한 존재감을 뽐낸 BTS 정도면 병역특례를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기준이 모호하다"며 "기준을 단일화하지 말고 다양하게 둬서, 각각 점수를 부여해 총합을 따져보는 건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대중예술인 병역특례 '반대' 의견도…"사회적 인정"
대중예술인은 국익을 위한 것이 아닌 개인 영리를 위한 목적으로 활동해 병역특례 대상자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지난해 9월 MBC '100분 토론'에서 "BTS가 거둔 실적이 어마어마한 걸 인정한다"면서도 "포상이 필요하지만, 병역특례나 면제로 연결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입대를 앞둔 같은 세대 친구들에게 불공정을 초래할 수 있다"며 "대중예술인은 다른 분야와 달리 성공하면 사회적 인정을 많이 받는다. BTS도 이를 많이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대중예술인 병역특례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59%, 반대 의견은 33%로 나타났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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