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에 인간 본질 그린 욘 포세…입센 이후 최고 노르웨이 작가

이영관 기자 2023. 10. 5.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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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 포세/ⓒ Tom A. Kolstad

올해 노벨 문학상은 노르웨이 극작가 욘 포세(Jon Fosse·64)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혁신적인 희곡과 산문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것들을 표현했다”며 5일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의 방대한 작품은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있으며, 희곡, 소설, 시집, 에세이, 아동 도서, 번역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늘날 그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공연되는 극작가 중 한 명이지만, 산문으로도 점점 더 인정받고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노르웨이 출신으로는 소설가 시그리드 운세트(1928년) 이후 95년 만, 극작가로는 오스트리아의 페터 한트케(2019년) 이후 4년 만의 수상이다. 수상 소식을 들은 포세는 “권위 있는 상을 받게 돼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고 조금은 두렵기까지 하다”고 했다고 한림원은 전했다. 올해 노벨 문학상 상금은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5200만원)이다.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노르웨이 극작가 욘 포세는 "지난 10년 동안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 조심스레 예상해왔다"며 "전화를 받았을 때 놀랐지만 반갑고 기뻤다"고 노르웨이 국영 방송 NRK 인터뷰에서 수상 소감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0년 9월 포세가 오슬로 국립극장에서 입센상을 받는 모습. /AFP 연합뉴스

올해 한림원은 21세기의 ‘헨리크 입센’ ‘사뮈엘 베케트’라 불리며 전방위적 분야에서 인정받은 포세에 대한 시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던 것으로 보인다. 시작은 소설. 1983년 장편소설 ‘레드, 블랙’으로 데뷔해 다수의 소설을 발표한 그는 작년 ‘새로운 이름’으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유럽 전역에 그의 이름을 크게 알리기 시작한 것은 희곡이다. 1994년 첫 희곡 ‘그리고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라’ 발표를 시작으로,지금까지 수십 편의 희곡을 전 세계 무대에 900회 이상 올렸다. 헨리크 입센 이후 가장 많은 작품이 상연된 노르웨이 극작가로서 현대 연극의 최전선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웨덴 한림원 북유럽 문학상(2007년), 국제 입센상(2010년)과 같은 수많은 상을 이미 섭렵했다. 소설, 희곡, 시, 에세이 등 책이 전 세계 40여 개 언어로 번역됐다. 국내에도 책 7권이 번역돼 잘 알려져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포세의 작품 세계를 요약하면 ‘미니멀리즘의 미학’이다. 다수의 희곡에서 군더더기를 배제한 채로, 일상의 생존 투쟁에서 체념하고 절망하는 인간의 비극을 그려 왔다. 문체가 두드러지는 소설에서는 이런 특징이 더욱 잘 읽힌다.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아침 그리고 저녁’(2000)에는 마침표가 거의 쓰이지 않았다. 주인공인 어부 ‘요한네스’가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과정을 오랜 친구 ‘페테르’와의 조우를 통해 그렸다. “요한네스는 이런 날씨에 이렇게 서쪽 멀리까지 나갈 엄두를 내본 적이 없었다, 비바람이 불고 파도도 높으니까 (중략) 그러고 나서 페테르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그래 이제 길에 접어들었네, 페테르가 말한다”. 이처럼 작품 속 인물들은 대체로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을 고민한다. 그 장면은 때론 어두우나 빛이 스며들어 있다. 이후 포세는 소설에 더욱 집중해,유럽 내 난민의 실상을 통해 인간의 이중적 면모를 비판한 작품 ‘3부작’을 발표했다.

어쩌면 포세에게 다방면에 걸친 끊임없는 작품 활동은 그가 태어난 노르웨이의 해안도시 헤우게순으로 돌아가는 길일지도 모른다. “나는 줄곧 바다를 보며 자랐다. 나는 그 모습들을 사랑하며, 그것은 내 무의식의 감수성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하는 그는,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기억의 조각을 작품에 소환한다. 침묵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에 울림이 깃드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는 작년 11월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 글에는 좋은 영어 단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일종의 화해 같은 것이 있다고 느낍니다. 또는 가톨릭이나 기독교 용어를 사용하자면 평화라고 할 수 있죠.”

국내 출간된 욘 포세 작품

가을날의 꿈 외

남녀의 만남을 통해 고독을 보여준 ‘겨울’ 등 희곡 세 편

보트하우스

세 사람 사이에 벌어진 기묘한 일. 타인에 대한 불안감을 보여주는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

평범한 어부의 탄생과 죽음. 큰 사건 없이도 완성되는 이야기

오누이

다섯 살 남자아이의 심리를 섬세하게 보여주는 시 같은 동화

이름/ 기타맨

사람과 사람 사이의 깊은 공간을 들여다보는 두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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